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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환자 부모에게만 동의서 받은 병원→'2천만원' 배상
고법, 1심 판결 뒤집어···"본인에 직접 설명 안해서 자기결정권 침해·설명의무 위반"
[ 2020년 02월 06일 05시 17분 ]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침습적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하기 전(前), 보호자에게만 시술내용을 설명한 의료진은 설명의무 위반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술 전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된 법적 소송과 의료분쟁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의료인들이 상당히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이창형)은 최근 모야모야병이 의심되는 미성년 환자에게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하기 전에 시술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원에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병원 측은 미성년 환자의 부모에게 수술동의서를 받았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영술과 같은 침습적 시술을 시행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환자 본인에게 직접 설명하지 않은 것은 자기결정권 침해란 이유에서다.
 

A양(당시 12세)은 지난 2016년 서울 某 상급종합병원에 내원해 '모야모야병'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뇌영상을 촬영하면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모락모락'이라라 불리는 이 병은 성인보다 소아 환자가 많다. 소아환자의 경우 수술이 최선의 방법인데, 만약 수술이 지연될 시 신경 장애가 남을 위험성이 높아진다.
 

내원한 A양 상태를 확인한 병원 측은 수술 전 뇌혈관 굵기와 모양을 확인하기 위해 뇌혈관에 조영제를 주입했다. 이후 X-RAY로 촬영하는 조영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조영술을 받은지 3시간만에 A양은 말이 어눌해지고 입술이 실룩이는 증상을 보였다. 당황한 A양 보호자는 병원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의료진은 진정제를 투입한 뒤 CT촬영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A양의 경련은 계속해서 심해졌고 이에 의료진은 뇌MRI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급성 뇌경색 소견이 발견됐고 A양은 중환자실로 이송돼 집중치료를 받았다.
 

이후 모야모야병 수술을 받고 퇴원한 A양은 재활치료에도 불구하고 영구적인 언어기능 저하 손상과 우측 편마비를 겪게 됐다.
 

A양과 가족들은 의료진이 무리하게 조영술을 시행했다며 소송을 냈다. 특히 조영술 합병증과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의 조영술 시행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양이 내원할 당시 이미 질환이 상당 진행돼 자연적인 경과에 따른 증상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병원 측 손을 들어줬다. 미성년자인 A양 보호자에게 조영술의 필요성과 방법을 설명했고 시술 동의서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의료진은 A양 보호자에게 ▲진단에 관한 설명 ▲치료를 하지 않았을 경우의 예후 ▲치료 방법의 종류 ▲시술의 이유/목적/필요성 ▲시술의 방법/내용 ▲발생 가능한 합병증/부작용 ▲문제 발생시 조치사항 ▲시술 후 주의사항 ▲기타 추가설명 등의 항목이 기재된 시술동의서를 제시하면서 이를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A양 보호자는 시술동의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조영술 시행을 한 것은 적절했지만, 설명의무에 대해선 의료진이 충분히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조영술을 담당했던 피고 병원의 소아신경외과 주치의가 당시 12세인 A양에게 조영술을 시행하는 이유 및 그로 인한 뇌경색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직접 설명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진료기록상 기재를 찾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특히 시술동의서의 ▲진단에 관한 설명 항목 중 '상기 환자에서 뇌혈관조영술을 시행하는 이유' 기재 부분이 공란으로 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CT조영검사나 MR 혈관술이 아닌 조영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시술 과정이나 시술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뇌경색 부작용과 위험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환아와 보호자가 이를 진지하게 고려한 후 시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조영술과 같은 침습적 시술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그 과정에서 뇌경색 발생의 위험성이 높아 환아에게 시술 과정을 설명해 긴장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다만 취학 전이나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에는 전신마취 후 진정상태에서 시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원 의료진은 확인된 사실만으로는 설명의무를 모두 이행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기 때문에 A양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편,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한 법적 소송과 의료분쟁 사건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2015~2018년 감정이 완료된 전체 의료분쟁 4405건 중 설명의무 쟁점과 관련한 사건은 절반가량인 2102건이었다. 특히 수술과 시술과 관련한 침습적 의료행위에 관련한 건은 전체 설명의무 위반 쟁점사건 중 대다수(81.5%)를 차지했다.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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