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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허수(虛數) '진료비 통계' 진실 유무 촉발
작성 시점 따라 편차 커···올 수가협상서 지표 '뇌관' 터져
[ 2019년 11월 03일 17시 58분 ]

[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진료비 통계의 불명확성에 대한 본질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큰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그 수치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문재인케어가 시행된 후 진료비 인상률을 두고 정부 측과 공급자인 병원계 간 해석 차가 극명하게 벌어지는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정부가 내놓은 통계 수치는 보편타당하고 검증돼야만 하는데 이 기준조차 모호해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진료비 통계의 함정은 무엇인지 세부적으로 들여다본다.

불분명한 진료비 통계의 뇌관은 금년 5월 수가협상 과정에서 터졌다. 당시 대한병원협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0년도 건강보험 수가협상 진행 과정에서 제공한 진료비 통계가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 자료와 실제 병원들의 수치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건보공단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증가율이 25%를 넘어섰다.

하지만 병원협회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빅5 병원 중 한 곳은 16.9%, 다른 한 곳은 9.4% 증가율을 보였다. 수도권 소재 또 다른 대학병원 진료비 증가율 역시 10.9%였다. 그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건보공단이 집계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강보험 주요통계’에서 해석상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수가협상에서 공식적 근거로 활용되는 진료비 증가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병협 측은 “건보공단 진료비 자료는 통계적 오류가 의심된다. 수가협상 근거로 제시된 자료인 만큼 신뢰성을 재검증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 원인은 조사 시점


결국 진료비 통계의 왜곡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계기가 됐고 이는 분석 시점에 따라 비율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으로 정리됐다.

건보공단 빅데이터실에 따르면 “의료서비스가 이뤄진 진료 시 통계가 필요하지만 진료 시점이 아닌 ‘지급 관련 시점’에서의 현황이 주가 된다. 이 과정에서 통계 수치 해석의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건강보험 주요통계는 지급 시점을 따져 분석한 결과로 2016년 11%, 2017년 7%, 2018년 12%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진료시점으로 전환해 분석하면 2016년 11%, 2017년 8%, 2018년 9%로 매년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당초 수가협상 시기에 내놓아야 했던 자료를 몇 달 뒤 발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바로 이 시점에 대한 차이를 문제로 지적했다.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는 “진료비 통계지표의 한계가 존재한다. 실질적인 진료시점 자료가 아니라 심사시점를 기반으로 자료가 나오다 보니 해석상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정리해보면 건보공단은 진료비 지급 시, 심평원은 심사때 기준으로 진료비 통계를 발표했던 것이고 지금까지 이 기준을 공식자료로 활용했다.

대안 제시 심평원의 투트랙 전략

앞서 문제가 됐던 ‘시점’을 중심으로 진료비 통계가 달라진다는 것을 인정한 만큼 심평원은 다른 통계를 공개하는 등 대안을 제시했다. 이른바 ‘진료비 주요통계’, ‘진료비 심사실적’ 등 2개의 자료를 공개하며 대응에 나선 것이다.

여기서 진료비 주요통계는 실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한 시점을 기반으로 작성된 자료에 올해 처음 공개되는 내용이다.

반면 진료비 심사실적은 통상 나왔던 자료와 동일한 것으로 심사가 완료된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심평원 측은 실질적인 증가율을 판단하는 지표로는 진료비 주요통계가 합리적이며 이 자료에서 상급종병 진료비 증가율은 12.43%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이 발표한 건강보험 주요통계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증가율이 전년대비 25.2%였으나 2배 이상 차이를 보인 것이다.

심평원의 2018년 진료비 주요통계 상 요양급여비용은 의원이 15조247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상급종합병원 13조4544억원, 종합병원 12조8858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기존의 방식, 즉 심사일 기준 통계인 진료비 심사실적 자료를 보면 건보공단이 공개했던 증가율 수치와 벌어지지 않았다. 상급종합병원 증가율은 24.23%로 집계됐고 종합병원 13.62%, 의원 10.34%로 조사됐다.

투트랙 통계를 제시한 심평원 측은 “진료비 심사실적은 기존 진료비 통계지표처럼 심사시점을 토대로 빠르게 자료를 공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건강보험 요양급여 현황은 진료시점을 기반으로 완성된 수치를 제공하는 것에 목적을 뒀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케이 이후 변화하는 진료비 증가율 등의 분석은 실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한 시점을 기반으로 작성된 진료비 주요통계로 판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온전히 수치가 제시될지는 의문

결국 시점 차이로 진료비 증가율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건보공단, 심평원 관계자들 모두 인식하고 있는 부분으로 “점차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실제 환자가 방문한 시점을 기반으로 통계가 완벽하게 작성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 시각이 제기된다.

심평원의 투트랙 전략과 관련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지급일 기준 통계가 해석 상 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진료시점으로 통계를 내야 명확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당연히 맞는 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요양급여비 청구는 3년이라는 법적 기한이 존재하므로 온전한 수치가 나오기 어렵다는 시각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요양급여비 청구는 3년 내에만 하면 된다. 통상 3~6개월 걸려 청구가 이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전부 파악할 수 있는 기전이 있을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심평원이 꺼내든 진료시점 통계에도 해석 상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처럼 진료비 통계 수치는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점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의료계 일각에서는 “통계의 함정이 드러난 상황에서 구미에 맞는 지표만 공개하려고 하는 정부의 속내가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문케어 시행과정에서 개원가의 어려움이 급증하고 있는 사실은 그대로 드러나고 있고 상급종합병원 쏠림은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른척하는 통계로 응수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다.

근본적으로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통해 대형병원 쏠림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코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때문에 통계는 그 심각성의 바로미터가 된다. 지금은 문케어 쏠림 현상을 축소시키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 보다 명확한 지표를 만들고자 노력해야 할 시기다.

상급종합병원 ‘죄인(罪人)’ 논란 근거

그 수치 진위 여부와 별개로 진료비 통계는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의 근거로 작용한다. 통계를 기반으로 의료전달체계 개편 단기대책이 세워진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 질문은 여기서부터 출발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병협 측은 “대형병원 쏠림과 관련해 질타를 받고 있는데 마치 큰 병원이 죄인(罪人)인 것 같다. 해당 병원들이 단지 상업적인 관점에서 유치하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적 오류를 검증하는 과정이나 시간이 불충분했는데 신뢰도 있는 통계로 비치다 보니 여론이 그렇게 형성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왜곡된 진료비 증가율은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로 이어지고 현재 그 탓을 병원계로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복지부는 “대형병원 쏠림 정의가 상급종병에 몰린다는 것인지, 아니면 ‘빅5’라는 것인지, 아니면 종합병원으로 몰린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책은 대개 증례로 이뤄지는데 이번에 의료이용 10년 치를 분석해보니 상급종병이 두드러지게 올라가지 않거나 의원들이 두드러지게 떨어지지 않는다. 정부도 수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곤혹스럽다”고 답변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ra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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