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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속도 vs 강력 반발 의료계
[ 2019년 11월 17일 18시 20분 ]

[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수첩] 의료계의 울분이 거세지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과 관련해서 국회 통과가 급물살을 타면서 가뜩이나 불편한 의사들의 목을 더 조르고 있는 모양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산하 의사단체 및 의료 분야 학회들은 실손보험 간소화 통과 저지를 위해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분위기다. 


쟁점이 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고용진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양기관은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경유해 직접 보험회사로 서류를 보내도록 강제하는 청구대행도 가능케 했다. 법안의 목표는 민간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고, 보험금 청구를 간편하게 하기 위함이다.
 

보험업계는 숙원 법안이었다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치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먼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일 종합학술대회 중 긴급 상임이사회를 개최하고, 개정안 저지에 총력을 집중키로 결의했다.


당시 상임이사회에서 “보험업계가 실손보험으로 인한 심각한 적자를 호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비자의 편의라는 명분을 내세워 청구 간소화를 추진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하는 게 아니라 보험사가 질병 관련 정보를 쉽게 획득하기 위한 것이며 이렇게 얻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거나 보험 가입 거부 근거를 쌓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군다나 의료기관들은 실질적으로 실손보험 가입관계에 있어 당사자가 아님에도 어떠한 대가 없이 청구업무를 강제로 대행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의사협회는 지난 5일 고용진 의원 지역사무소 앞에서 실손보험 지급간소화 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여기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개인정보가 누출되거나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인 심평원까지 참여해 사기업인 보험업계를 위해 업무를 수행하는 점이 부적절하다는 논리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이미 휴대폰 앱으로 서류를 찍어 보내는 것만으로도 가능한데 집요하게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보내도록 요구하는 이유는 결국 보험사가 근거를 충분히 마련해서 액수가 큰 청구를 거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구 간소화로 인해 이익을 보는 것은 오직 보험업계뿐이며 국민과 의료기관은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고 언급했다.


의협을 중심으로 강원도의사회, 전라남도의사회 등 지역의사회는 물론 척추신경외과학회와 도수의학회도 관련 법안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선 상태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역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는 가입자를 핑계로 보험업계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법안으로 보험업계 편의 봐주기인 동시에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는 만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보험업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과정 속 의료계의 거센 반대 입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심평원 입장은 다소 불편한 상황이다.


심평원 측은 “법적으로 심평원이 개입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견해를 피력한다. 사실 관련법 개정안에 심평원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다 보니 수면 아래에서 보험업계와의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심평원의 개입 여부가 관건인 상황인데도 심평원 공식의견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추정된다.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지금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골든타임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피보험자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의료계에 받아들여지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의료계와 보험업계의 긴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ra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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