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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병원·방역당국 잘했지만 정부 정책 아쉽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前 질병관리본부장)
[ 2020년 03월 23일 05시 41분 ]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사태 초기부터 감염자와 접촉자를 철저히 관리한 방역당국과 선별진료소를 개소하고 내원객 관리체계를 구축한 병원 의료진 대처는 훌륭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으로 완전한 사태종식이 이뤄지지 않았다. 적어도 연말까지는 크고 작은 감염사태가 지속될 거라 내다본다. 병원은 중증환자 및 갑작스럽게 폭증할 수 있는 의료수요에 대비해야 하고 의료진 감염에 더욱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사태초기 중국인입국을 막지 못한 방역당국의 정책 결정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인들 입국 막았어야"
 

메르스 사태 직후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사진]는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나 “아무 것도 모르고 ‘당했던’ 메르스 사태와 비교해서 보건당국과 병원들의 대처는 확실히 달라졌다”며 이처럼 말했다.
 

대구 경북 지역 대규모 감염자 발생 당시 하루 500명을 넘어섰던 일 확진자가 3분의 1 이하로 감소하며 혼란상황은 다소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도권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우선 초기 단계를 넘긴 현시점에서 정 교수는 “방역당국과 병원이 그동안 감염병에 대해 굉장히 철저히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격려했다.


정 교수는 “병원들의 경우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많은 손해를 봤기 때문에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며 “감염에 대한 의료진들의 예비지식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사태 초기부터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메르스 경험 기반으로 국민안심병원 지정 적극 나서는 등 병원들 자발적이고 기민한 대응"
 

감염병 위험이 발발하자 즉각적으로 선별진료소를 개소하고 보건당국의 국민안심병원 지정에 적극 나선 것이 대표적으로 ‘잘한 예’라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선별진료소는 병원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것인데, 해외에서도 이런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사태가 계속되며 정부가 실시한 국민안심병원 제도에 병원들이 빠르게 따라온 것도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태가 중후반부로 접어들고 있는 향후 국면에 따른 대비를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원내감염에 대한 대비가 그 첫 번째다.


정 교수는 “병원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병원 내 감염, 의료진 감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그럼에도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병원의 핵심기능이 마비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평상시에 각 과별로 의료진 동선을 나누어 운영, 설사 원내 감염이 발생하더라도 병원의 중추적인 기능을 막자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정 교수는 “일반적으로 의료진들은 제한 없이 원내를 출입할 수 있는데, 각 과별로 팀을 나누어 동선을 제한해 병원 일부 구역에서 감염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팀은 접촉력 없이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응급 심장수술을 해야 하는 흉부외과 의료진의 경우 보통 병원마다 인력이 충분치 않다. 때문에 원내 감염이 발생하면 해당 병원의 응급 수술이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응급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핵심 진료과 의료진을 A,B 팀으로 나눠 동선을 확실히 분리해둔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종식하기 전까지는 이처럼 내원객과 주요 의료진의 동선을 계속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병원 간 핫라인 구축하고 중환자 발생시 어느 병원으로 이송할지 사전 매뉴얼 마련해야"


그는 이어 앞으로 발생할 중증환자 치료에 대비해 병원 간 협조(전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의료수요가 폭발적으로 발생할 때 시간 지체없이 환자를 볼 수 있도록 병원들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또 병원은 언제든 중환자를 볼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계속 생길 수 있는데, 대규모 환자가 발생하면 병원 의료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규모 환자 발생 시 원활한 이송을 위해 병원 간 사전 공조체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병원 간 핫라인을 구축하고 중환자가 발생했을 때 어느 병원으로 이송할지 미리 정해둬야 한다”며 “중환자이송의 경우 국립중앙의료원이 중개하는데, 병원 차원에서 미리 도상연습을 하는 등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가 완전종식 되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다”며 “사태 초기 의료진들의 노고와 희생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의료진 본인들은 감염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정 교수는 방역당국에 대해선 “실무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정책에서 아쉬운 점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확진자에 대해 철저한 격리 및 역학조사, 접촉자들에 대한 관리까지 진행한 것은 잘 한 조치로 최근 이뤄진 유럽 입국자 의무격리 조치도 적절했다”며 “질병관리본부가 실무 부분에서 잘 대처해줬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사태 초기 코로나19 발원지로 여겨지는 중국 입국을 막지 못한 것은 실책이고 이 밖에 마스크 물량을 원활하게 관리하지 못한 것, 개학과 개강에 대해 장기화된 플랜을 갖기 못한 채 임시변통으로 처리한 것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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