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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면역체계 원격 제어 메커니즘 밝혀냈다
美 UCSF 연구진 보고서···관문억제 면역치료 '돌파구'
[ 2019년 04월 08일 20시 04분 ]
길 안내 받듯 따라가는 면역세포들
길 안내 받듯 따라가는 면역세포들[사이언스 제공]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최근 '관문 억제' 면역치료법이 주목받는 이유는 종전에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부 암에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이 치료법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암이 훨씬 더 많고, 효과를 보더라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과학자들이 현재의 면역치료법이 여러 유형의 암에 잘 듣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했다. 암세포가 면역체계 공격을 회피하는 데 이용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찾아낸 것이다.
 

5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대학의 로버트 블렐로크 비뇨기학 교수팀이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과학 저널 '셀(Cell)'에 발표했다.
 

블렐로크 교수는 "흑색종 같은 경우 20% 내지 30%의 환자만 면역억제 치료로 효과를 보는데 전립선암 등 다른 유형의 암에선 반응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다"라고 면역치료법의 한계를 강조했다.

 

악성 종양 세포가 생성하는 PD-L1 단백질은 면역체계로부터 암세포를 숨기는 '투명 망토' 같은 기능을 한다.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면역치료법 중 일부는 암세포 표면의 PD-L1이나, T세포(면역세포) 표면의 PD-1(Programmed cell death protein 1) 수용체를 방해하는 것이다. PD-L1과 PD-1이 결합해 일으키는 상호작용을 차단하면 암세포는 면역 회피 능력을 상실한다.
 

일부 악성 종양은 PD-L1을 생성하지 않는 방법으로 면역치료에 저항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PD-L1이 생성되지 않으면 관문 억제 치료제(checkpoint inhibitors)가 작용할 표적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PD-L1을 분비하지 않는 암세포는 미지의 다른 관문 단백질(checkpoint proteins)을 면역 회피에 이용할 것으로 추정됐다. 관문 억제 치료의 반응도가 낮은 전립선암 환자의 종양에는 PD-L1이 아주 낮은 수위로 있거나 전혀 없다는 게 확인되기도 했다.
 

이번에 블렐로크 교수팀이 발견한 건 기존의 통념을 깨는 것이다.
 

암 종양이 PD-L1을 대량 생성하긴 하지만, 암세포 표면에 분비하지 않아 마치 PD-L1을 생성하지 않는 것처럼 오인하게 한다는 것이다. 암세포가 생성한 PD-L1은 대신, 분자 운반체인 엠소좀에 실려 림프계나 혈류를 거쳐 림프절로 보내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PD-L1이 멀리 떨어진 면역체계로 원정을 다니는 '파괴 분자(molecular saboteurs)' 역할을 하는 셈이다. 림프절은 림프구와 백혈구가 모여 있는 주요 면역기관이다. 또한 엑소좀에 실려 옮겨지는 PD-L1은 현재 쓰이는 관문 억제제에 저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렐로크 교수는 "PD-L1을 림프절에 보내 면역체계를 원격 억제하는 이런 방식은 종전에 알려졌던 것과 완전히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단백질의 전구체인 '전령 RNA(mRNA)'를 관찰하면서 'PD-L1 집단 이동'의 꼬리를 잡았다. 암세포에서 나온 PD-L1은 많지 않은데, 이 단백질 형성 신호를 가진 mRNA는 매우 많다는 게 이상했다.
 

연구팀은 림프절로 옮겨지는 PD-L1이 면역 회피 능력까지 전달하는지도 실험했다.
 

먼저 면역억제제가 잘 듣지 않는 생쥐의 전립선암 세포를 건강한 생쥐에 이식했더니 암세포는 빠르게 증식했다. 하지만 엑소좀 생성 유전자를 두 개 제거한 생쥐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생쥐에서 암세포를 이식해도 종양으로 커지지 않았다.
 

아울러 엑소좀 생성 유전자가 있건 없건 PD-L1은 만들어지지만, 엑소좀 유전자가 없는 암세포에서 PD-L1마저 차단하면 면역 공격을 피하지 못한다는 것도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런 실험결과를 종합해, 유전자 편집으로 암세포의 엑소좀 생성을 막으면, 면역 공격을 피하는 암 종양에만 집중해서 항암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연구팀은 엑소좀 유전자를 제거한 암세포를 정상 생쥐에 이식하고 90일이 지난 뒤 엑소좀 유전자가 남아 있는 암세포를 같은 생쥐에 이식했다. 그랬더니 엠소좀 생성 능력이 있는 암세포도 일단 엑소좀 유전자를 제거한 암세포에 노출되면 면역 회피 능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은, 엑소좀 유전자를 제거한 암세포와 제거하지 않은 암세포를 생쥐의 특정 기관에서 서로 반대되는 위치에 이식한 실험에서 드러났다. 엑소좀 유전자를 제거한, 다시 말해 엑소좀을 생성하지 못하는 암세포가 면역체계를 자극해, 면역 회피 능력을 갖췄을 수 있는 반대편 암세포를 공격하게 했다.
 

이는 엑소좀에서 PD-L1의 분비를 일시적으로 차단해도, 체내에서 장기간에 걸쳐 암세포 성장을 억제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환자 본인의 암세포 유전자를 편집해 재이식하면, 일종의 '종양 세포 백신(tumor cell vaccine)'처럼 면역 회피 암세포를 면역체계로 공격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면역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많은 악성 종양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겨우 표면만 살짝 핥아본 정도라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아직 PD-L1의 작용에 대해 알아낼 것이 많다는 뜻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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