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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강행 의대정원 확대, 정치적 목적 이벤트 우려"
장성구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대한의학회 회장)
[ 2020년 07월 31일 05시 46분 ]

[특별기고] 'COVID-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에 직면해 벌써 수 개월 째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계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여러 정치인들의 정제되지 못한 비이성적 주장이 현실화 된 것이다. 정부가 의과대학 신설을 전제로 한 의사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 단체인 의학계나 의료계 의견은 아예 묻지도 않았으며, 정부와 여당이 속전속결로 야합을 통해 결정한 것이다.


"전문가로써 의견 피력 기회 박탈 등 참혹감 느껴"

의학계와 의료계가 무시당해 섭섭한 게 아니고, 국가 미래를 위해 전문가로서 당연히 의견을 개진하고 역할을 수행해야 할 기회를 박탈당한 것에 대한 참혹함과 분노를 느낀다.


합의 핵심은 의과대학 신설을 전제로, 10년 간 4000명의 의사를 증원한다는 것이다. 의사 부족이라는 합당한 논리적 근거도 없었고, 의대 설립에 대한 교육 철학도 찾아 볼 수 없다.


창대한 권력을 바탕으로 무소불위 자세로 정치적 목적을 위한 이벤트성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신규 의대 설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사인력 부족이라는 대명제를 차용한 듯하다.


검증되지 않은 의사인력 부족이라는 논리에 동의할 수도 없거니와 의과대학을 신설함에 있어서 의학교육의 중요성, 우수한 의사인력 양성이라는 교육적 기본 철학을 망각한 행위다.


의학교육과 전문인력 양성 관점에서 의과대학 설립이 갖는 본질적인 목적으로부터 한참 벗어난 채 급격하게 결정한 졸속 행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특정지역이나 집단의 이해관계에 몰입해 의사 부족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의과대학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과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권은 정책적 결정이라는 미명 하에 의과대학 신설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왔다.

"정책적 결정 미명하에 신설된 의과대학, 부실 현실화됐고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 전가"


당연지사 우수한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시설과 프로그램, 막대한 교육 경비 해결책, 대학의 효율적인 운영 대책 등에 대한 치밀한 계획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다수의 부실의대를 양산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갔고 사회적인 문제를 유발했다.


의료계나 의학계의 다양한 연구결과에 근거해서 의대 설립을 추진하지 않고 이해 당사자들이 경쟁적으로 의과대학의 설립을 주장하는 촌극을 벌여 온 결과였다.


항상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의사인력 부족이나 과잉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한 예단을 통해 정치적 결정을 한 것이다.


이러한 정치가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 같은 소리지만 미국의 의과대학 신설 과정을 살펴보겠다. 미국에서 의대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미국의학교육인증평가위원회의 자율적 인증평가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신규 의과대학의 설립이나 의학교육 프로그램 개설은 사전 평가결과에 따라 가능 여부가 갈린다.


부실의대 출현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우수한 의사 양성을 위한 바람직한 제도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가 의과대학 설립을 허가해 주고 그 이후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평가를 받게돼 있기 때문에 부실의대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방법이 없다,


이렇게 관(官) 주도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한 의학교육의 발전적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고품격의 자질을 갖춘 의사와 의료를 끝없이 요구하고 있는 아이러니가 현실 속에 상존하고 있다.

"대한민국 의사인력 추계 위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연구기구' 설립 제안"


대한민국 의학 미래, 그리고 의료강국을 위해 비합리적이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의학교육이 이용되고 뒤틀리는 비참한 상황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며 다음과 같은 의견을 개진한다.


항상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의사인력 추계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확립하기 위한 연구기구를 설립해야 한다. 특히 선진국과 같이 정부가 일절 관여하지 않는 독립기구로 운영돼야 한다.


한국적 사회 환경을 충분히 고려한 연구결과에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의사의 증원 또는 의과대학을 신설할 수 있다.


그러나 신설의 경우는 교육 능력과 졸업 후 의사 양성교육 시스템까지 평가를 받아 신입생 선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과거에 이 같은 측면이이 무시됐기 때문에 부실의대 발생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의사 양성 교육비가 OECD 국가 중 GDP 대비 가장 높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향후에는 의과대학 설립이 정치적인 구호가 돼서도 안 될 것이며,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의과대학 신설이 결정되는 아주 부끄러운 후진국 모습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탈피해야 한다.


의과대학 설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러한 사고방식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첨단 의학교육 달성과 의료강국 대한민국이라는 지상과제의 성취를 무참하게 짓밟는 행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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