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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보험회사, 실손보험 간소화 극단적 ‘대립’
汎의사단체 반발 속 소비자단체도 '찬성'···서류 전송업무 심평원 위탁
[ 2020년 01월 03일 12시 06분 ]

[데일리메디 박민식기자/기획 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을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들은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전면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소비자 편의성이 확보된다는 입장과 바로 그 편의성으로 민간보험이 확대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맞서는 형국이다.

‘청구 간소화’로 환자들의 개인정보 보호가 취약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지난해 9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보험소비자 등이 병·의원이나 약국 등에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한 진료비 계산서·영수증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서류 전송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손보험 특성상 보험금 청구가 빈번히 발생하는데 매번 보험금 지급을 위해 소비자가 진료비·계산서 등 서류를 병원으로부터 직접 발급받아 팩스, 우편, 이메일, 스마트폰, 보험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실손보험 가입자는 청구해야 할 보험금이 100만원이 넘으면 보험사를 직접 찾아 청구해야 한다. 그래서 소액인 경우에는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20.5%가 소액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는 통계도 존재한다.

결국 서류를 발급받고 제출하는 과정이 간소화되면 보험소비자의 편의성이 증대될 것이라는 이유로 관련법이 논의되고 있다.

의료계, 의협·학회 등 반발 거세
관련 법안을 두고 의료계 전체가 강경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를 시작으로 의료계 각 영역 39개 단체가 릴레이로 반대 성명을 내며 실손보험 간소화법 국회 통과를 막고 있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을 개악안으로 규정하고 법안 개정이 강행될 시 전면적 투쟁을 선포했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실손보험 청구대행 강제화를 통해 환자들의 진료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실손보험 가입거부 등 보험사의 손해율을 낮추겠다는 음흉한 속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관련법 저지를 위한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 5일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 지역사무소 앞에서, 7일은 부산시광역시의사회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 지역사무소 앞에서 각각 보험업법 개정안 철회 촉구집회를 열었다.

19일에는 전사적 투쟁을 천명하는 성명까지 발표하며 국회 통과를 저지하고 있다. 의협 산하 각 단체도 힘을 보태 실손보험 간소화를 막아보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계에서는 대한가정의학회, 대한내과학회, 대한도수의학회,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대한비뇨의학회,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대한안과학회,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대한최소침습척추학회 등이 의협의 입장에 동참했다. 

개원가에서도 대한개원의협의회를 비롯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외과의사회, 대한안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대한피부과의사회 등이 성명을 발표하여 보험업법 개악안의 문제를 지적하고 철회를 요구했다.

지역에서는 서울특별시의사회, 부산광역시의사회, 대구광역시의사회,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전광역시의사회, 울산광역시의사회, 강원도의사회, 충청남도의사회, 전라북도의사회, 전라남도의사회, 경상북도의사회, 경상남도의사회 등이 보험업법 개악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 대한지역병원협의회도 동참했다.

쟁점은 환자 의료정보 ‘유출’
의료계가 관련법 개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기관이 전자문서를 통해 진료정보를 보내는 과정에서 환자 본인의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보험사가 알게 되는 등 환자의 의료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개인 선택으로 가입한 민간보험 영역에 제3자라고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개입해 보험료를 대신 청구해주는 것은 의료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인 동시에 또 다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의료계는 “보험금 청구시 필요한 영수증·진료비 내역서 등을 병원이 중계기관을 거쳐 직접 보험회사로 전자전송하는 것은 민감한 개인 진료정보를 민간보험회사에 넘기려는 실손보험사 특혜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법안은 결과적으로 보험사가 보험료 지급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는데 활용할 수 있고, 환자의 질병이나 개인정보가 누출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국 환자가 민간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 자료수집 및 근거확보 의무는 보험사에게 있으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다면 그 절차 개선에 대한 의무도 보험사에 있는 것이 합당하다는 논리다.

물론 이 주장에 반박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보험업계는 지금도 가입자가 보험금 청구를 위해 각종 진료기록 및 영수증 등을 제출하고 있고 이를 다시 전산으로 입력하는 거치기 때문에 병원이 전산화된 자료를 보낸다고 해서 정보 누출이 더 많이 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이유는 환자 개인별 진료비 내역이 공개될 시 의료기관의 비급여 항목과 그 진료비가 노출되면서 병원 수입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는 보험업계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 역시 “몇몇 대형병원에서 시범 사업 중인 전자문서 정보 수령으로 다수의 의료 소비자가 편의성을 느끼고 있다. 보험사에 종이문서로 의료정보를 전달해야만 보험사의 꼼수를 막을 수 있다는 의협 논리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보험업계는 문재인 케어로 인해 손해율이 높아졌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실손보험 간소화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해율이 높다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소액까지 청구 가능한 법안 통과를 바라고 있는 것은 보험 가입자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간보험사 확장과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정됐다는 의혹이다.

의료계는 “이율배반적인 보험업계 태도 속에 진실이 숨겨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실손보험에서 청구 간소화로 보험금을 소액이라도 받게 되면 재가입률이 높아지는 등 그만큼 가입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비쳤다.

환자들이 비급여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 비급여가 많아질수록 실손보험 필요성은 커지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결국 건강보험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다.

관련 법에 위탁기관으로 언급된 심평원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심평원 측은 “법적으로 심평원이 개입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의료계의 격렬한 반대와 법안 통과를 원하는 보험업계 바람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지금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골든타임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대정부 투쟁의 시발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추후 어떤 형태로 실손보험 간소화법이 처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ms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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