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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조현병환자 방화 살인사건 책임은 국가에 있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2019년 05월 07일 10시 48분 ]
[특별기고]
최근 진주에서 일어난 방화 살인사건을 비롯해 창원의 할머니 살인사건, 부산에서 친누나를 살해한 사건 등 조현병 환자들에 의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국민들 사이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
 
정신질환자를 모두 격리시켜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부터 자신들의 지역에 정신병원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들어 오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까지 격화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정신분열병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인식과 낙인을 없애고자 ‘조현병’이라고 병명을 바꾸었지만, 오히려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낙인이 더 심해지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다시 정신분열병으로 병명을 바꾸자는 아이러니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조현병 병명개정에 관련한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상황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여러 가지 해결책이 난무하고 있기도 하다. 선진국은 전체 정신의료보건 예산의 5%를 정신의료분야에 투자하는데 비해 한국은 1.5% 밖에 투자하지 않는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사회복지사 1명이 평균 60~100명의 환자를 담당한다. 외래치료명령제와 같은 제도 활성화와 함께 환자 동의와 관계없이 센터에 등록해야 한다 등이 그것이다.

"근래 제기되는 많은 대안,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정책들 태반"
 
하지만 대부분 현실감 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어차피 예산투자는 쉽지 않을 것이고, 센터 인력보강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외래치료 명령을 하면 무엇 하는가. 환자가 외래에 오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외래치료지원제라는 것도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 환자가 병식이 없어 치료를 거부하고 병원에 오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매번 이런 사건이 있을 때 마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그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정치인들, 공무원들, 그리고 관련자들의 태도가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정신질환자들이 편견 없이 적절한 치료를 받아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아 갈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진주 방화 살인사건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안씨는 작년 9월부터 8번에 걸쳐 아파트 주민들에 의해 112에 신고를 당했다. 아파트 위층 주민에 의해 신고된 내용을 보면, 오물을 뿌리고 계란을 던지면서 폭언을 하는 등의 행동이 반복된 것이다.
 
또 윗집에서 벌레를 넣는다는 등의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위층 사람이 가해자가 된 피해망상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안씨는 결국 위층 사람이 자신을 괴롭히고 해치려고 한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경찰에 신고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이 주민들 간의 다툼으로 보고 수동적으로 안이하게 대처했다.
 
심지어 안씨는 진주시내 호프집에서 망치를 들고 소동을 부려 현행범으로 체포됐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합의되었다는 이유로 풀려났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경찰은 당연히 이 사람의 전과기록이나 범죄사실을 조회했어야 했다. 안씨는 2010년도에도 지나가는 행인이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며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전과가 있고, 당시 '편집형 조현병' 진단을 받았었다.
 
이후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나, 그 이후는 치료가 중단됐다. 경찰이 좀 더 적극적으로 전과 조회를 하고, 반복되는 주민들의 신고에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만 있었다면 이번 사건은 경찰수준에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안씨는 2011년 치료감호소에서 퇴소한 이후 가족들에 의해 6개월 정도 강제입원 치료를 받고 2012년 퇴원했다. 안씨의 형에 의하면 동생이 평소 가족들이 자신을 강제 입원시켰다고 원망을 많이 했다고 한다. 보호자에 의한 강제입원 후 보이는 일반적인 환자의 반응이다.

"환자 상태 심해져서 강제 입원시키고자 했지만 바뀐 법으로 입원 못시켜"
 
안씨의 피해망상이 심해지면서 안씨 형은 다시 그를 강제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하고자 병원을 찾아 갔으나 입원을 시키지 못했다. 지난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하면 보호의무자에 의한 비자의입원(강제입원)은 직계가족 2인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형은 직계가족이 아니어서 강제입원을 요청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 또한 형이 법원에 강제입원을 요청하기 위해 과거 병원의 정신병력 발부를 요청했으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하면 본인 동의가 없으면 진료기록을 발부할 수가 없다.
 
따라서 형이 안씨를 병원에 입원시키고자 하는 시도는 모두 실패한 것이다. 형 의도대로 입원을 할 수 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겠지만,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입원을 시키지 못한 것이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제40조 3항 보호의무자 의무에는 보호하고 있는 정신질환자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아니하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돼 있다. 병식이 없고, 현실판단력 장애가 있는 환자의 과격한 행동을 어떻게 보호자가 막을 수 있단 말인가. 공허한 법 조항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경찰이나 국가기관에서 해야 할 일을 보호자에게 떠 맡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태생부터 잘못된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의 탄생에 기여한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들과 이 법 시행 당시 수도 없이 이러한 위험성을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단 법을 시행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고치겠다는 입장을 보인 정부 담당자들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이 법은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법인데, 일단 실시해보고 문제가 있다면 고치겠다는 발상 자체부터 이런 사고가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희생돼야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법을 바꿀 것인가.
 
진주방화 사건은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경찰의 안이한 대처, 잘못된 법을 만든 국회, 문제가 많은 법임을 알면서도 시행 이후 상황을 봐서 해결해보자는 담당부처 등 국가기관의 실책이 참화의 원인이 됐던 것이다. 진부 방화살인사건의 책임은 국가에 있다.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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