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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진료보조인력), 대학병원 "Go"↔중소병원 "No"
[ 2019년 04월 10일 11시 38분 ]

진료보조인력(PA, Physician Assistant)의 불법 의료 행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제도화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공공연한 비밀인 PA를 양성화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비의료인의 불법의료를 조장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병원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PA 의존도가 높은 대학병원들은 제도화를 바라는 반면 중소병원들은 간호인력난을 걱정하며 반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병원협회는 입장정리를 하지 못하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여전히 PA들은 교도소 담장을 걷는 심정으로 수술방을 드나들고 있다. PA 제도화를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와 헤게모니 싸움을 들여다 본다.

공공연한 비밀, 끊임없는 논란
지난 연말 사상 초유의 고발 사태로 의료계가 술렁였다. PA 불법 의료행위와 관련해 서울 소재 빅5 병원 교수진이 피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발 주체도 대상도 모두 의사였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를 토대로 빅5 병원 중 2곳의 의료진 2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A병원은 혈액내과에서 의사 대신 PA가 골막천자를, 심장내과 에서는 소노그래퍼가 심초음파 검사를 한 혐의였고, B병원은 외과 수술방에서 PA가 봉합을 전담했다는 주장이었다.

대한병원의사협회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러한 어이없는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병원을 믿고 자신의 몸을 맡긴 환자에 대한 기망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악질적 불법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며 수사기관은 CCTV 영상 및 관련 자료를 확보해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동부지검은 해당 사건을 각각 서초경찰서와 송파경찰서로 이관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공개한 실태조사 결과는 PA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전공의 24.5%는 “PA가 독립적으로 시행하는 침습적 술기를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증언했고, 40.71%는 “PA가 독립적 으로 약 처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PA의 실체가 드러난 셈이었다.
이를 두고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PA는 의료계의 해묵은 과제였다. ‘수술실 의사 인력난’이라는 미명 하에 공공연하게 운영돼 왔다.

그만큼 불법성 논란도 지속됐다. 이제는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론화 자리들이 마련됐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행사에 참석해 고민을 함께 나눴다.

하지만 직역과 직능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PA 문제는 수 년째 공회전만 거듭했다. 여전히 PA들은 위험스레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오가야 했다.

그 사이 고발전으로 비화되는 일들이 벌어졌다. 사실 ‘빅5 병원’이라는 상징성으로 이번 사건의 파장이 컸을 뿐 PA 관련 고발전은 일찍이 시작됐다.

PA를 둘러싼 법정공방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당시 상계백병원 원장과 PA들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이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2월에는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와 대한의사협회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흉부외과학회 주관의 PA 연수교육에 대해 의협이 중단을 촉구하면서 냉기류가 흘렀다.

복지부, PA → APN 전환 방안 모색
좀처럼 해답을 찾지 못하던 PA 문제는 지난해 8월 터진 강원대학교병원 PA 불법 의료행위 사건을 계기로 변곡점을 맞았다.

국정감사 직전에 터진 이 사건을 두고 국회의원들은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를 강하게 몰아세웠다. 충분히 문제를 인식하고도 손을 놓고 있었다는 책임 추궁이었다.

이에 복지부는 ‘PA 제도화’를 선언했다. 전문간호사(APN, Advanced Practice Nurse)를 활용한 제도권 진입이라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지난 2000년부터 시행 중인 전문간호사는 해당 분야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갖고 의료기관 등에서 전문적 간호를 제공하는 간호사를 말한다.

보건, 마취, 가정, 정신, 감염관리, 산업, 응급, 노인, 중환자, 호스피스, 종양, 임상, 아동 등 총 13개 분야에서 전문간호사 제도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2018년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의료법에 전문간호사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에 대한 규정이 없어 일반 간호사와의 업무 분장이 불분명했다.

실제 ‘마취전문간호사는 의사 지시에 따라 마취행위를 할 수 있다’는 복지부의 유권해석과는 달리 대법원은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결하는 등 혼란이 거듭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국회를 통과한 전문 간호사 제도 활성화 법안은 전문간호사들의 역할과 업무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놓았다.

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13개 분야 전문간호사 중 임상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PA 역할을 수행토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물론 모든 전문간호사가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법에 규정된 업무범위로만 놓고 보면 △가정 △마취 △응급 △종양 △중환자 △임상 등 6개 분야 전문간호사의 PA 전환에 무게가 실린다.

2018년 기준으로 가정전문간호사 6505명, 마취전문 640명, 응급전문 302명, 종양전문 870명, 중환자전문 692명, 임상전문 280명 등이 배출돼 있어 PA 전환시 인력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국장은 “전문간호사에 PA 역할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전문간호사 범주에 마땅한 분야가 없다면 신설 여부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간호사 업무범위를 규정한 이 법안은 2020년 5월부터 시행된다. 복지부는 그 때까지 어떻게든 APN의 PA 전환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해결책 놓고 병원계 헤게모니 싸움
보건복지부의 전문간호사를 통한 PA 문제 해결책 제시에 의료계는 또 다시 술렁였다. 대형병원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 하는 반면 중소병원들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반발했다.

현재도 전문간호사 등에게 PA 역할을 맡기고 있는 대형병원 들로서는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양성화를 추진하는 만큼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특히 전공의를 선발하지 못해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 대학병원들의 경우 전문간호사를 통한 PA 제도화는 희소식일 수 밖에 없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수술실 인력 부족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작금의 상황에서 PA 제도화는 필수 불가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사실 PA 없이는 수술방 운영이 불가한 상황이지만 최근 불법 의료행위 논란으로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라며 “조속히 제도권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중소병원들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전문간호사를 통한 PA 제도화가 시행될 경우 중소병원들의 인력난 심화는 물론 지역의료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간호사의 경우 석사학위 소지자에게 응시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에 수도권 대비 대학원 숫자가 적은 지방의 경우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간호인력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는 지방 중소병원들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중소병원 이사장은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간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전문간호사를 통한 PA 제도는 수도권 대형병원만 웃게하는 정책”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PA 문제는 결코 단편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복잡한 함수관계를 산수문제 풀 듯 하려는 정책에 분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고 중소병원들이 PA 제도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간호사 일부를 PA로 전환하려는 급진적인 방법이 아닌 과도기간을 두고 일정기준에 부합하는 인력을 포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PA 제도화가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의 일정 부분을 위임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간호사들 역시 응급구조사나 간호조무사들에게 영역 일부를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의료현장의 인력난을 감안하면 PA 제도화는 필요하다”며 “다만 공생의 미덕을 통해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을 상생시킬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힘줘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djpark@dailym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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