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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재난 코로나19, 진정한 전문가는 과연 누구"
장성구 대한의학회 회장
[ 2020년 03월 17일 05시 45분 ]
인류는 여러 바이러스로부터 항상 공격의 대상이 돼 왔다. 세균성 감염질환은 항생제라는 천하의 보도(寶刀)가 인류를 구했고, 일부 바이러스에도 백신이 개발돼 우리 인간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콜럼버스와 함께 상륙한 천연두는 남북 아메리카 원주민을 절멸(絶滅)시키다시피 했을 뿐 아니라 문화 자체를 송두리째 없애 버렸다.
 
또 콜럼버스 귀환(1493)과 함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지역부터 퍼지기 시작한 매독은 유럽 인구의 25%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이 비극적 사건의 원인 균(菌)들은 인간의 힘에 의해 괴멸되거나 치료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지난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현재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라는 생존 전략에 따라 인류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변이 가능성이 상존하는 바이러스 특징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인간 세상을 공격하는 바이러스에 대해 분명 인류는 극복해 낼 것이다다만 그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이 크다.
 
전문가 정확한 대응전략 기반하에 정부의 강력한 행정력 중요
 
이렇게 대재앙을 불러오는 전염성 질환을 대처하고 대응하는 데는 분명한 방법이 있다고 평소에 생각해 왔다.
 
즉, 전문가들의 정확한 식견과 질병의 상황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 전략을 바탕으로 당국은 강력한 행정력을 통해 이를 추진하는 게 핵심이다.
 
행정력은 국민들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속박(束縛)할 수 있는 힘을 국가에 제공한 무서운 힘이다. 물론 이것은 사회의 안녕과 공익 추구를 위함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각론하고 전문가들의 원칙에 따른 대응책행정력이라는 이 두 요소가 합일돼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
 
정부의 힘이 전문성 있는 정보에 바탕을 두고 움직이지 않고 자의적 판단에 따라 움직이면 대재앙의 불길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을 향해 번져 나갈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행정력 중심에 있는 사람들의 판단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권한을 갖은 사람들이 책임져야할 일이 있을 때 책임을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문가들 지나친 공명심 발휘되면 국민 혼란 초래
 
필자는 감염질환 전문가는 아니지만 40년 이상을 진료현장에 몸담아 온 임상의사다.
 
최근 코로나19 창궐 이후 국민들의 고통과 희생이라는 엄중한 현실 속에서 의학계, 그리고 의료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백가쟁명식(百家爭鳴式) 현학적 사태에 대해 실망한 바가 크다.
 
질병에 의한 사회적 재앙이 도래했을 때 소위 그 분야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할 일이 두 가지다. 학술적으로 진정한 전문가는 이 범주를 절대 벗어나서는 안된다.
 
첫째는 의사로서 학술적 진실에 근거한 호소로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국민들 의식 수준이 높아졌고, 이해력이 많이 향상됐기 때문에 항상 의학적 진실에 근거한 설명이 필요하다.
 
공포에 빠져있는 국민들은 사고가 단순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전문가 의견에 순응하게 돼 있다. 때문에 전문지식을 이용한 현시적인 방법으로 를 내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언론에 노출되는 개개인의 언행을 바라 볼 때 이 혼란스럽고 고뇌에 찬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지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너무 많다.
 
전문가라면 스스로 나서야 할 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발언 내용의 적절성을 따져 자제 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전혀 언론에 나와야 될 이유가 없는 사람들도 나도 한마디라는 생각으로 아주 혼란스러운 주장을 서슴없이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할 말을 잊을 지경이다.
 
둘째는 정부 행정력이 일사불란하게 전파, 추진돼서 재앙의 불씨를 진화할 수 있도록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매우 어려운 요구일지 모르겠지만 이런 기능이 상실됐을 때 질병에 의한 사회적 재난에 대응하는 전문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적 공헌은 여지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특히 지나치게 자기주장에 집착하고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행동으로 전문가 단체 간에 상충된 주장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어제한 이야기를 오늘 뒤집어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었는데 이번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 중 하나는 각 병원에서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들이 제 각각의 주장과 경험을 여과 없이 언론에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정부는 정부대로 어느 말을 믿고 행정력을 쏟아 부어야 할지 헷갈리게 한 경우도 있다.
 
물론 당국이 일부 전문가들이나, 전문가 단체들의 주장을 믿은 것인지, 아니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그러나 최소한 전문가 단체라면 격()에 맞는 행동을 했어야 한다.
 
국란 극복해 전문가로서 공공 신뢰와 함께 국민에 희망 제시하길
 
질병이 진행된다는 것은 동적(動的) 성격을 갖는 질환의 특징이며 특히 감염질환에 있어서는 그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대처를 신속, 명확하게 해야 한다이렇게 급변하는 상황에 따라 각각의 전문가단체 역할이 새롭게 주어진다고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단체의 다학제적 참여와 논의, 그리고 질병 진행상황에 맞는 합일되고 분명한 대처 방향을 합목적적으로 행정당국에 건의했어야 했다.
 
이번 사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과거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따져 물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지금이라도 전문 학술단체답게 역할과 견해를 논의해 바람직한 대응책 마련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국가 사회적 재난을 각자도생(各自圖生) 기회로 생각한다면 지식인이라고 말 할 수 없다.
 
일부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Ethical Code and Ethical Guidelines’에는 "공적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단체나 의사 개인이 근거 없는 언급을 통해 공공의 신뢰를 약화시켜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말은 학술단체마다 자기주장을 펼치면서 그 자체에 몰입되다 보면 공공의 안녕을 이루기는 커녕 상호 비방과 사태 해결 방향에 엇박자를 낼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혼란이 발생했을 때 전문가 개인이나 단체는 오로지 전문가로서의 확신을 통해 분명하고 변함없는 의견만 개진해야 한다.
 
언론이나 정부 요구에 따라 좌고우면(左顧右眄)해서는 곤란하다. 이렇게 분명한 전문가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단체가 진정한 전문가이며 학술단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메르스나 신종플루 대유행 때처럼 혼란이라는 기회를 틈타 황당한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치료법이 등장하기도 하고, 합리적인 생각과 과학적 판단은 사라지고 무속과 같은 주장이 국민들 사이에 파고들어 더욱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혼란스럽고 무서운 사태는 반드시 극복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진정한 전문가로서의 행동을 통해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주기길 바란다.
 
아울러 다음과 같이 전해오는 오래된 우리의 철학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친다.
 
조선 세종대왕 때 저헌(樗軒) 이석형(李石亨) 선생이라는 분이 다섯 가지 덕목으로 구성된 '의원정심규제(醫員定心規制)'라는 것을 지어 세종대왕께 올렸다.
 
오늘날 우리는 이것을 '한국판 히포크라테스 선서'라고 지칭한다. 그중 다섯 번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의학자세간지존경인항시이성심대인불위교만치료빙자불허타방이용(醫學者世間之尊敬人恒時以聖心對人不爲驕慢治療聘資不許他方利用) : 의학자는 교만하지 말고, 성스러운 마음으로 사람을 대해 세간의 존경을 받도록 하고, 치료를 빙자해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날에도 새겨봐야 할 경구(警句)가 아닌가 싶다.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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