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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훨씬 민감한 '의료기관 종사자들'
감염 여파 상상외로 생일파티·주말스터디 등 극도 자제···점심시간도 시차
[ 2020년 04월 10일 12시 15분 ]

[데일리메디 박정연·임수민 기자/기획 下]코로나19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서면서 전례 없는 감염병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뉴스는 연일 확진 및 사망자 발생 소식을 전하며 '우울한 감염병 시국'이 지속되고 있다. 암울함 속에서도 우리나라 시민의식은 빛을 발했다. 지역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사회적 거리두기'에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며 한때 500명을 넘었던 일일 확진자는 100명 안팎에서 다시 50명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 방역당국의 최근 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93%가 '코로나19 사태로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바람직한 사회현상으로 자리잡기 이전, 더 기민하게 동참한 이들이 있다. 바로 의료기관 종사자들이다. 감염 전파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병원에서 일하면서 남다른 '책임감'을 갖고 감염병 사태를 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개념이 사회에 알려지기도 전, 서울 한 종합병원 원무과에서 근무하는 A씨는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참석하던 중국어 스터디 모임을 그만뒀다. 대학시절 잠깐 공부했다가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시작한 중국어 공부였다.

한 달 5만원의 회비도 내면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 주기적으로 가는 것이 꺼려졌다. 잠복기도 있다던데 만에 하나 감염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동료들은 물론 환자들에게도 큰 폐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한창이다. 외출을 자제하고 사람들과 직접 만나지 않는 ‘언택트(비대면, Untact)’ 생활습관이 권해진다.


정부와 의료단체는 입을 모아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선 당분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엄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는 기존 5일까지로 계획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 연장해 19일까지 이어가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감염병 사태에 경각심을 가진 많은 시민들이 적극 동참하는 가운데,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상주하는 병원은 감염이 확산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사소한 생활 속에서도 더욱 감염에 주의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이야기다.

취미생활은 엄두도 못내고 결혼식도 '취소'


이 때문에 개인적인 일정은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 직원들은 사소한 모임이나 지인 경조사부터 일생일대의 이벤트도 미루거나 취소했다.


서울의 한 코로나19 전담병원 행정직으로일하는 B씨와 같은 병원 간호사 C씨는 3월 중순 예정된 결혼식을 6월로 연기했다. 적지 않은 위약금이 부담이었지만 이 같은 선택에 있어 후회는 없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병원 측은 전 직원에게 개인위생 지침을 강력 지시하고 직원들도 불필요한 모임이나 만남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며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대면하며 치료하는 의료진은 가족과의 접촉도 최소화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홍보팀에서 근무하는 D씨는 평소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구기 종목 스포츠를 즐겼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취미활동을 잠시 접었다.

또 다른 서울 상급종합병원의 안전보안팀 E씨도 지난 설 연휴 이후 헬스장에 나가지 않고 있다. 업무 특성상 체력관리를 꾸준히 해줘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땀흘려 운동하는 것은 아무래도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씨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전부터 헬스장에 나가지 않고 있는데, 체력관리 차원에서도 그렇고 유일한 취미였던 운동을 하지 못하니 많이 갑갑하기도 하다"면서도 "하지만 출입구 관리를 포함해 병원 곳곳에서 많은 내원객들을 만나는 업무 특성상 당분간 참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F씨는 평소 오래 앉아서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여가 시간에는 실내 클라이밍이나 등 활동적인 실내 스포츠 활동을 하며 취미 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실내는 야외보다 감염 위험이 높단 사실을 알게 된 후 취미 활동을 중단했다.

F씨는 "실내가 야외보다 공기 분산이 느려 감염 위험이 현저히 높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실내 스포츠 활동을 멈췄다"며 "대신 집에서 할 수 있는 퍼즐이나 뜨개질 등으로 취미 활동을 바꿨다"라고 전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홍보팀에서 일하는 G씨 또한 3월 생일을 맞아 지인들과 생일파티를 계획했지만 취소했다.


G씨는 “바쁜 직장생활에서 오랜만에 친구들 얼굴을 볼 수 있는 날이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며 “얼마 전에는 지인이 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감염 위험 때문에 양해를 구해 부조금만 보내고 찾아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많아졌지만 바깥 나들이는 자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됨에 따라 저녁 약속이 없어지고 가족과의 시간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마치 '확진차'처럼 외출을 삼가는 병원 직원들은 밖으로 외출을 나가는 것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찾는다.


수도권 대학병원 행정 직원 H씨는 주말에 보통 어린 자녀와 함께 인근 공원을 찾거나 홍대나 신촌 등을 방문해 다양한 체험을 즐기곤 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고 번화가 방문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로 집에서 요리하거나 빵을 굽는 활동으로 대체했다. 

울산의 대학병원 행정팀 I씨도 사태 이후 주말 외출을 하지 않았다. 주말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본가에 가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부모님 얼굴을 못 뵌지 벌써 몇 달이다.

I씨는 "아무래도 다른 직장인 친구들보다 외출을 더 꺼리게 되는 것 같다. 병원은 감염이 한 번 터지면 겉잡을 수 없기 때문에 정말로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아이를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병원에서 일하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가족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근무시간에도 거리두기...비대면 중심 업무 전환 


의료기관 특성상 업무 시간 중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어진다. 서울 한 대학병원 홍보팀에서 일하는 J씨는 최근 12시에 먹던 점심을 11시나 1시에 먹고 있다.


점심시간에 사람이 붐비는 직원식당의 혼잡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많은 병원이 외래진료 일정 등으로 시간을 조정하기 어려운 의료진 대신 행정직이 점심시간을 바꿔 서로 접촉을 줄이고 있다. 식당에선 일렬로 앉거나 지그재그로 자리를 잡는다.
 

또 다른 서울 대학병원 홍보팀에서 일하는 K씨는 아예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K씨는 “병원에서 일하는 만큼 더 책임감을 느끼고 매사에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직장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엄수하고 개인일정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에서도 ‘비대면’을 지향하면서 이전보다 일이 늘어난 부분도 있다. 서울 한 대학병원은 최근 대면으로 진행하던 회의를 모두 서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서면으로 회의를 하다 보니 관련 자료를 문서화하는데 시간이 더 소요된다.


다른 병원 사정도 다르지 않다. 꼭 필요한 경우만 대면으로 만나고 대부분의 회의를 서면으로 진행한다. 타부서 직원과 소통 또한 접촉을 피하기 위해 메신저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직장생활이 ‘삭막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수도권 대학병원 홍보팀에서 일하는 L씨는 “홍보팀의 업무 특성상 기자들과 계속 네트워킹을 해야 하는데 직접 만나는 일보다 전화나 문자, 혹인 이메일로 얘기를 나누는 일이 많아졌는데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개인적으론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감염병 사태에 몹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지난 2월 28일~3월 2일 명지병원 의사, 간호사, 보건직, 행정직 등 1천3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7%가 '자신이 감염될 경우, 건강영향이나 각종 피해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0%는 "일상의 변화가 상당히 변화했다"고 답했다.


감염병 유행의 상황에서 본인이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중요한 동기로는 ‘직업의식’이 꼽혔다.

이어 안전한 근무환경, 가족, 월급, 생계유지 등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유명순 교수는 "의료인과 기관의 헌신에 응원을 보내는 것은 사회적 연대감을 높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 환자치료와 안전을 담당하는 의료 인력과 기관의 추가 노동과 노력을 ‘전사’나 ‘천사’의 이미지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즉각적인 안전강화와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는 시스템 없이는 위기대응 후진성을 극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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