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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기획실 70명 옥고(玉稿) 담은 '수필집'
김종혁 실장 주도 '책에서 삶을 보다' 출간···"직원들 지적·정서적 교류 확대"
[ 2019년 04월 29일 12시 28분 ]

[화제]임금의 독서를 의미하는 말로 을야지람(乙夜之覽)이 있다. 낮에는 정사를 돌보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는 임금이 잠자리에 들기 전(前) 늦은 밤인 을야에 책을 읽는 것에서 유래했다.

 

예로부터 성군은 책 읽기를 중요한 리더의 덕목으로 여겼다. 조선 3대 임금 태종은 “몹시 추운 때나 더운 때도 밤새 독서한다”는 이유로 3남 충녕(세종)을 세자로 결정했다. 태종 자신도 대단한 독서광으로 전해진다.
 

또 정조는 본인뿐만 아니라 신하들에게도 다독을 권유했다. 정조실록에는 한 신하가 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한다고 하자 꾸짖었다는 일화가 있다.
 

한 나라를 경영하는 ‘CEO’인 임금이 독서를 강조한 것은 사고(思考) 폭을 넓히면서 자신의 내면도 가다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하들에게도 독서를 장려한 것도 조직 구성원 전체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조직적 독서문화는 오늘날 회사 내 ‘독서경영’으로 이어졌다. 독서를 통해 조직의 장과 구성원들이 한 데 모여 지적 토론 및 감정적 교류를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 중 독서경영에 주목하지 않는 곳을 찾기가 더 힘들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웬만한 유수 기업들은 모두 사내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독서경영 사례가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 사내 조직의 구성원들이 책을 읽고 수필집을 냈다. 한국에서 환자가 가장 많고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과 기획안을 준비하느라 24시간이 모자란 서울아산병원 기획조정실 직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기획조정실 독서클럽 ‘북세통’에서 활동하는 직원들은 수필집 <책에서 삶을 보다>를 발간했다. 70명이 넘는 직원들이 각각 책을 한권씩 읽고 자유로운 형태의 글을 기고해 꾸려진 결과물이다.

이번 수필집을 기획한 김종혁 기획조정실장[사진 아래 右]은 발간 동기에 대해 “보유한 전문자격증만 70여 개에 달하는 다재다능한 직원들을 어떻게 모두 잘 아우를 수 있을까란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독서는 세상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고, 생각을 키우고, 판단력을 정교하게 만들며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또 조직원들의 역량 증진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활동을 통해 구성원들 간 지적·정서적 교류를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향상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책 읽는 분위기 조성 후 직원들 독서클럽 '북세통' 발족

 

물론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반발이 있었다. 그래서 김 실장은 독서토론을 강제하기 보다는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우선 연구실에서 기획조정실로 책을 옮겨오고 자유롭게 빌려가도록 했다. 인상적인 글귀는 형광펜으로 표시해 간단하게 원내 메일로 공유하는 번거롭지 않은 일부터 권장했다.
 

이후 격주로 읽은 책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외부 강사도 초빙하며 다채로운 문화교류 시간으로 가꿔나갔다.
 

1년 정도 지나자 직원들 스스로 북세통이란 독서클럽을 만들었고, 같은 해 6월 김 실장은 도서 출간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수십 명의 직원들이 자기 일처럼 열정을 갖고 마감일을 지켰고 귀한 수필집이 탄생했다.
 

김 실장은 책 첫머리에서 “조직의 리더에게 이보다 직원을 잘 알 수 있고 사랑하게 되는 일도 드물다”라며 소회를 전했다. 자연스럽게 팀워크를 키우는데 있어 독서가 그 어떤 방법보다 주효했단 이야기다.
 

이런 점에서 서울아산병원 기획조정실의 수필집은 독서경영의 좋은 사례로 여겨질 수 있다. 조직 내 인간적 감수성을 고양시켰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책 내용도 흥미롭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병원에서 예산 운용을 다루는 직원들의 고충과 성찰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다른 직장인들은 참신함을 느끼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글도 적잖다.

김보미씨의 수필 '감동을 주는 사람'은 병원에서 일하며 마주하는 심적 고통을 담담하게 술회했다. '정말 백혈병이 맞나' 싶은 아이의 머리가 빠지고, 얼굴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필자는 죽음 앞 인간의 무력감을 통감했다고 적었다.

이를 계기로 공지영의 수필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읽었다. 어머니가 한 딸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웃기도 하고 가슴을 저며오는 감동을 느끼기도 한다. 한차례 감정의 배설을 하고 나니 먹먹했던 가슴이 탁 트였오며 긍정적 마음가짐을 다잡게 됐다고 김보미씨는 말했다.

김석민씨의 글 '치열한 삶 속에 행복은 있을까?'는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삶에 대한 염증에서 출발한다. 경쟁을 통해 성과를 이뤄내야 하는 하루하루에 염증을 느끼지만 마땅한 대안은 없다.

행복과 경쟁이 필연적으로 양립해야 하는 현실에 필자는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답(答)을 찾고자 한다. 타인과 사회의 잣대로 행복을 재단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관점에서 보이는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김석민 씨는 강조한다.

이 밖에 고승관씨 '책을 마주할 때 필요한 두 가지 시선', 김종완씨 '우리가 꿈꾸는 회사 그리고 소통'은 일상 속에서 찾은 자신만의 작은 깨달음을 소탈하게 털어놓는다.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는 고민들을 나누고 싶은 독자, 독서경영을 생각해본 의료기관 종사자 및 일반 직장인 등에게 추천한다. 출판사 꿈꿀자유, 350쪽으로 1만5000원.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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