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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발암물질 의약품, 정부-제약사 '네 탓' 공방
양보혜기자
[ 2019년 12월 22일 17시 49분 ]

지난 해부터 제약업계를 강타한 의약품 불순물 검출 사건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고혈압과 위장약에 이어 가장 최근에는 당뇨환자 80% 이상이 복용하고 있는 메트포르민에서도 발암물질이 검출돼 향후 추이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해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약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내 식약처도 원료의약품 조사를 진행한 후 175개 품목에 대한 사용을 중지시켰다.

발사르탄 사태가 채 마무리 되기도 전에 올해 9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잔탁'으로 알려진 라니티딘 위장약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렸다.

식약처 역시 제약업체들의 자체 점검과 내부 검사를 통해 전체 라니티딘 품목 판매중지 결정을 내렸다. 국내 2000억원이 넘는 라니티딘 위장약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셈이다.

라니티딘 외에 H2RA(티딘)계열 일부 제제에서도 불순물이 검출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식약처는 화학구조가 비슷한 니자티딘에 대한 조사도 실시했다. 그 결과 기준치를 미량 초과하는 NDMA가 검출돼, 판매가 중단됐다.

제약업체들은 매출 신장을 견인해왔던 대형품목들이 잇따라 퇴출되는 타격을 입은 동시에 이 과정에서 정부가 지출했던 건보 재정 일부까지 보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런데 이 제품들은 식약처 심사 및 허가를 통과했다. 규제기관이 제시한 절차에 따라 효능 및 안전성을 입증, 품질관리까지 해왔기에 예상치 못한 사건에 대해 면죄부를 줘야 한다고 업계는 주장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식약처가 제시한 절차에 따라 허가를 획득한 약으로, 재심의 등을 거쳐 품질 관리까지 확인된 약"이라며 "고의가 아니라면 면책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이며, 심지어 아직 원인규명도 명확하게 되지 않았는데 책임부터 추궁하니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반면, 식약처는 면죄부 주장에 난색을 표했다. 제약사가 의약품 판매 중지로 손해를 입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의약품을 제조, 생산할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에서도 의약품 불순물 검사 및 관리는 제약사의 '자체점검'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물론 세부적인 내용에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해외 규제기관 행보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업체들의 주장이 심정적으로 이해가 되나 문제가 있는 의약품을 제조, 유통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아울러 문제가 되는 제품들에 대해 규제기관이 다 품질 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 유럽 등 선진국처럼 우리도 업체들의 자체점검 결과와 식약처 차원에서도 검사를 진행한 결과를 종합해 판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의약품 불순물 검출 사건은 제약사와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 공방으로 이어졌다. 식약처의 발사르탄 판매 중지 이후 대체약 교환 등으로 비용을 지출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그 비용을 제약사들에 청구했다. 

이에 판매 정지 발사르탄을 보유한 36개 제약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구상권 청구에 반발하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이 책임 분담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까닭은 제2의, 제3의 발사르탄 사태가 계속 벌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으로 보인다.

라니티딘, 니자티딘, 메트포르민, 그 다음에는 어떤 약에서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지만, 발사르탄 사태 해결방식이 선례가 둘까 우려해 더 방어적이고,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책임 공방 과정에서 의약품 불순물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진단 및 대응 모색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비생산적인 책임 추궁은 잠시 접어두고 좀더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答)을 찾아야 한다.

과학기술 발달로 앞으로도 의약품 불순물 관리 이슈가 더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다룰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의약품 불순물 발생 원인, 유형, 허용기준 등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의약품 품질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를 높일 방법을 모색해야 함은 물론이다. 

boh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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