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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주축 의료계 강경 파업과 복지부 딜레마
한해진 기자
[ 2020년 09월 08일 06시 10분 ]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수첩]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토론회 개최가 드물어졌다. 하지만 정책 변동이 활발한 보건의료 분야에선 이와 다른 모습이 연출된다.

토론회에서는 주로 의학계의 주제 발표 후 의료단체가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보건복지부 등 정부 측을 대표하는 부처 관계자가 의견을 내고는 한다.
 
재밌는 점은 어떤 주제가 나오더라도 부처 관계자의 발언이 항상 비슷하다는 것이다.

우선 해당 토론회에서 논의된 주제와 관련한 법률 및 시행규칙을 낭독하고, 개정 방안으로는 정부가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할 내용을 제시한다. 이후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맺음말로 토론을 마친다.
 
최소 두 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에서 실질적인 법 집행으로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복지부 관계자의 발언이 이처럼 맥없이 끝나 버리면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가득하다.

이런 경향은 최근 들어 더욱 심해졌다. 조금이라도 다른 대안을 언급하는 복지부 과장이나 사무관이 등장하면 사회자가 ‘오늘은 새로운 이야기를 해 줘서 감사드린다'고 인사하는 지경까지 왔다.
 
전공의, 아니 전공의를 넘어 '의료계 총파업'을 촉발한 의대생 정원 확대 이슈도 지금까지 비슷하게 다뤄져 왔다. 의대 정원이 동결된 지난 15년 간 해마다 개최되는 토론회, 좌담회, 심포지엄에서 국내 의사 수 부족에 대한 논의가 지속됐다.
 
'OECD 대비 부족한 것은 맞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먼저다', '의사 증원 시 부작용이 더 크다'는 등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나면 복지부 관계자는 '협의가 필요할 것 같다'는 애매한 말로 토론회를 마치곤 했다.
 
그런데 해당 공무원도 나름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토론회라는 것은 복지부를 향한 온갖 비판을 대신 들어야 함과 동시에 자신의 발언이 마치 정부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자리이기 때문에 최대한 정제된 이야기만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의사 수에 관한 문제가 얼마나 의료계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고 민감한 반응을 부르는 사안인지, 그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복지부 입장에서는 쉽사리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니 유보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그러다가 상황이 급변했다. 복지부는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과 함께 경찰 고발 등 전례 없이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의료계는 복지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강하게 비난했고 전임의, 교수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여당이 나선 후 상황이 반전되면서 대한의사협회와의 '원점 재논의 합의 후'에는 전공의 6명에 대한 고발 조치를 취소하고 국시 일정을 연기하는 등 복지부의 태도가 다소 누그러졌다.

이처럼 복지부의 행동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의대 정원 얘기를 어디에서 먼저 꺼냈는지 생각해 보면 결론은 쉽다. 지난 7월 의대정원을 연간 400명씩 늘린다고 밝힌 곳은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당정협의다.
 
청와대도 힘을 보탰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의료계 파업과 관련해 “원칙적인 법 집행을 통해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복지부는 상위 기관의 ‘강력한 대처’ 요구를 따르고 있을 뿐이다. 10여 년 넘게 단 하나의 합의점조차 찾지 못했던 문제가 어느날 갑자기 결정됐을 때 의료계 반발과 현장의 혼란을 복지부가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실제로 여당 개입 후 복지부 또한 달라진 태도를 보이면서 협의문 서명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강(强) 대 강(强)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한편 복지부도 전공의들 만큼 답답한 구석이 있을 만하다. 표면적으로는 의료계와 대립하면서 다음 수를 계획하는 것 같지만 사실 장기판 말을 움직이는 데 실질적 주도권이나 권한은 물론 큰 영향력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파업에 나선 의사들에게 복귀를 촉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복지부에게 협상 카드를 보태줄 수 있는 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의사들 정서를 이해하고 지지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애초 이런 반발에 대한 안전장치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환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든 데는 청와대 책임도 크기 때문이다. 
 
또 하나 우려되는 측면은 파업이 어떤 형태로건 종료된 후 방향이다. 가장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중앙부처에게는 방패 역할만 맡기고, 실제 정책 논의와 집행 결정은 다른 주체가 담당하는 것은 의료계의 '전문가 의견 수용' 요구와 함께 수용되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에 또 다시 명분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hjh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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