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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타는 정부, 답답한 병·의원과 '의료전달체계 단기대책'
박근빈 기자
[ 2019년 09월 30일 05시 06분 ]

[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수첩] 이미 깊숙이 자리 잡은 인식은 쉽게 변하지 못한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어려운 이유는 수십 년간 유지해온 대형병원의 브랜드 이미지가 견고하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물론 일차의료 살리기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지만 질적 편차가 크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고 이를 신뢰감 있게 검증해줄 구조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점점 더 의료전달체계는 붕괴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가장 큰 책임은 대안없이 제도를 설계했고 이를 유지한 정부이겠지만 오히려 그 피해는 공급자인 의료계나 수요층인 환자를 향하고 있다.


정부가 부랴부랴 만든 의료전달체계 단기대책은 결국 상급종합병원을 겨냥했고 또 상급종합병원서 외래진료를 보는 무수한 경증환자로 설정됐다.


먼저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이자 피해자로 구분되는 3차 의료기관은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또 단기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실 이 부분은 패널티를 맞지 않고 인센티브를 받고자 하는 표현이 적절하겠지만 어쨌든 모든 종별의 공급자가 합리적 방안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몇 주간 지속적으로 공급자 위주로 단기대책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향후에는 단기대책도 기존 여러 제도가 도입될 때와 마찬가지로 플러스, 마이너스를 따져 서로 윈-윈 전략을 짜는 방향으로 수정 및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궁극적으로 공급자뿐만 아니라 가입자를 설득시키려는 논리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역에 대해서는 정부나 공급자나 전혀 집중하고 있지 않다.


근본적으로 환자 이동경로를 파악해 전달체계 피라미드 구조 상 아래로 내릴 수 있는 기전을 찾는 것이 우선시돼야 하는데 이 방향성이 모색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의료전달체계의 단기대책 실효성은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쯤에서 ‘전통시장 살리기’ 관련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대형마트 규제로 시작된 이 사업의 실효성은 여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유통산업발전법 상 대규모 점포를 매장 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인 대형마트, 전문점, 백화점, 쇼핑센터, 복합쇼핑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전통시장 인근의 신규 출점을 막는 등록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 특정시간 영업금지 등 규제를 받았다.


그러나 전통시장 유입 효과가 미비하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 등으로 대형마트 상권이 밀리고 있는 상태로 전통시장 살리기 효과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다시 의료전달체계 대책으로 돌아가보자. 상급종합병원에 환자 방문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제도가 설계되는 상황이다. 동네 병의원으로 경증질환자를 돌려 안정감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대의명문은 확보됐지만 그 방식은 전통시장 살리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의료계 의견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상운 대한의사협회 전달체계TF 단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있어 일차의료가 활성화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병원·상급종합병원도 함께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태욱 가정의학과의사회장은 “현재 상급종합병원 진료의뢰 환자의 90% 이상은 환자가 원해서 발급하게 되는데, 복지부의 이번 정책과 관련해 과연 환자가 요구하는데 거부할 수 있는 의사가 있을지 자체가 의문이다. 이번 정책에 대한 실효성과 현실성은 넌센스”라고 말해 실패를 시사했다.


환자 선택권 보장이 강조되는 시기에 환자가 동네의원를 찾아갈 수 있는 기전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공급자와 정부 간 의료전달체계 개편 셈법만을 고심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상황을 들여다 보고 이를 개선시킬 수 있는 심도 있는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 해법의 출발점이 어디인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상급종합병원을 옥죄어 환자 수와 진료비를 줄이는 대책이 발동된다고 해서 수십년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 다른 부정적 풍선효과가 발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ra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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