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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병·의원 대상 건보공단 일방적 환수 제동"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 2020년 03월 19일 05시 50분 ]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진료의 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시설·인력·개설 기준 위반 등을 이유로 한 요양급여 환수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증가하고 있다.

법조인들은 "건보법 57조1항을 근거로 한 요양급여환수 대상이 좁아지고 있다"며 "의료행위와 무관한 법률위반을 이유로 의사들의 정당한 노동 대가인 요양급여비를 환수하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고 분석한다.
 

최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의료전문지 법원출입기자단과 만난 김주성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사진]는 "예전에는 국민건강보험법 57조 1항이 정하는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이라는 폭넓은 관점에서 환수근거로 삼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최근 대법원 판결은 더 이상 57조 1항을 확대 적용하고 있지 않다"며 이처럼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법 57조 1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의료기관으로부터 요양급여 환수처분을 할 때 근거로 삼는 법조항이다.


건보공단은 이 법조항을 통해 의료법이나 다른 법률을 위반한 병원 등으로부터 요양급여를 환수한다.


그러나 57조 1항에 의한 환수처분은 종종 병원과 건보공단 간 행정소송으로 이어진다.


급여를 환수해야 하는 입장인 건보공단은 법 조항에서 명시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 범위를 보다 넓게 적용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병의원들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기 때문이다.


이처럼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최근 법원 판단은 병원 쪽 입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진료행위 무관한 법 위반으로 요양급여 환수처분 No"
"환수처분 근거 '건보법 57조1항' 적용범위 줄고 정당한 진료행위 이뤄졌다면 인정"


김 변호사가 최근 맡았던 '정신과의원 초과 병상 환수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7년 A의사는 정신과의원을 운영하면서 허용되는 최대 병상 수(49병상)을 초과해 환자들을 입원시켰다.


이에 건보공단은 초과 병상을 개설하면서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은 건보법 57조1항에 따른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1억1000여만원을 환수했다.


그러나 A씨는 "시설 장비기준을 위반해 운영한 것은 사실이지만, 환자들에게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했고 요양급여를 청구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A씨가 운영하는 의원은 정신과의원에 허용되는 최대 병상 수는 초과했지만 입원환자 1인당 바닥면적 기준까지는 위반하지 않았다.
 

실제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에 문제가 없었고 정당한 의료행위에 대한 요양급여 수급은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A씨 주장의 핵심이다.
 

이 사건은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3심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고 최종적으로 의사 A씨 손을 들어줬다.
 

건보법 취지 밖에 있는 다른 법률에 의한 제재수단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건보법상 부당이득징수까지 해야 할 필요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건보법은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라며 "다른 개별 행정 법률과의 입법목적 및 규율 대상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제재 타당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제로 사건을 살펴봤을 때 건보법이 시설 장비에 제한을 둔 이유는 적정한 요양급여(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으로, 단순히 입원실 수를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정신의료기관이 구(舊) 정신보건법령상 시설기준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시정명령을 하는 것 외에 요양급여비용을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 대상으로 보고 제재해야 할 정도의 공익상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논란이 됐던 '네트워크 병원 요양급여 환수처분 대법원 판결'도 같은 맥락의 판단"이라고 부연했다.
 

의료법을 위반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했을지라도, 의료인에 의한 적정한 진료행위가 있었다면 이에 대한 요양급여 수령은 정당하다고 대법원은 앞서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의사가 다른 법률을 위반했고, 이로 인해 진료 질이 떨어졌다면 요양급여를 환수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진료 서비스의 질과 인과관계가 없는 법 위반은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건보법에 따른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이 요근래 판결들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사의 적정한 진료에 따라 수령한 진료비는 당연한 것으로, 진료와 거리가 먼 법을 들고 통제하는 것은 과잉통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법원의 최근 판례도 그러하듯이 앞으로는 실제 진료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를 심사하고 이에 따라 환수처분을 하는 방향성이 자리 잡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수처분에 '적극적인' 건보공단 방침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변호사는 "요양급여비용은 국민이 낮은 의료비로 의사의 정당한 노동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제도인데,  건보공단은 이걸 일종의 '보조금'으로 생각하고 언제든 뺏을 수 있다고 생각해 환수집행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를 법원이 제재하기 시작한 것에 발맞춰 건보공단의 고민이 촉구된다"고 주장했다.
 

요양급여 환수를 통해 재정을 지나치게 확충시키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지급 심사를 담당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역할을 강화해 진료 질 관리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김 변호사 주장이다.
 

시설, 장비, 개설 기준 위반 등을 예방하기 위해 그는 "후속적인 환수처분이 아니라 사전 개별법령에서 제재방안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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