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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극복 한국판 뉴딜정책과 원격의료
한해진기자
[ 2020년 05월 06일 12시 10분 ]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수첩] “U헬스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원격의료를 해보지도 않고 겁을 먹고 있다. 일단 시도해 보고 부적절하다면 폐지하겠다.“
 
비슷해 보이는 이 두 문장은 사실 각기 다른 인물로부터 나온 발언이다. 첫 번째는 지난 2010년 당시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의 U헬스케어 행사 개회사 중 일부다.

두 번째는 2018년 박능후 복지부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말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원격의료 논란’은 몇 명의 보건복지부장관을 거치면서도 여전히 제자리다.
 
물론 그 동안 변화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의료인 간 원격자문이 시행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일부 의료기관에서 전화상담 및 처방이 이뤄지는 중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경제충격 극복을 위해 조만간 추진할 ‘한국판 뉴딜’에 원격의료가 포함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흥미로운 사실이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삼성전자가 개발한 혈압 측정 소프트웨어를 ‘세계 최초로 허가했다’고 밝힌 것이다.
 
해당 소프트웨어가 세계 최초라고 불리는 것은 원래 혈압을 측정할 때 쓰는 커프 장비 없이도 스마트워치를 통해 혈압 및 맥박수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측정한 의료 데이터를 스마트워치에 전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격의료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이유 때문에 세계 최초로 허가받은 의료기술이 사장될 우려가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오해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탓에 기술을 보유하고도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해 좌절한 업체들의 사연은 수 없이 많다.

안타깝게도 역은 성립하지 못한다. 원격의료가 전면적으로 허용된다고 해도 의료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원격의료 천국인 것처럼 묘사되는 미국에서도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가 수가를 인정하고 있는 텔레헬스(telehealth)의 범주는 제한적이다. 정신과 상담이나 집에서 투석 치료를 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 등 특정 질환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우리의 상상처럼 ‘언제 어디서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환자는 보건소나 의료시설 등 지정된 장소를 방문해 실시간 통신 장비를 갖춘 조건 하에서만 텔레헬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도 일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됐으나 모든 환자가 원격으로 의사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원격의료 자체가 막혀 있는 우리나라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텔레헬스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원격의료 도입 결정 자체는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 있지만, 막상 그 변동의 폭은 여러 제약들로 인해 기대만큼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유지되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을 소모해야 하는 한 이를 곧장 뉴딜 운운하며 유망산업이라 일컫는 것에도 모순이 있다. 
 
때문에 원격의료가 전면적으로 허용된다 하더라도 의료기기산업 분야의 확장보다는 영상장비 등 기존 주력 제품 판매에 집중해 온 삼성이 참여하게 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확실치 않다.

다른 의료IT 업체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서 원격의료 등 신산업에 뛰어들어 가능성을 제시하기를 바라고 있다. 국내 소규모 벤처기업들은 산업이 성장할 동안 정부 지원 없이 R&D 투자를 지속하며 버틸 수 있는 지구력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원격의료에 참여할 또 하나의 주체가 있다. 병원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전화로 진찰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예외를 뒀을 때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산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5년 뒤인 2020년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전화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대폭 늘어 ‘원격의료 한다’는 비난이 무색케 됐다.
 
‘원격의료가 안 돼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망한다’ 혹은 ‘원격의료는 의료시스템 붕괴를 부른다’는 등의 주장을 보면 현재의 원격의료 논쟁은 어딘지 모르게 어긋나 있다.

긴 세월을 거치면서도 구체적인 부분은 하나도 들춰지지 못했고, 소모적인 대립만 날서게 잔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갑자기 원격의료를 도입한다고 해도 별로 달갑지 않은 요즘이다. '한국판 뉴딜'에서 실제로 원격의료 논의가 이뤄질지,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고민할 것인지 궁금하다.

"해보고 안 되면 없애겠다"는 박 장관의 말이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hjh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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