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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뇌기능 개선제, '전문약→건강기능식품' 전환 논란
약사 "임상 근거 미비" vs 의사 "치매 조기관리 중요"···식약처 약효 재평가 '촉각'
[ 2019년 11월 21일 06시 08분 ]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기획 下]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뇌기능 개선 의약품인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유효성 재평가가 마무리되면 보건복지부는 급여 재평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물론 약효가 있다고 결론나면 지금처럼 의사 처방 패턴이 유지되겠지만, 불충분하다고 판단하면 적응증 조정 등을 포함한 급여 변경, 혹은 삭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를 필두로 약사단체는 지속적으로 급여 삭제, 전문의약품 자격 박탈, 건강기능식품 전환을 요구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의사들은 국제적 임상시험 결과에 기반한 측면과 함께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마땅한 치매 치료약이 없는 상황에서 예방 차원의 효과를 줄 수 있는 의약품을 토대로 환자 관리를 해 나가는 것이 국민건강 증진은 물론 건강보험재정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보험 급여 삭제하면 환자들 지금보다 '경제적 부담' 훨씬 심화

식약처와 복지부, 심평원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미지수인 가운데 유관단체인 약계와 의료계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재평가 이슈에 대해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약계는 급여 삭제 및 전문의약품 지위 박탈을 주장하는 반면 의료계는 유효성 평가 결과에 따른 급여 범위 조정 등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이번 논란에 불을 지핀 약계 주장부터 먼저 살펴보면, 건약은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허가사항을 증명할 근거가 부재하고, 임상적 유용성이 떨어진다는 점, 외국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는 점을 들어 급여 삭제를 주장하고 있다.

건약 관계자는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전문의약품 지위를 박탈하고 급여 목록에서 삭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식약처 공무원 입장에선 이 약이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겠지만, 과학적으로 따졌을 때 효과가 없고 비용 효과성도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에 급여에서 삭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의료계 내부적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과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급여 삭제 및 전문의약품 지위 박탈은 "지나치다"는게 공통된 견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A교수는 "급여 조정은 필요하지만 사망위험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 이슈가 아닌데 전문의약품에서 빼자는 주장은 이해가 안 된다"며 "그런 제안이 진짜 환자를 위한 것인지 재고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B교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삭제 시 환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클 것이다. 지금도 중증치매환자가 10% 본인 부담금을 내고 있는데, 만약 급여 적용이 안 되면 5000원 내던 약값을 5만원 내야 하니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함께 경제적 부담도 느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원가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서울 소재 J내과 K 원장은 "글리아티린을 건강보험에서 배제하면 안 된다"며 "치매는 보통 도네페질을 써야 하지만 그 전(前) 단계에서 쓸 수 있는 뇌 관련 인지기능개선제로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유용하기 때문에 건강보험 급여 삭제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H신경과의원 C 원장도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정부가 규제를 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면서도 "너무 과하게 약제 사용을 규제해선 안되지만 치매 치료 보조제로 고려해볼 수 있다"고 옹호론을 펼쳤다.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시키면 환자에게 '득(得) or 해(害)'

콜린알포세레이트와 관련해 더 민감한 이슈는 '건강기능식품 전환'이다. 전문의약품 지위를 박탈하는 대신 건기식으로 판매될 수 있도록 약계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기식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 및 가공한 식품으로, 질병에 직접적인 치료나 예방은 불가능하지만 인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거나 생리기능을 개선토록 돕는다. 

실제 미국, 유럽 국가 등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건기식이 판매되고 있으며, 건보재정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보다 환자들이 편하게 섭취할 수 있다는 점 등이 혜택으로 꼽힌다.

건약 측은 "글리아티린(콜린알포세레이트 대표 상품명)의 전문약 지위를 박탈하고 급여 의약품에서 삭제해야 한다”며 “건기식이야말로 글리아티린에게 적합한 위치다. 글리아티린 외 건기식으로 확대하려는 여러 천연물 추출 성분 의약품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평가도 새롭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약사들 주장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약효가 없다면서 왜 건기식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는 물론 이를 판매해도 소비자가 얻을 혜택이 없고 오히려 환자 부담만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치매안심센터 확대를 포함 치매국가책임제를 적극 실시하고 더불어 치매질환에 대한 개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건기식 제품으로 판매토록 하는 것은 국민 부담 경감이라는 문재인 케어 등 정부 정책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가천길병원 신경과 C교수는 "콜린알포세레이트가 건기식으로 바뀐다면 오히려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상업화되고 남발돼 만병통치약으로 불리는 '크릴오일'처럼 될 수 있다"며 "전문의약품의 경우 의사가 처방을 줄이면 되지만, 건기식으로 상업화되면 오남용을 막지 못하고 국민들 비용 지출과 혼란만 더 늘 수 있다"고 비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D교수 역시 "약사들이 콜린알포세레이트 약효를 부정하면서 건기식으로 만들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효능이 없는데 인체 기능을 어떻게 간접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E교수는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임상적 근거가 없는 적응증에도 과도하게 쓰이는 게 문제지, 약효가 없어서 건기식으로 전환하자는 것은 논점 이탈이다. 이 약이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치매환자를 조기에 관리하지 않아 드는 사회적 총비용을 고려하면 전문약에서 배제될 경우 오히려 약제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지역 정신건강의학과의원 A 원장도 "건기식으로 바뀌면 건보 재정 부담은 줄겠지만, 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증가한다"며 "프로바이오틱스처럼 수많은 업체들이 천차만별 품질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품을 쏟아낼 텐데 지금과는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결정 식약처·복지부 몫···심평원 "부작용 아닌 유효성 논란, 급여 삭제·전문약 퇴출 전례 없어 신중"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 지속 여부에 대한 공은 보건당국에 넘어갔다.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보유한 130개 제약사의 240여개 품목에 대해 유효성 입증 자료를 요구했다.
 

기한은 지난 11월 19일까지였다. 해당 제약사는 국내외 사용현황, 품목 허가사항 변경에 대한 의견 및 필요시 허가사항 변경(안), 유효성에 대한 종합적 의견과 향후 계획 등을 제출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출된 자료와 함께 건강보험 청구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평가한 후 전문가 및 업계 의견수렴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복지부는 일단 식약처의 유효성 재평가 검토 결과를 기다린 뒤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진행되는 사안은 없다"면서 "식약처가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자료 제출 및 검토 작업에 착수해 효과성 재평가 관련 입장을 전달하면 움직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역시 식약처 판단 이후 비용효과성 분석 등과 같은 경제성 평가 진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임을 밝혔다.

심평원 관계자는 "급여 삭제나 조정 여부 등은 식약처가 효능, 효과를 유지할지 아니면 변경할지에 따라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콜린알포세레이트는 경제성평가가 도입되기 전에 급여 적용을 받은 약이라도 만약 필요하다면 이 부분을 새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환자들도 있기 때문에 급여 삭제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부작용 이슈가 아닌 유효성 논란으로 급여 삭제, 전문약 지위 박탈을 시킨 전례가 없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oh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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