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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기 전에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정의롭지 못한 정책과 그 결정 과정 분노"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 2020년 08월 21일 06시 09분 ]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전공의들이 20년 만에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8월7일과 14일, 젊은의사들이 여의대로에 모여 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첩약 급여화 등의 전면 재논의를 외쳤지만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었던 데 따른 것이다. 전공의 무기한 총파업을 이틀 앞둔 19일 저녁,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 사무실에서 박지현 회장을 만났다. 급하게 마련된 복지부와의 회동에서 입장차만 확인하고 돌아온 직후였다. 의료계는 물론 정부, 그리고 국민들도 그의 언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편집자주]
 
Q. 눈코뜰새 없이 바쁠실 것 같다. 요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병원에서 수술도 하고 당직도 서면서 단체행동 준비도 하고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대전협 비대위 모두 그렇다. 거의 매일 저녁에 모여서 새벽 1시까지 회의를 이어간다. 다섯시가 지나면 누군가는 회의 장소에 와 있다. 병원 업무가 끝나는 대로 모여서 계속 회의를 한다.
 
Q. 이처럼 바쁘게 뛰고 있지만 전공의들 중 일부는 대전협 방향을 비판하거나 아쉽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전공의가 1만6천명이다. 지난 11개월간 대전협 업무를 해오면서 모두를 다 만족시킬 수 있는 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최대한 의견이 합치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 옳다고 믿는 가치를 위한 것이다. 비난도, 반대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것에 일희일비 하지는 않고 있다.

◆ 양보할 수 없는 가치와 '전면 재논의'
 
대전협 비대위는 매일 밤 의협회관에 모여 치열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한 최종 대화 상대는 정부와 여당이 돼야 하는 법. 현재의 강(强) 대 강(强) 대치를 풀기 위한 타협의 여지는 없는 걸까. 박지현 회장은 "다른 무언가를 얻기 위해 진료 현장을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복지부의 정책 전면 재논의 수용 전까지는 단체행동이 이어질 것임을 명확히 했다.
 
Q.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수용하는 대신 다른 것을 받는 식의 타협 여지는 없나
 
애초에 단체행동을 계획한 이유가 다른 무엇을 요구하고자 했던게 아니다. 우리는 의사이기 이전에 20, 30대 대한민국 청년이다. 정책 결정 과정이 정의롭지 못했고, 정책이 옳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우리가 느끼기에 옳은 가치가 아닌 것을 정부가 밀고 나가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단순히 ”수련환경 개선 해줄게“, ”주 40시간 근무하게 해줄게“, ”돈을 더 줄게“ 이런 걸 떠나서 옳지 않은 일이 중단되기 전까지는 단체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Q. 가령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줄이겠다는 식의 제안이 오더라도 마찬가지인가

그런 방식으로 타협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의사 결정 과정부터 잘못됐기 때문에 원점으로 돌아가서 의료계와와 같이 논의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도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그때는 인정하겠다.
 
Q.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나 복지부와의 만남은 어땠나?
 
이전보다 긍정적인 것은 여당이 우릴 만나려는 의지를 보였고 실제로 대화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대화를 하고 싶어도 여당이 받아주질 않았다. 그러다 박주민 의원이 SNS에 올린 글을 보고 만날 수 있겠구나 싶어 연락을 했다. 박주민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는 그간 여당이 의료계와 대화가 전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당과 대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복지부는 오늘도 ‘백지화’라는 말은 할 수 없다고 답을 정해놓고 나와 이야기가 전혀 진전될 수 없었다. 하지만 추후에도 계속 대화할 마음은 있다. 복지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전면 재논의’를 전제로 한 대화를 제의한다면 우리는 언제든 단체행동을 중단할 거다.

"박주민 의원 만나 중차대한 정책 진행하면서 의료계와 대화가 전무했다는 것 강조"  
"정부 의대정원 확대 등 정책 전면 재논의 없으면 단체행동 중단 없다"

"이번 파업이 전공의에 대한 인식 제고하는 계기, 파업불구 코로나19 방역활동으로 환자들 지킬 예정"
"많이 힘들지만 옳다고 믿는 가치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투쟁, 그리고 공감하는 많은 전공의들에 감사" 


Q. 앞서 두 차례 파업이 있긴 했지만 무기한 파업은 부담이 더 클 것 같다
 
7일과 14일 파업에서 봤듯이 병원은 큰 차질 없이 운영됐고 환자들에게도 문제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이번 파업은 전공의들에 대한 의료계와 국민들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을 피교육자이자 수련하는 입장인 전공의에게 몰아줬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경우는 평소에는 전공의가 진료를 하면, 교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아쉬워한다. 지금같은 상황이 되자 온 사회가 전공의가 병원의 필수인력이고 모든 의료의 베이스라고 하는데 이중적인 측면이 있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병원이 전공의 교육제도에 대해서도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Q. 결국 긴 싸움이 될 것 같다. 파업이 장기화 되면 내부에서도 여러 이견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개인마다 의견차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공의 회원들의 지지로 회장으로 선출됐다. 우리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따라와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세부적인 부분들은 중간 중간 의견 수렴을 하며 조정하면 된다. 물론 파업이 진행되다 보면 상황에 따른 판단도, 협상도 필요할거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다른 보상을 바라고 시작한 단체 행동이 아니다. 전공의 대부분이 공감하는 가치의 문제고, 옳고 그름에 대한 문제다. 그래서 분쟁이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8월7일 여의대로에서 있었던 젊은의사 단체행동

 
Q. 파업 중에도 코로나19 방역 활동에 참여할 것이라는 계획을 공개했는데
 
코로나19가 국내에 발생했을 때 의협보다도 먼저 성명서를 냈었다. 전공의들은 주80시간 제한이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시간제한 없이 환자들을 더 열심히 보겠다고 나섰던 거다. 요즘 파업을 하면서도 전공의들은 ”어떻게 전공의들은 바보같이 일을 다 하고 파업하러 나가냐“고 자조적인 농담을 한다. 파업 일정을 미리 예고하는 것도 병원이 외래나 수술 일정을 조정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협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를 위한 거라는 의미다. 지금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다. 그래서 진료현장은 잠시 비우지만 우리가 잘하는 일을 하며 환자들을 돕고자 방역 활동을 하겠다고 한거다.

Q. 코로나19로 인해 집회는 불가능해졌다. 파업 중에는 어떤 활동을 할 예정인가
 
오프라인 단체행동은 없을 예정이다. 이번 파업 기간동안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어떤 병원이 이상적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거다. 이 외에도 수련규칙 표준안, 전공의법 등에 대해서도 온라인을 통해 토의할 계획이다.

정부의 '탁상공론'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 박지현 회장은 "숫자와 통계만 보고 전문가 의견은 배제한 탁상공론"이라며 비판했다. 치열한 고민이 없는 의대정원 확대와 지역의사제 도입은 의료 불균형을 되레 심화시키고 세금만 낭비하게 된다는 게 대전협 입장이다.
 
Q. 의대정원 확대 정책의 어떤점이 문제라고 보나
 
의대정원 증원의 필요성을 단순히 숫자와 통계를 근거로 도출해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전국에 소아외과 펠로우가 한 명인데 우리 병원에 있다. 그런데 그 펠로우가 할 수 있는 수술이 없다. 환자가 없기 때문이다. 소아외과 교수님이 3~4명 있는데도 배울 수가 없다. 서울 소재 대형병원이 이런데 지방에 소아외과 의사를 배치한다고 해서 과연 환자가 올까. 인프라 측면에서도 그렇다. 전국에 간담췌 휘플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30명이 안 된다. 가령 의사 100명을 더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휘플수술을 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가 갖춰진 병원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의사를 늘리고 지방에 배치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숫자, 통계만 보고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은 배제됐기 때문에 이런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거다. 지역의사제도 마찬가지다. 지역에서 10년 의무복무 기간동안 환자가 없어서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의사가 된 이들을 국가는 어떻게 책임질 건가. 그렇게 배출된 의사들에게 진료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또 무슨 죄인가.
 
Q. 의협이 말하는 의료 4대악 중에도 의대정원 증원‧공공의대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한데
 
의대정원 증원‧공공의대 신설을 주로 언급하는 것은 정부가 급하게 추진하고 있는 법안들이 그 두 가지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역시 문제다. 첩약 급여화는 의사라면 다들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당장 의대정원이나 공공의대가 급해서 이것을 집중적으로 언급하는 것이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8월14일과 1년전 취임사

예정대로였다면 의료계 총파업이 있었던 지난 8월14일은 박지현 회장을 이어 대전협 신임회장이 확정됐어야 하는 날이다. 하지만 대전협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박 회장은 여전히 대전협을 이끌고 있다. 1년 전 취임사에서 그는 “대전협이 행복해야 전공의 회원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임기동안 옳다고 믿는 선의를 지키기 위해 행복하게 일하겠다”라고 말했던 바 있다.

Q. 마지막 질문이다. 요즘은 행복하게 일하고 있나

현재 상황은 안타깝다. 하지만 매일 새벽 회의를 마치고 대전협 멤버들과 귀가할 때 보람을 느낀다. 다들 힘든 전공의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인데, 옳다고 믿는 가치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우는 순간들이 좋다. 이런 일을 하는게 누구 하나 돈을 벌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명예를 얻자고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빨갱이니, 반동분자니 하는 얘기까지 듣는다. 주변에서도 많이 말린다. 하지만 옳은 일을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여기에 공감하는 수많은 전공의들이 있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ms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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