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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 환경 아이들, WHO 첫 가이드라인 주목"
방수영 교수(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2019년 05월 20일 18시 35분 ]
“엄마, 나 밥 다섯 번 먹으면 스마트폰으로 게임 한 번 할게, 알았지?” 
 
5살 아이를 키우는 김 씨는 식사시간만 되면 아이와 스마트폰 쟁탈전을 벌인다. 밥 잘 안 먹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고 식탁에 앉혀 한 숟갈이라도 더 먹여보려 한 것이 화근이 됐다.

처음에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느 순간부터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는 아이가 신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장시간 넋을 잃고 보거나, 틈만 나면 떼쓰고 잘한 일에 대한 보상심리로 스마트폰을 달라는 모습을 보니 이젠 걱정이 앞선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접하는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한국정보화지능원 연구에 따르면 만3세~9세 이하 유아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2015년 12.4%에서 2017년 19.1%로 증가했다. 성인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과 비슷한 수치다. 유‧아동 스마트폰 이용률은 67.7%로 10명 중 7명 정도가 이미 스마트폰을 접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4월24일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 첫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4세 어린이는 하루 1시간 이상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화면을 지속해서 봐서는 안 되고, 1세 이하는 전자기기 화면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화면에 노출되는 시간’에는 스마트폰은 물론 텔레비전과 게임기 사용시간도 포함된다. 어릴 때 형성되는 습관은 유년기와 청소년기, 성인기 습관과도 연관된다.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 정적인 상태보다는 적절한 신체 활동과 충분한 수면이 보장돼야 비만과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건전한 습관을 길러낸다는 것이 WHO 가이드라인의 골자다.
 
스마트폰(Smartphone)은 컴퓨터의 운영체제를 소형화해 통신이 가능토록 한 휴대전화다. 다시 말해 아이가 스마트폰을 보고 놀 때는 단순히 전화가 아니라 손 안의 컴퓨터를 가지고 노는 것과 똑같다.

스마트폰을 언제 사줘야 하는지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되도록 늦게 사주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꼭 사줘야 한다면 중학교 1~2학년 때를 추천한다.  
 
전두엽이 덜 자란 아이들, 조절 능력 떨어져 
 
‘아이들은 아직 미숙하다’라는 말을 의학적으로 바꿔 말하면 ‘아이의 전두엽이 아직 덜 자랐다’는 의미다. 사람의 뇌 피질은 영역별로 ▲전두엽(통합조절기능) ▲두정엽(감각령) ▲후두엽(시각령) ▲측두엽(청각령)으로 나뉜다. 뇌의 영역에 따라 성숙 속도와 시기가 다르다. 
 
피질 영역 중 전두엽은 생각, 판단, 운동, 계획수립, 의사결정 등 인지기능과 직결돼있고 이는 청소년기에 발달한다. 피질하의 충동성과 관련된 부위는 전두엽보다 1~2년 더 먼저 성숙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전반적인 컨트롤타워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초등학생의 경우, 즐거운 것을 스스로 조절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청소년기 충동성과 관련한 뇌 부위와 컨트롤타워 성장 속도의 차이를 고려하면 ‘즐거움의 대상’을 조절할 때 내부 통제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흔히 말하는 ‘중2병’이 생기는 이유다. 이 시기에는 외부의 조절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시기를 가급적 초등학교 이후로 권하고 있는 것이다. 중학생 시기에도 스스로 조절 능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하는 것이 좋겠다.
 
일방적 자극은 또래보다 언어능력 저하 초래 가능성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3~5세 400명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소아청소년정신보건센터(고양시, 성남시, 수원시)에서 진행 중인 추적조사를 살펴보겠다. 미디어 노출이 많은 영유아를 또래와 비교했을 때 어휘력 및 표현력과 같은 언어능력이 저하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3~4세때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 
 
흔히 가족 간 평범한 상호작용보다 전문적인 스크린을 통한 정보 습득이나 학습이 어린이들에게 더 좋은 학습효과를 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스크린을 통한 자극은 일방적으로 전달될 뿐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시청을 유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극적인 흥미가 지속되기 때문에 영유아가 스스로 지루한 것을 조절하는 연습을 할 기회가 줄어든다. 
 
뇌(腦)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오감(五感)을 통해 보고 느끼고 경험해야 하는데 스마트폰을 과다 사용할 경우 이러한 기회가 제한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집중력이나 학습, 사회성 발달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미디어 사용이 늘어날수록 신체 활동은 덜 하게 된다. 신체 성장에 미칠 영향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에서도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2016년 미국 소아과학회가 발표한 미디어 사용 권고사항을 보면 공격적인 행동, 비만, 수면장애 등의 위험요소가 증가하고 신체 활동이나 즐거운 놀이시간 등이 희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위적 보상은 오히려 떼쓰기만 늘리는 꼴
 
어떠한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허용하는 사례는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인위적인 보상 방식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내성과 금단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보상항목이 많아질수록 스마트폰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게 되고, 이전보다 더 오래 사용해야 만족하게 된다. 사용하지 않으면 불안, 무력, 초조감을 느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하루에 게임을 두 번만 하기로 했는데도 아이가 아쉬워하고 떼쓰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아이를 탓할 일이 아니다. 게임 자체가 아이들이 더 하고 싶도록 심리적 장치를 해놓은 것과 다름없다. 가끔은 부모의 마음도 느슨해져서 허용해줄 때가 있다.

그러면 아이는 혹시 모를 행운이 따를 수도 있으니 다음에도 떼를 써보자 라는 심리가 된다. 긁지 않은 복권을 쥐고 있는 마음이 될 것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정한 규칙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아이의 조절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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