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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스런 의사들···고령자는 물론 애한테도 자세히 '설명'
법원, '환자 자기결정권' 기반 배상 판결···"미성년자도 반드시 당사자에게 직접 설명"
[ 2020년 02월 12일 05시 23분 ]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서울 한 상급종합병원 신경외과 교수 A씨는 '모야모야병'으로 내원한 12세 환아의 진료를 보게 됐다. 모야모야병은 특별한 이유 없이 내경동맥 끝부분이 막히는 만성 진행성 뇌혈관질환이다. 환아 상태를 확인한 뒤 수술을 결정한 A씨는 뇌혈관 모양을 파악하기 위해 조영제를 주입했다. 그런데 시술하고 3시간 뒤 환아는 돌연 입술이 실룩거리고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을 보였다. A씨는 황급히 진정제를 투여했지만 환아는 결국 우측 편마비 및 언어기능 저하 후유장애를 진단받게 됐다. 이에 환아 부모들은 A씨가 12세 아이에게 직접 수술내용을 설명하지 않아 '환자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 선 A씨는 보호자 부모에게 수술동의서를 받았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환아 측에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미성년자에게 수술 내용을 설명하지 않고 부모로부터만 수술동의서를 받은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명령한 법원 판단이 나오자 의료계에서는 적잖은 공분(公憤)이 일고 있다.
 
특히 보호자에게 수술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의학적 이해가 어려운 미성년자는 수술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 대리인 서명을 받는다"는 내용이 명시되는데, 병원 측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의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의료계에서 종사하는 네티즌들은 "애들이 의학적 설명을 감당할 수도 없을 뿐더러 불안해서 잠도 못자는 등 부작용 가능성이 훨씬 클 것 같다", "나중에는 뱃속 아기에게 제왕절개수술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소송에 걸리겠다"며 반발감을 드러냈다.
 

이 사건을 접한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교수는 "현재 병원 동의서는 미성년자의 경우 법정대리인 동의를 요구하고 있는데, 12세 환자에게 설명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다른 교수는 "소아가 아닌 나이가 든 환자의 경우 수술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해 트집을 잡히지 않으려면 쉽고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의학용어를 풀어서 설명하고 수술 원리를 그림으로 그려주는 과정이 필요한데, 앞으로 어린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고민해봐야 겠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이처럼 '미성년자의 수술 자기결정권 훼손' 사건과 같이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설명의무 위반 문제가 제기되고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정형외과 전문의 B씨는 보존치료 한계점과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환자에게 배상한 사례다.
 

60대 관절염 환자에게 발목관절 유합술을 시행한 그는 수술 후 발목관절의 강직 부작용으로 장애를 진단받은 관절염 환자로부터 "의사가 수술 전 설명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아 수술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의를 제기받고 의료분쟁 조정신청절차를 밟게 됐다.
 

B씨는 "해당 환자는 거골의 변형이 심하고 발목 관절의 불안정성이 심했던 상태로 이에 따른 합병증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주장했지만, 환자 측은 "발목 통증과 부종에 대해선 대증치료하면서 관찰하면 완치될 수 있다고 설명받았다"고 반박했다.
 

의료분쟁중재원은 이에 "환자가 말한 보존적 치료의 경우 근본적 치료가 아닌 대증적 치료이므로, 치료 효과의 한계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한 후 치료방법의 선택을 결정하는 선택권이 보장됐어야 했다"며 의사에게 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이처럼 최근 설명의무와 관련한 분쟁사례가 계속해서 등장하며 의사들은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 환자와 마주보고 설명의무를 지키는 과정에선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의사들은 말했다.
 

한 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신경외과 수술은 위험한 경우가 많아서 사실 그대로를 설명하면 보호자가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며 수술 전 내용을 선뜻 설명하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언급했다.
 

환자가 아닌 보호자에게 설명하거나 수술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도 고충은 발생한다.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나이가 많은 환자들은 수술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해 젊은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동의서를 구해야 하는데,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활성화되며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아 수술 동의서를 받기 위해 밤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의사들은 "환자 보호자 측에서 부당하게 문제를 제기한다"고도 지적했다.
 

수술이나 시술전에는 '대충 듣다가' 부작용이 발생하면 그제서야 문제를 삼는 경우나,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서도 나중에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의료소송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의료소송시 설명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다는 사실은 결국 의사 스스로가 증명해야 한다"며 "의료분쟁 혹은 소송으로 이어지면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크게 힘들다. 부작용이 예견되는 수술 등에 대해선 사전에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다는 자료를 구비해 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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