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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넘은 빅5 병원 진료보조인력(PA) 사건 '답보’
작년 12월 병원의사협의회 주도 검찰 고발···경찰 수사 지지부진 관측
[ 2019년 07월 11일 06시 22분 ]

진료보조인력(PA, Physician Assistant) 사안은 대한민국 의료계의 해묵은 난제다. 전공의 등이 지원하지 않는 소위 3D 진료과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공백을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 PA들이 메워 왔다. 의사 책임 아래 업무를 일부 위임받아 진료보조를 수행하는 PA들은 수십년간 법의 사각지대 한 편에 자리잡았다. 국내 의료 모순의 대표적 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근래 들어 이 같은 관행이 병원 내 환자안전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에서는 “특정 자격요건이 필요없는 PA가 의사 대행 업무를 수행할 경우 병원내 환자안전의 불안 요인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PA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2018년 12월 대한병원의사협회가 서울 소재 빅5병원 중 두 곳 의료진(교수) 수십명을 PA 불법업무와 관련해서 검찰에 고발했다. 상당한 반향이 초래됐다. 사안이 민감하고 병원계에 크나 큰 파장을 야기했지만 아직까지는 수사 결과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 검찰이나 경찰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경찰 수사 등 경과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지난해 12월, 의료계는 그간 병원에서 묵인된 간호사 등 ‘진료보조인력’(PA)의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이 대한병원의사협회(이하 병의협)였다. 병의협은 지난해 12월 10일 소위 ‘빅5’라 불리는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인 A병원 소속 교수 13명과 B병원 소속 교수 10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금년 6월말 현재 병의협 임원이 송파경찰서와 서초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해당 병원 두 곳의 의료진 등에 대해서는 일부 소환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아예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병원 관계자는 “현재 송파경찰서에서 이번 PA 사안에 연관된 교수들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다만 개별적으로 조사에 응하는 형식이다 보니 구체적으로 몇 명의 교수가 경찰서를 방문해 진술을 했는지 등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병원은 경찰이 병원을 찾아 관련 자료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근래 수사에 속도가 붙는 것으로 전해졌다.
B병원의 경우에는 검찰에서 경찰로 이관된 후 아직까지 수사 자체가 개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할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불법 의료행위에 관련된 사건은 경제팀이나 지능팀에서 담당하게 되는데 B병원 관련해서는 접수된 사건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만일 다른 팀에서 접수가 됐더라도 보통 윗선에서는 사건 내용이 공유하는데 들은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 B병원 측도 불법 PA 관련 수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이다. B병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법무팀 등을 통해 파악해본 결과 PA 수사와 관련해 우리 병원 교수님들이 출석요구서를 받거나, 조사를 받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병의협 측은 “거북이 수사”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병의협의 한 임원은 “검찰 고발 후 해당 사건이 관할 경찰서로 이관됐지만, 수사 진행 상황 등에 대해서는 마땅히 공지된 바가 없다”며 “경찰 쪽에서 소식이 없어 협회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병의협, PA 불법의료 신고센터 제보 기반 검찰 고발

작년 검찰 고발은 병의협이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한 ‘PA 불법의료 신고센터’를 통해 받은 제보의 후속 조치였다. 병의협은 해당 교수들이 PA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방조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지시도 내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병의협 발표에 따르면, A병원은 혈액 및 종양성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골반뼈에서 골수를 채취하는 시술을 동반하는 '골수 흡인 및 조직검사'를 PA가 시행하고 있었다.

‘골수 흡인 및 조직검사’는 시술 과정에서 골반 내 장기들이 손상될 위험이 크며 또한 시술 후 통증이나 출혈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전문의들도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 밖에 이 병원 심장내과와 소아심장과에서 시행하는 모든 심장초음파가 간호사나 방사선사 등에 의해 시행되고 있으며 의사 입회는 전혀 없다는 내용도 고발장에 담겼다.

특히 A병원 심장초음파실에서는 의사 입회 없이 PA가 직접 심장초음파를 시행한 후 결과를 환자 진료기록에 입력하면 의사는 추후 형식적으로 서명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의협이 고발한 또 다른 B병원에서는 수술실에서 이뤄지는 모든 봉합을 의사가 아닌 PA가 진행하고 있었다.

병의협은 “PA 대리수술은 전국민적 공분을 산 대리수술과 다를 바 없으며, 이 같은 무자격자 수술행위가 상급종합 병원에서 만연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PA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는 악질적인 불법행위로, 고발 조치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해당 병원 CCTV 영상 및 관련 자료 확보를 포함해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병의협 고발 이후 한동안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최초 고발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수사에 뚜렷한 진전은 없었고 해당 교수들도 이전과 다르지 않게 평소처럼 진료에 임하고 있었다.

이에 병의협은 상임이사회와 정기총회에서 후속 대책을 논의, 추가 고발과 보건복지부에 대한 행정소송 등을 논의했다.

이러한 병의협 움직임에 2019년 2월 수사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진료보조인력(PA)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고발장 접수 두 달 만에 검찰이 병원 소재 경찰서로 사건을 이관, 수사가 본격화된 것이다.

A병원의 경우 서울동부지검에서 송파경찰서로 이관돼 참고인 조사가 진행됐으며, B병원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서초경찰서에 수사를 지시했다.

복지부, 관할 보건소에 두 병원 실사 지시

수사가 속도를 내자 복지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해 3월 보건복지부는 해당 병원 소재지인 송파구보건소와 서초구보건소에 각각 A병원과 B병원에 대한 실사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고발 주체인 병의협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압수수색 영장 없는 보건소 실사 계획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며 실질적으로 PA 실태를 적발하는데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만일 보건소가 차트를 조사한다고 해도 병원에서 PA와 관련된 사안을 명기했을 리가 없으며, CCTV 확인을 통해서만 PA 불법시술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영장이 발부된 바가 없어 CCTV 검수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실사 조사는 대부분 진료기록부 확인 등의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전언이다.

송파구보건소 관계자는 “실사 요청이라기 보다는 복지부에서 공문이 내려왔다. 병원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은 복지부와 보건소에 있는데 복지부가 전부 할 수 없어 보건소에 협조 요청을 한 것”이라며 “공문 내용에 대해 검토를 한 뒤 지도점검 목적으로 A병원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보건소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공문을 받았지만 특정 사안 하나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포괄적인 내용이 많다”며 “B병원을 방문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함구했다.

이처럼 실사조사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PA 대책 움직임은 다방면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금년 5월 보건복지부는 ‘의사·간호사 직무범위 조율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으며,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 공의협회(대전협)은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협의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잡음은 멈추지 않았다. 정작 PA 고발을 시작한 병의협이 직무협의체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5월 17일 병의협은 성명을 통해 “우리가 PA 문제에 적극적 으로 나서는 이유는 불법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되면 질 낮은 의료행위에 환자들이 노출돼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병원 의사들의 고용도 줄어들어 고용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며 당초 고발 취지를 밝혔다.

이어 “복지부가 협의체를 구성했고 각 단체에 위원 추천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문제의 당사자인 병의협은 배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외에도 대한의학회, 대한간호협회 등 여타 의료단체에는 협의체 참여할 위원 추천을 요청했지만, 당사자격인 병의협에는 요청이 없었다는 것이다.

병의협은 “검찰에 PA 불법의료행위를 고소하니 지난 2월 겨우 해당 지자체에 실사 요청을 했지만 현재까지도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수사에서는 시간을 끄는 한편 이번 협의체 위원 추천에서는 병의협을 의도적으로 배제 했다”고 비판했다.

병의협이 PA의 불법의료행위 관련, 빅5 병원 의료진 23명을 고발한 사건은 이렇게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지부진한 모습인 가운데 경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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