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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료체계 개선, 지금이 적기"
장성구 대한의학회 회장
[ 2020년 05월 11일 05시 45분 ]
[특별기고] 지난해 11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코로나-19(COVID-19) 전염병은 단시간 내에 세계적인 대유행(pandemic)으로 번져 나갔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1만 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250여 명이 사망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수 없다.
 
이번 전염병으로 국민들은 많은 고통을 받았고 국가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편으로 많은 교훈도 얻었다.
 
모든 전염병은 희생이 따르는 아픔이 있지만 반드시 극복할 수 있는 질병이다. 우리가 코로나-19와 싸워 이겨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공헌이 있었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행동을 보여준 국민들, 그리고 사투에 가까운 헌신적 의료활동으로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무엇보다 코로나-19 극복 저변에는 우리나라의 품격 높은 임상의학 수준이 크게 이바지 한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의 의학 수준에 대해 정부나 국민들은 다시 한 번 새롭게 인식하길 희망한다. 아울러 국민들은 우리 의학 수준에 자긍심을 가져도 충분하다.
 
그동안 당국이나 상당수 국민들은 자조적(自嘲的)인 시각으로 우리나라 현대 의학의 학문적 수준을 비하(卑下)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정도 차이는 있지만 의료 일선에 있는 의사들의 공통된 느낌이다.
 
이를 반증하듯 의료체계나 의학 발전에 관한 정부 정책이 미래지향적이어야 함에도 갑자기 과거로 회귀하거나 전혀 과학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선회하는 황당한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어쨌든 현재 우리 의학 수준은 그 자체가 분명 국가적 자원이다. 그리고 이번 전염병 사태를 통해 분명하고 충분하게 입증됐다.
 
그러나 여기에서 만족할 일이 아니라 앞으로도 의학과 의료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아가기 위해 의사들은 물론 모든 국민들과 정부는 노력해야 한다.
 
발전된 의학 수준의 혜택은 결과적으로 국민들과 국가에 귀속되는 것이다. 결코 의사들을 위한 의사들의 소유물이 아니다

한편, 이번 사태를 겪는 동안 대한의학회라는 거대한 의학 전문 학술단체를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느꼈던 말 못할 속사정은 글자 그대로 애증이었다.
 
일부 학술단체의 이해 할 수 없는 일탈된 정책 건의는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었다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향후에는 전문 학술단체로서의 대정부 건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매우 신중한 자세로 중지를 모아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아울러 대부분의 국민들이 질병 예방 차원의 행동지침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음으로 동참했던 것에 반해 일부 개신교 단체의 비협조적 행위에 국민들은 분노감 마저 표출했다생명을 위협하는 전염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국민들이 존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몇년 이내 더 특이하고 강도는 쎈 대규모 전염병 또 발생"
 
COVID-19 감염의 대유행을 통해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몇 년 이내에 이러한 전염병은 필연적으로 또 다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인류는 바이러스와 끝없는 전쟁을 해야 한다. 바이러스 특성상 특효약 개발이 어렵고, 바이러스는 스스로 끝없이 변형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인간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2003429일 첫 환자가 발생했던 SARS(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20093월 유행이 시작돼 무려 74만여 명이라는 엄청난 국민들이 감염되고 263명이 사망한 신종인플루엔자[A(H1N1)pdm09], 2015520일 첫 환자발생 이후 186명이 이환돼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호흡기증후군) 때의 고통이 되살아 난다.
 
그리고 이번 COVID-192020120일 첫 환자가 발생된 이후 전국적인 지역사회 감염으로 번져 나갔다. 이렇게 5~6년을 주기로 전염병 대유행이 발생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그 간격이 더욱 짧아지고 빈도 또한 높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사람들의 사회적 접촉의 빈도와 밀착성은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으며, 인수공통 전염병 발생 가능성 등 인간 삶의 모든 환경이 전염병 발생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발생될 전염병은 좀 더 특이하고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발생되는 모든 전염병은 그 자체가 매우 빠른 속도로 파급되기 때문에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적기(proper time)에 효율적인 대책과 방역 또는 치료를 통해 국민들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업무를 책임지는 정부 부서 역시 전문성은 물론 빠른 기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번 COVID-19를 비교적 잘 막아냈다고 하지만 3개월 이상 동안 나라 전체의 시스템이 마치 정지되다시피 했다.
 
이러한 국가적 재난에 따른 막대한 손실과 국민적 고통은 분명히 사전에 차단시켜야 한다. 만일 이번 코로나-19의 창궐이 잦아든 다음 그동안의 모든 고난을 망각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대책 수립을 등한히 한다면 우리는 또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고통을 받은 만큼 새롭게 얻는 게 있어야 역사는 발전한다. 또한 역사는 한 시대 한 순간을 살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의 고통과 희생을 후손들이 또다시 겪는 일이 없도록 미래를 설계하는 게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소임이다.
 
이러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이제는 보건의료 관리체계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수 없이 많은 허점을 갖고 있는 현 체제를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기에 대표적인 두 개만 언급하겠다.
 
1. 정부 부처 보건부 재탄생돼야 한다

국민들의 건강과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적인 정립을 위해 정부 중앙부로서 보건부는 다시 설치돼야 한다. 이 건의는 의료계를 중심으로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마치 의료계를 위한 이익단체 주장 정도로 치부됐다. 보건부의 재(再) 설립을 반대하는 분들께 건의하고 싶다. 보건부를 설립했다고 해서 의료계에 과연 무슨 혜택이 돌아갈 것인지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기 바란다.
 
정부조직법에 따라 1948년 사회부가 설치됐다가 이듬해인 1949년 보건부가 탄생했고 1955년 보건사회부로 바뀌었다가 1994년 현재의 보건복지부가 생겨났다.
 
물론 그 사이에 기억할 수도 없이 많은 명칭 변화가 있었지만 외형적 구조상 국민들의 사회복지 정책과 보건의료 정책을 통합해 수행하는 현재의 보건복지부 형태는 변한 게 없다.
 
시대 변화에 따라 정부는 사회복지 문제에 정책적인 비중을 둘 수 밖에 없고,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국가적 과제는 세계적인 추세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의료와 보건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를 통해 보건부(이름은 어떻게 명명하든 관계없다)가 재탄생해야 함을 주장한다.
 
첫째, 이제는 모든 나라가 국민들의 사회복지 문제를 뛰어넘어 관심을 돌리고 있는 분야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의료의 질 관리와 보건행정의 효율성을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보건복지부는 비만증에 빠져 동맥경화증에 걸린 중환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술했듯 보건의료에 대해 전문성도 떨어지고 행정의 기동력도 낮은 거대한 중앙 부서 일 뿐이다.
 
때문에 보건의료 문제를 전문적으로 주관할 보건부 설치가 필요하다. 이 문제는 정치적 관점으로 바라봐서는 안 될 일이다. 의료의 질을 높이고 전문성이 행정에 녹아들어가야 한다는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둘째, 현재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가장 많은 정부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고 미래지향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 많은 보건복지부 전체 연간 예산 중 순수 보건의료 예산은 10%도 안된다. 정부가 아무리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해도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의료의 질 관리와 효율적 보건행정은 이뤄질 수 없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의학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 의료시스템 개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것을 우리는 이번에 절감했다.
 
그동안 국내 일부 사회학자들이나 의학자들이 롤모델로 삼았던 영국의 의료체계와 의료 수준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극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잘못된 보건의료 정책의 축적된 부산물로 의료의 질은 참혹하게 추락했고, 국민들을 위한 보건의료는 시스템은 그 자체가 무너져 버렸다.
 
보건의료 정책이 영국정부의 정치적인 철학 속으로 형체도 없이 녹아들어가 버렸기 때문에 발생된 일이다.
 
셋째, 국민들의 복지 문제는 정부의 철학과 행정력이 있으면 성취할 수 있는 일종의 고정된 개념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염병은 시간 단위로 변화되는, 마치 움직이는 적군과 같은 대상을 제압해야 하는 전투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제4차 산업혁명에 따라 첨단 인공지능 지식이 가장 먼저 현장의 실무에 적용되는 분야가 의학과 의료다.
 
지금과 같이 의학과 의료를 사회복지 정책의 일부로 방치한다면 결국 4차 산업혁명에 있어 정부는 의료적 주도권에서 뒷짐만 지고 있게 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의 진단, 대량 검사 등 의료현장에서는 이미 보이지 않는 저변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 AI)이 작동 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이 사실을 바탕으로 미래를 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호 연계돼 있어 보이지만 실질적인 면에서 밀접한 연관성이 없는 사회복지 문제와 보건의료를 한 형태 속에 묶어 놓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복지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보건의료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보건의료정책이 사회복지정책 속으로 빨려들어 가게되면 한쪽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넷째, 방역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시대는 지나갔다.
 
과거에는 한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요소들이 비교적 단순했다. 대표적인 위험 요소가 군사적인 외침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사적 힘의 논리가 국제적인 역학관계를 좌지우지 했다.
 
그 다음이 부패한 권력에 의한 국민들의 봉기가 국가나 정권의 몰락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현대 국가 체계에서는 나라를 위협하는 요소에 변화가 발생하였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식견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군사적인 외침은 아직까지도 중요한 국가 존망의 문제다.
 
여기에 부가해 경제적인 문제가 아주 중요한 국가 존망의 원인이 된다.
 
전염병 대유행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 능력의 존재 여부 역시 국가 존망의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여기에 대해서는 구태여 부연이 필요 없을 것이다.
 
위에 명시한 내용 이 외에도 보건부가 재탄생돼야 할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지면 관계상 이만 줄인다.
 
2. 전국 보건소 기능과 구조 재정립 필요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2014년 기준 254개의 보건소와 1300여 곳의 보건지소, 그리고 1905개의 보건진료소가 설치돼 있다. 전국적인 분포를 살펴 볼 때 대단한 조직망이다.
 
그러나 기능을 살펴보면 답답하다. 보건소 역할을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지역 의료자원을 연계, 지원하는 지역보건당국으로서의 기능이다.
 
전국의 보건소가 본래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보건의료 체계 확립은 물론이고 웬만한 전염병의 방역에 이르기까지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보건소는 구조와 기능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보건소의 분명한 역할은 지역보건당국으로 국가 보건의료정책이나 방역의 최 일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현재 각 보건소 직원들은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있고 그 이외에 지방직공무원 신분인 보건진료직 공무원, 간호직 공무원, 보건직 공무원, 의료기술직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보건소장의 임면권은 전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다. 조직형태만 보다라도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인가 하는 것은 직감할 수 있다.
 
보건소장은 지자체장 선거에 있어 일등 참모 중에서 임명되는 것은 물론이고(전국보건소에 의사출신 소장은 39.8%), 보건소가 차기 지자체장 선거를 위한 선거 대책본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전락했다고 아주 냉소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능과 업무 효율성을 평가하는 항목 중에 진료 실적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물론 제한된 범주 내에서 특정 국민들을 대상으로 진료행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진료가 보건소의 중요 업무로 평가되는 것은 설립 취지에 합당치 않다. 보건소를 설치 운영하는 취지를 되살리려면 다음과 같이 개편돼야 한다.
 
(1)보건소는 보건복지부(필자의 주장 속 미래의 보건부)의 직속 기관이 돼야 하고 모든 행정 업무 및 모든 직원의 인사권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예속돼야 한다. 이들의 지휘통 제권은 보건소장에게 일임해야 한다. 이것은 업무처리의 신속성을 위한 것이다.
(2) 보건소장 임면권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귀속돼야 한다.
(3) 보건소의 중요 역할이 지역보건당국으로서의 업무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해야 한다.
(4) 보건소장의 임명은 현행법대로 의사면허를 갖은 자중에 선발하고, 적절한 인 물이 없을 경우 임기를 2년 이내로 제한한 의무직 공무원을 임명하고 법에 정한 적절한 인물을 찾아야 한다. 이는 법의 범주를 일탈한 지자체장의 보건소장 임용에 대한 횡포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직접 브리핑과 호소를 하던 대구광역시 시장을 기억할 것이다. 헌신적인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눈물어린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대구의 집단감염에 대한 상황은 지역보건당국인 대구광역시 보건소장들로 구성된 대응팀이 최일선에 섰어야 했다.
 
이들이 중앙방역 당국이나 전문 의학학술단체 권고 내용을 평가하고 행정조치를 건의하면 시장은 이의 집행을 위한 행정력을 발동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번 코로나19는 우리의 힘으로 극복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비슷하거나 좀 더 강력한 바이러스 전염병은 필연적으로 다시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가적 난맥상과 국민적 희생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번의 큰 고통과 희생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고 향후 무엇을 준비하고 경계해야 할 것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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