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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지부 찍은 2020년 수가협상···남은 과제 수두룩
첫 추가소요제정(밴딩) 1조 넘어···보험자-공급자 신뢰도 형성 고무적
[ 2019년 06월 03일 12시 15분 ]

[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2020년도 수가협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피로했지만 결정적 씬(scene)들이 오갔고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출됐다. 애초 극단적 시나리오가 써졌기 때문에 오히려 다행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숨겨진 밴딩을 두고 진행되는 깜깜이 협상, 법정시한을 넘기는 버티기, 구조적 문제가 지적되는 SGR(지속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 Sustainable Growth Rate) 모형 등 바뀌어야 할 부분도 많다는 지적이다.


2020년도 수가협상은 지난 5월 2일 상견례로 시작됐다. 당시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건강보험 정책을 원활히 수행하려면 건강한 파트너십 구축이 중요하다. 적정수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보험자 수장이 꺼내든 적정수가 발언은 공급자들에게 기대감을 주기 충분했다. 그렇게 약 2주의 시간이 흘러 5월 15일 대한의사협회의 1차 협상이 진행됐고, 모든 유형의 공급자는 5월 23일까지 1차 협상을 마무리했다.


쟁점은 23일에 열린 2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였다. 당시 첫 밴딩이 제시됐는데 그 수치가 약 5700억원이라는 설(說)이 돌았다. 이는 전년도 9758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로, 협상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강청희 단장 ‘사과’로 전환점


다만 강청희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의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수가협상은 전환국면을 맞는다.


5월 29일 대한병원협회의 2차 협상이 시작되려던 찰나 그는 90도로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당시 그의 눈에는 눈물도 맺혀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강청희 단장은 “정식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 2차 재정소위에서 원치 않는 수치가 제시됐다. 앞으로 원활한 협상과 합리적 의사결정에 공단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의 수치”라고 밝혔다.


이날 협상 후 기자들과 만난 그는 “전체 유형 결렬 가능성이 있다. 차라리 협상을 복지부에 넘기는 것을 검토하겠다”며 보험자 협상단의 제한적 역할론에 자괴감을 드러냈다.


이때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보험자는 가입자를 대표해 공급자와의 협상을 진행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었는데, 이를 부인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모습을 두고 최병호 재정운영위원장은 “보험자 역할은 공급자 편에 서는 게 아니라 가입자 결정에 의미를 둬야 하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아쉽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강청희 단장은 “가입자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고 당위성이 있지만 공급자와의 협상 책임자 입장에서 협상 여지가 전혀 없었다. 협상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밤샘협상 결과, ‘1조478억’에 2.29% 인상률


최종일인 5월 31일 환산지수 계약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여겨지던 상황이었고 재정소위가 추가로 열리는 등 좀처럼 밴딩은 잡히지 않았다. 다만, 밤을 지나 새벽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수치는 늘어났다.


강청희 단장의 사과 때문이었을까. 최종적으로 밴딩은 예측치를 훌쩍 넘긴 1조478억원으로 결정됐다. 전체 인상률은 2.29%였다. 워낙에 밴딩이 협소해 공급자단체들도 10회가 넘는 협상을 진행하며 시간을 끌었다.


1일 오전 8시에는 재정소위가 아닌 재정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수가협상 결과를 의결하기로 했는데 이 시간을 넘겨 협상이 진행되는 과열양상을 보였다.


결국 대한의사협회를 제외한 타 유형은 모두 협상을 체결했다. 병원협회 1.7%, 치과의사협회 3.1%, 한의사협회 3%, 약사회 3.5%의 수치로 협상이 타결됐다. 

‘전 유형 결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상태였기에 결과론적으로는 긍정적인 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된다.


계약 체결에 실패한 이필수 의협 수가협상단장도 “결렬을 선언했지만 보험자의 노력도 알고 있다. 정부와의 대화를 단절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을 계기로 서로 이해하고 상생하는 관계가 되길 바란다”는 발언을 남기고 협상장을 떠났다.


협상 과정 자체는 ‘퇴보’


건보공단은 이번 수가협상은 기존과 다르게 많은 개선을 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지만 결국 달라진 부분은 없었다.
 

보험자가 공급자 상황을 적극 대변하면서 기대심이 증폭됐고 실제로 밴딩이 점차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통상 새벽 3~4시경 마무리되는 협상이 아니라 아예 밤을 지새워 오전 8시까지 협상이 이어진 이유 중 하나다.


수가협상의 법정시한은 5월 31일 자정으로 명시됐음에도 ‘협상의 연속성’ 등을 빌미로 늦어지고 있는데, 이번에는 수가협상 결과를 심의의결하는 재정운영위원회 회의 시간을 늦춰서까지 진행되는 기형적 구조로 변했다.


합리적인 근거 창출과 밴딩에 대한 기본적 합의가 주어진 상태였다면 ‘버티기’로 일관된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또 다른 문제는 건보공단이 수가협상 브레인들을 뽑아내 만들었다는 ‘급여전략실’의 과도한 견제다. 수가협상 절차 상 퇴보는 이곳에서 시작됐다.


통상 공급자단체들은 수가협상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약 5분 가량의 브리핑을 통해 각자의 상황을 말한다.

물론 극도로 제한된 정보를 전제를 두고 진행되는 것이지만 현장에 나와 있는 기자들을 통해 각 단체의 입장을 전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급여전략실은 대리급 직원들을 모니터 요원으로 출동시켰고 매번 녹취와 메모를 이어갔다. 이는 공급자 단체의 발언 하나, 기자들의 질문 하나를 일일이 견제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공급자 수가협상단장들도 불편함을 느꼈고 이를 중단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이 제기됐음에도 은근슬쩍 휴대폰을 던져놓고 녹취를 이어가는 등 수준 낮은 대응으로 일관했다.


대국민 알권리를 위해 홈페이지에 공개된 건강보험 주요통계(진료비 증가율 등)도 급여전략실 차원에서는 확인조차 불가능한 일급비밀로 유지했고, 이미 공개된 자료 또는 임원진으로부터 전달받은 자료도 통제하기 시작했다.


언론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또 활용하는 강청희 단장의 행보와 달리 중요하지 않은 정보, 불필요한 개입 등 급여전략실의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로 채워졌다.


남겨진 숙제, ‘SGR 모형 개선’ 절실


아무래도 이번 수가협상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단어는 수치의 근간을 만드는 SGR(지속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 Sustainable Growth Rate)이다. 남겨진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보험자-공급자 간 제도개선협의체를 운영하면서 SGR 모형의 보완을 고민했지만 시간적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기존과 동일한 방식을 채택하기로 한 것이다.


SGR방식은 진료비 변동 차이를 기준으로 유형별 수가 인상률을 추계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목표진료비 산출시 적용기준 시점에 따른 격차, 산출결과의 실효성, 누적개념 장기간 사용 시 편향된 수치가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이를 두고 보험자도, 공급자도, 연구자 및 가입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실제로 SGR 모형으로 진료비 추이를 따져보면, 환산지수 인하가 나오게 되는데 이를 근거로 인하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주어지는 결과치를 준용하지도 못하면서 SGR 방식을 채택하고 근 10년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순위별 격차만 반영하는 식이다.


신형웅 보건사회연구원 박사은 “2~3년 후까지 SGR 보완을 하더라도 환산지수 계약을 위해 새롭게 적용할 수 있는 모형이 나와야 한다. 상대가치, 환산지수, 종별가산, 기본진료료, 의료전달체계 등을 통합한 개선 모형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수가체계 구성요소에서 환산지수를 일본처럼 돈으로 환산하는 개념으로 판단할지, 미국처럼 전달체계 정립에 따른 보완책 형태로 반영할지 합의과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환산지수는 적정수가를 위한 중심축으로 그 역할을 한다. 적정수가를 확보하기 위한 기전으로 환산지수 계약이 지속될 경우에는 전체적 틀과의 조율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2020년 수가협상에서처럼 2배가 오르락 내리락하는 밴딩에 대한 문제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재정소위에 집중된 권한은 가입자 중심으로만 편향된 시각을 형성하는 구조로의 변질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각 유형이 원하는 수치를 얻기 위해 적절한 근거가 제시되고 이를 기반으로 밴딩의 범위를 넓혀가는 구조의 협상이 진행돼야 한다.


지금처럼 밴딩만 올리면 성공적 협상이 되는 구조는 버려야 한다. 파이가 정해지고 나눠먹는 형식의 협상은 그리 적절치 않은 과정으로 보인다. 개선이 필요하다.

ra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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