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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 품는 사회를 위해 모두 힘 합쳐야"
서진영 과장(호성전주병원 신경과)
[ 2019년 09월 02일 19시 22분 ]

치매 환자들끼리 모여서 생활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마을 전체가 혼돈에 휩싸이진 않을까? 우려와 달리 실제로 치매 환자들이 모여 사는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은 평화롭다.

일종의 치매요양시설인 이 마을은 마을 내부에 슈퍼마켓, 식당, 극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조성돼 환자들도 평범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

치매환자들끼리 동호회 활동을 즐기는 등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폐쇄된 요양시설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 의료진이 슈퍼마켓 직원 등으로 일하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환자를 파악하기 때문에 별도로 병원에 갈 필요도 없다.


프랑스와 스위스도 이 마을을 벤치마킹해서 치매 환자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마을을 조성 중이다. 영국도 ‘알츠하이머 카페’를 설치해 치매 환자와 가족,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제3차 치매관리종합계획에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을 포함하면서 2017년 광주 동구, 서울 동작구, 충북 옥천군에 치매안심마을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현재는 지역별 광역치매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치매안심마을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치매는 개인에게 내려지는 진단이지만 환자 가족들에게도 처방 필요한 보호자의 병(病)"

이처럼 전 세계가 치매 친화적 환경 만들기에 고심하는 이유는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치매는 개인에게 내려지는 진단이지만, 환자 가족에게도 특별한 처방이 필요한 ‘보호자의 병’이기도 하다 .

치매 환자의 대부분은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치매 치료는 장기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를 돌보는 배우자나 가족이 우울, 스트레스, 불안 등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다 .

치매환자 1명을 돌보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연간 약 2,074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가족들이 겪을 경제적 부담도 매우 크다 . 이는 평균 연간 가구 소득 5334만원 중 39%를 차지할 정도로 큰 금액이다.


환자들이 ‘호그벡 마을’과 같은 곳에서 지내게 되면 가족들의 돌봄 부담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에게도 좋다. 환자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에서 생활함으로써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호그벡 마을과 같은 치매 친화적 환경은 환자가 요양병원 등 낯선 환경에서 느낄 수 있는 거부감과 우울증을 약화시켜 관련 약물 치료가 줄어들고 사회적 관계에 대한 만족감을 높여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치매 환자가 집에서 지내거나 요양병원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실제 대한치매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치매환자 중 ‘매일 외출한다’고 답한 사람은 21%에 불과했다.

즉, 환자 대부분이 답답하고 사회적 교류가 거의 없는 장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어울려야 하는 사회적 동물인 만큼 치매 환자일지라도 존엄한 노후를 보낼 권리가 있다.

전국에 개소한 256개 치매안심센터를 기반으로, 앞으로는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춰 환자와 환자 가족들까지 잘 품을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을 위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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