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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醫·韓·齒 회장과 '사익 or 공익 추구' 프레임
박정연 기자
[ 2019년 10월 31일 05시 45분 ]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수첩]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이 적잖은 곤욕을 치렀다. 청와대까지 거론된 상황이어서 앞으로 후폭풍의 여파가 어떻게 밀려올지 예측하기 힘들다.

“첩약 급여화를 위해 청와대에 찾아가 엎드려 울면서 빌었다”고 언급한 대회원 강연 동영상과 함께 정부와의 야합 의혹이 제기되며 국회와 의료계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 질타를 받았다. 동영상을 공개한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청와대를 찾아간 일이 사실인지 강하게 추궁했고, 같은 당 김명연 의원 역시 정확히 얘기하지 않으면 회장직에서 사퇴할 수도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참고인 출석을 마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최 회장은 일련의 ‘첩약 급여화 정책 거래 의혹’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특히 국감장에서 지적받은 ‘엎드려 빌었다’란 표현을 재차 언급하며 “첩약 급여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열 번이라도 엎드려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절박함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은 것을 불사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이익단체 회장이 국민건강에 이바지하고 단체 이익에도 부합하는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누구를 만나지 못하고 어디를 가지 못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최 회장 담화문에 담긴 내용은 대부분 이익단체와 부합하는 것이다. 회원들의 권익 보호 및 향상을 지향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현재 의료계 주요 직역은 모두 종주단체를 두고 있다. 의사는 대한의사협회, 한의사는 대한한의사협회, 치과의사는 대한치과의사협회를 구심점으로 활동한다. 약사와 간호사도 각각 대한약사회와 대한간호사회가 설립, 운영하고 있다.
 

오랫동안 이들 의료단체는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조심스러웠다. 90년대에 한의협회장을 역임했던 某 한의사는 “협회를 이끌면서 항상 의료인이라는 것을 의식하며 표현 하나에도 신중을 기해야 했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하지만 요즘 추세는 조금 상이하다. 의료인들이 점점 더 ‘강한’ 리더를 원하기 시작한 탓이다. 현직 단체장들의 면면을 보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제40대 의협회장에 선출된 최대집 회장은 처음부터 ‘투쟁’이란 강한 슬로건을 내걸고 나섰다. 취임 후 ‘의쟁투’를 구성한 그는 “의사들의 권익을 지켜야 한다”고 공언하며 회무를 이어나가고 있다.

취임 전부터 상복 시위와 화형식 퍼포먼스와 같은 강렬한 모습으로 회원들의 지지를 얻어냈던 최 회장은 회장직을 맡은 이후에도 삭발을 감행하고 단식투쟁을 벌이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또 '의권을 위협하는' 이슈가 발생하면 즉각 고소, 고발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집행부 출범 이후 한의계를 상대로 한 검찰 고발만 4건이다. 
 

재선된 제30대 김철수 치협회장은 "개원의들 몫을 위협한다고 여겨지는 네트워크 치과를 척결하겠다"며 1인 시위를 불사하기도 했다.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제약회사 CEO와 변호사 이력을 바탕으로 한의사 의료영역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공약을 통해 회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일각에서는 이같이 강경한 의료인 단체장의 행보를 보며 밥그릇 싸움에 여념이 없다고 힐난하기도 한다.
 

물론 의료행위의 공공성을 제쳐둔 묻지마 이익 추구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예전에는 ‘온화했던’ 의료인 단체장들이 이제는 체면을 내려놓고 이토록 강경한 태세를 취하게 된 배경은 고민해 봐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그들의 주장도 이젠 설득력도 얻고 있다.
 

의료인 단체들이 숨죽이고 활동하고 있는 사이 정부 정책은 쉴 틈 없이 변화했다. 이번 정부 들어선 특히 의료 보장성이 강조되며 의료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많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급여화가 이뤄지며 수가 현실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커뮤니티케어에 대해서는 봉직의들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가 이번 정부의 수혜 대상으로 지목하는 한의계도 방치된 한약사 문제를 안고 있다.
 

강경한 의료단체장의 등장은 오랫동안 앓다가 이제는 버틸 수 없게 된 의료계의 현 상황을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시민단체 등이 주장하는 "사익 추구"라는 프레임에만 입각해 이들의 목소리를 소음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이들 단체의 주장이 온전히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하는 것인지는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또 정책 수혜의 당사자인 국민들도 관심을 갖고 여론의 방향을 자주적으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단체장이 자신들의 권익과 의료인의 공공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대한민국 현실에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쉽지 않지만 정부와 국민, 의료인 간 건전한 논의와 상호감시를 통해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바람직한 의료환경이 조성되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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