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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악용 논란 '의사 의료자문' 오명 벗을까
보험금 삭감·부지급 사례 증가···"보험사기·과잉진료 예방 취지 변질" 지적
[ 2020년 01월 08일 12시 23분 ]

[데일리메디 박민식기자/기획 4] 20대 여성 A씨는 큰 사고를 당해 수술을 했지만 골반 골절에 따른 기형으로 향후 정상적인 자연분만이 어렵다는 소견을 받았다. 보험 지급기준에 따르면 비용의 15%를 보험사가 지불해야 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의 소견이었음에도 보험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의사에게 의료자문을 했다. 보험사가 내민 자문결과는 ‘자연분만 가능’ 이었다.

보험회사는 쉽사리 보험금을 지급하려고 하지 않았고, 결국 A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지리한 싸움을 진행 중이다. 이 처럼 보험회사가 의료자문 내용을 근거로 가입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삭감하거나 부지급하는 경우들이 적지않다.

원래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의사들의 자문을 통해 보험사기, 과잉진료 등을 걸러내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돼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의 의료자문 의뢰 건수는 8만7467건이었다. 이는 2014년 3만2868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한 의뢰 건 중 3만1381건이 지급돼지 않아 부지급률이 30%에 달했다. 특히 생명보험의 경우에는 일부 지급되지 않은 경우와 부지급을 더할 경우 2만94건 중 62.3%인 1만2510건에 이르렀다.

금년 10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의료자문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금감원과 손해보험협회(손보협)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보험사별 의료자문 현황’을 근거로 보험사와 특정 의사 간의 카르텔을 의심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의사 B씨는 지난해 보험사로부터 총 1815건의 의료자문을 받았고 3억5000만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이는 연봉을 넘는 수준으로 하루 평균 6~7건의 의료자문을 할 경우 가능하다.

특히 B씨가 처리한 의료자문 중 1190건(65.6%)이 삼성화재로부터 요청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특정 보험사와 의사 간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의료자문의 경우 직접 환자를 대면하는 주치의와 달리 보험사 자료를 통해서만 환자 상태를 판단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게다가 보험사에서는 자문의사 이름은 물론 소속 병원도 알려주지 않는다. 환자들은 말 그대로 자문의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채 일방적인 자문결과 때문에 보험금을 삭감당하거나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금감원, 의료자문 설명의무 부과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 관련 기관과 업계 등에서도 개선안 마련에 한창이다.

금감원은 내년부터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근거로 보험금을 삭감 또는 부지급할 경우 이에 대해 가입자에게 설명하는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의료자문을 통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의뢰하는 이유와 의료자문 결과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케 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 제도가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남용하는 것을 양성화하는 명분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에도 의료자문은 활용되던 제도이며 오히려 이를 가입자 몰래 의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료자문 설명의무 부과 취지에 대해 말했다.

이어 “손해사정사나 보험사가 의료지식을 갖고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입자도 그렇듯이 보험사도 필요한 부분에서는 자문을 받아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 외에도 보험사별 의료자문을 근거로 한 부지급률을 공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보험업계, 자구책 모색···실효성 미지수

보험업계에서도 자체적으로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지난 3월 대한도수학회를 시작으로 최근 대한정형외과학회와도 MOU를 체결했다.

생보협은 이를 통해 보험사들이 특정 의사가 아닌 학회에 의료자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개별 보험사들이 생보협에 요청을 하면 생보협이 MOU를 맺은 학회들에 자문을 의뢰하는 구조다.

학회는 자문의 풀(Pool)에서 의사를 선정해 자문을 하도록 하고 자문료는 학회가 월말에 일괄적으로 개별 보험사에 청구하게 된다. 개별 보험사가 직접적으로 자문의와 접촉하는 통로를 막아 애초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막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제도이다 보니 보험사들이 굳이 기존 방식 대신에 생보협을 통해 자문을 의뢰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아직까지 생보협을 통한 보험사들의 자문 의뢰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협 관계자에 따르면 대한정형외과학회를 통한 자문은 시범 사업을 거쳐 11월 말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20여 건 정도의 의뢰가 있었다. 금년 3월 MOU를 체결한 대한도수학회의 경우는 10여 건에 그쳤다.

지난해 의료자문이 8만7000여 건이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시행 초기임을 감안해도 실망스러운 수치일 수 밖에 없다.

특히 보험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험사들의 의료자문에 대한 가입자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생보협 관계자는 “시행한 지 얼마 안돼 행정적 절차 등이 완벽하게 정비돼 있지 않고 실적이 많은 시즌이 아니다”라며 “내년 정도 본궤에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보협은 또한 “대한의사협회와도 MOU 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에도 의료자문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한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재수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한 경우 이에 응한 자문의의 이름과 소속 의료기관, 의료자문 결과를 피보험자에게 서면으로 알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ms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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