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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사들, 용기 내 문(門) 두드려 주세요"
유혜영 한국여자의사회 초대 여의사인권센터장
[ 2019년 04월 22일 05시 13분 ]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우리 사회 전(全) 분야에서 미투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문화예술계, 스포츠계를 비롯해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의료계 내 성희롱 및 성폭행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피해 여의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 생겼다. 2018년 7월 한국여자의사회 의권위원회 내 여의사인권센터가 개설됐다. 여의사들 인권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초대 여의사인권센터장인 유혜영 여자의사회 의권위원장[사진]을 만나 그간의 활동과 계획을 들어봤다.

Q. 그동안 여의사인권센터는 어떻게 운영됐는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여의사인권센터 설립은 이미 전 집행부 때부터 한국여성변호사회와 협약을 맺으며 추진돼 왔고, 이향애 현 회장도 이 과제에 주력하며 제게 센터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밑작업이 상당히 이뤄져 있었지만, 업무 매뉴얼이 아직 준비되지 못했다.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어떻게 접수를 받고 상담을 진행해야 하는지 절차에 관한 규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인권위원회 위원들과 첫 상견례 때부터 매뉴얼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센터장 임기가 2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준비를 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틈틈히 매뉴얼을 만들었다. 작년 7월 25일 센터 현판식을 가진 날에도 다른 한편에서 일부 위원들은 매뉴얼 작성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8월 6일 매뉴얼 책자가 나온 뒤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이후 센터 홍보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Q. 신고 건수가 많은지
예민한 문제라서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다. 이사회 보고 때도 신고 건수 등 관련 내용을 보고하거나 회의록에 기재하지 않고 있다.

Q. 여의사 중에서도 레지던트나 인턴들의 경우 성폭력 피해를 신고를 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 의료계의 경우 도제식 교육체계로 교수와 제자, 선배와 후배 간 상하관계가 뚜렷하다는 특성이 있다. 강한 위계질서와 폐쇄적인 구조 탓에 성희롱·성폭행 사건이 발생해도 신고하는 일이 쉽지 않다. 신고 시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가 클 수 있어 용기를 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이 바뀌었고 사회가 달라지고 있다. 용기를 내야 한다. 
사실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으면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 그래서 매뉴얼 작업을 마친 뒤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나섰다. 언론사 인터뷰는 물론 각 의과대학 동창회, 대학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의대 여자교수회, 전공의협의회, 각 병원 여의사 모임 등에 공문을 보내며 우리 단체에 대해 알리고 있다. 신고를 하러 간다는 마음보다는 하소연하고 기댈 수 있는 언덕으로 생각해주길 바란다. 아직은 여의사인권센터의 문턱이 높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문을 활짝 열어놨으니 언제든 용기를 내 문을 두드리고 우리를 의지해주길 바란다. 

"당사자 신변 보호 위해 전담 직원 배치" 
"인권센터가 의료계내 성범죄 예방 보루되도록 최선"
"의대교육 과정에 성(性) 문제 관련 교육자료 제작 계획"


Q. 피해자가 신고할 경우 어떤 절차를 밟게 되나
피해 여의사가 전화, 이메일, 방문 등을 통해 신고를 하면 된다. 당사자 신변 보호를 위해 접수 업무만 맡는 별도 직원이 배치돼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위원들 가운데 자원을 하거나 정해진 순서에 따라 사건을 맡게 된다. 이후 매뉴얼에 따라 상담을 진행한 뒤 경과 보고가 올라오면 해당 병원에 어떻게 공문을 보낼지 논의해 신속하게 전달한다.
여의사인권센터가 보내는 공문은 권고사항일 뿐 법적 강제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 단체가 존재함으로써 피해 여의사가 해당 의료기관에서 신속하고 적법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압박하게 된다. 여의사인권센터 자체가 성범죄에 대한 의료사회 내 인식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Q.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 예방에도 도움이 되겠다
물론이다. 피해 신고를 받는 일이 주된 업무이지만 그보다 더 큰 목적은 성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다.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피해를 미리 막는 보루로 기능하는 것이다. 실제 과거에는 성적인 농담을 무의식적으로 하는 남자 의사들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조심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 동료 간에서는 물론 병원 내 조직문화에도 이런 분위기가 조금씩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

Q. 향후 계획은

의대교육 과정에 성(性) 문제와 관련한 교육자료를 만들 계획이다. 의대생 때부터 교육을 통해 인권 감수성을 높인다면 성범죄와 같은 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음 후임자가 이 일을 계속 추진할 수 있도록 임기 동안 기반을 닦아 놓을 것이다. 

boh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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