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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안전하고 의사 존중받는 의료환경 조성 총력"
서연주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
[ 2020년 09월 15일 05시 49분 ]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한 달여 이어지던 범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이 두 번째 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기존 단체행동 대신 정부‧여당의 합의안 이행을 감시하고 정책 투쟁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 8월 한 달 그 누구보다 뜨겁게 타올랐던 젊은 의사들은 이제 냉철한 이성으로 정부‧여당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데일리메디는 젊은의사들 투쟁 현장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대한전공의협의회 서연주 부회장을 만났다. 시위 현장의 거리나 공식적인 기자회견장이 아닌 병원에서 만난 서연주 부회장은 의사로서의 열정이 넘치는 누구보다 환자들 안위(安危)를 걱정하는 평범한 젊은 의학도였다. [편집자주]
 
Q. 한 달여 투쟁 끝에 병원에 복귀했는데 어떤 심정인가
 
슬프기도 하고 죄송하다. 환자분들에게 죄송하고 우리 대신 병원을 지켜주셨던 선생님들에게도 죄송하다. 병원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현실과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되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 시도를 보면서 착잡하고 비참한 심정이기도 하다. 지금은 환자들을 지키면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우리 목소리를 정확히 낼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Q. 병원 복귀 선언 이후 내부적으로 내홍이 있었고 비대위가 사퇴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는데
 
개인적으로 사퇴라는 방식은 일방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라도 1라운드를 마무리하고 2라운드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더 큰 미래와 비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지속되면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고 현실적으로 최대집 회장이 합의안에 서명해 버린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1라운드에서 원점 재논의 명문화라는 명분이 충족된 것은 사실이다. 이제 원점에서 어떤 부분들을 논의해야 할지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봤는데, 그런 비전들이 내부에 충분히 공유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비대위 집행부가 전원 사퇴하게 된 것이다.
 
Q. 대전협 집행부 일원으로 계속 활동하고 있는지
 
대전협이 평시에 진행해왔지만 단체행동으로 인해 회장단이 관여하지 못하고 있던 수평위, 병원 평가 등의 업무 등을 재정비하고 있다. 지금 사태에 대해서는 대전협 임시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향후 방향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아울러 전공의들이 의사로서 본연의 역할을 하면서 의료계 문제들에 대해 발전적‧건설적 목소리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병원별 전공의 조직화 작업을 하고 있다. 최종 목표 지점은 모두가 합법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인데 그게 바로 노동조합이다. 단일 병원들까지 노조를 설립하는 것이 대전협의 조직화에 대한 기본 비전이다.

서연주 부회장은 열악한 전공의 수련 교육 현실에 대한 해결을 촉구했다<사진: 대전협 유튜브>
 
 젊은의사들이 거리로 나섰던 이유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매스컴 관심은 파업이라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됐다. 정작 젊은의사들이 진료현장을 떠나 거리로 나온 이유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연주 부회장은 ‘의료정책 결정 과정에서 기울어진 대화 체계’와 ‘근본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의료 정책’을 젊은의사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두 가지 큰 이유로 꼽았다. 앞으로 구성될 의정협의체에서 젊은의사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게 될 지를 대략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

"상설감시기구 전공의노조 의정협의체 구축, 운영"
"1라운드서 원점 재논의 명문화라는 명분 충족, 더 큰 미래와 비전 고려 위해 파업 중단" 

"기울어진 대화 체계와 근본적 문제에 대한 고민없는 정책 추진 문제"
"정부는 의사 공공재라고 하지만 투자와 관리는 사실상 전무"
"전공의 교육 지도자 및 교수들에 대한 질적 향상과 함께 제대로된 평가‧보상 체계 절실"

"전공의 총파업, 반대 위한 반대 아니고 다양한 정책 대안 준비 최선"
 
Q. 젊은의사들과 의대생들이 거리로 나서게 된 이유는 뭔가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소수의 인원들이 의료 현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소통 없이 의료정책을 추진하는 ‘기울어진 대화체계’가 첫 번째 문제다. 두 번째는 현장의 전문가들이 느끼는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이 빠져있는 정책이다. 우리는 제대로 배워서 제대로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길 꿈꾸면서 이 길을 택했다. 그런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100시간이 넘게 일하는 생활도 감수하겠다고 각오했던 것이다. 그런데 실제 의료계에 들어와 보니 의사로서 전문성은 전혀 존중받지 못하고, 진료를 함에 있어서도 자율권이 침해되고 있었다. 이런 문제들이 환자의 피해로까지 이어지는 상황들을 목격해왔고, 지극 졸속으로 추진되는 정책들이 이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 자명했다. 이대로는 대한민국 의료 미래는 없다는 위기감에 모두들 거리로 나오게 된 것이다.
 
Q. 전공의로서 느끼는 근본적 문제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
 
근본적 문제는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다. 환자들은 전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지방병원에서 제대로 된 수련 기회를 가질 수가 없다. 환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격차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방병원에선 제대로 수련받으며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비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병원에서 돈도 더 준다고 하고, 환자도 더 적게 보며 편하게 지낼 수 있는데 왜 의사들이 지방으로 가지 않는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의사들은 쉽고 편한 길을 원하는 게 아니다. 내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필요하다. 그 확신은 제대로 수련받고 제대로 지식을 습득했을 때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방에 내려가면 심장 수술할 환자가 없다. 환자가 있다 해도 문제다. 심장 수술을 하기 위해 병원이 투자해야 할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지방병원들은 그런 비용을 감당할 구조가 안 된다. 결국 1차나 2차 진료 위주로 돌아가면서 쉽게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변질된다. 
 
Q. 정부는 의료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결국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아닌지
 
의료의 공공성은 의사들도 분명 인지하고 있고,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했을 때 의사들이 대구로 자진해서 달려간 것도 그런 인식들이 기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의사가 공공재라고 하면서도 투자나 관리는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국가에 필요에 따라 의사들을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본다. 앞서 얘기했던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결국 국가가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의대교육도 마찬가지다. OECD 국가들 중 의대교육에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고 학교와 개인에게 맡겨놓은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학기당 1000만원씩 내고 교육을 받는데 교육 자체가 부실하다 보니 그것만으로 환자를 확신을 갖고 진료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의사들이 전임의를 많이 하고 전문의 비율이 높은 것도 의대교육이 부실한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의대교육과 전공의 수련 과정만으로는 자신있게 환자를 진료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의사인력을 늘리겠다고 하는 정부의 발상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Q. 그렇다면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해선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먼저 전공의들을 교육할 지도자나 교수들에 대한 질적 향상과 제대로 된 평가‧보상 체계가 필요하다. 현재는 바쁜 와중에도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는 선배들의 희생만 있을 뿐 교육과 수련에 대한 아무런 보상이 없다. 외래‧수술 실적과 연구 위주로 교수들의 성과가 평가되는 시스템 안에서 수련과 교육은 등한시 될 수밖에 없다. 일단은 체계적 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 지도전문의 시스템이 바로잡혀야 하고 이들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충분한 보상도 줘야 한다.
과별‧연차별 수련교육 과정의 체계화‧표준화도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병원별로 과별로 그리고 같은 병원 내에서도 교수별로 가르치는 방식이 천차만별인데 교육 과정의 체계화‧표준화가 이뤄져야 수련병원과 상관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기대할 수 있다. 이게 결국 의료전달체계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방법이기도 하다. 지금은 환자들이 출신 대학 및 병원에 따라 의사들 실력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다. 보편화된 교육체계가 마련되고 질적 검증이 이뤄질 수 있다면 이런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의료전달체계 문제는 환자들이 자유롭게 병원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이 있을텐데
 
환자들이 병원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억제책보다는 유인책을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지역주민이 지역병원에서 치료 받을 때 치료비를 경감해준다든지 다른 혜택을 주는 방식이 가능하지 않을까. 지역수가나 환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홍보 체계 등에 대한 투자들도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의정협의체가 만들어지면 이처럼 의료계 문제에 대한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우리도 무작정 대안 없이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고 발전적인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공의들은 배운대로 진료할 수 없는 의료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사진: 대전협 유튜브>
 
◆ 젊은의사들은 환자를 살리고 싶다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전공의들은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서 절망감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투쟁에 나섰지만 정작 국민들이 ‘밥그릇’ 지키기로만 바라보는 것에 또 한 번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서연주 부회장은 좌절한 동료와 후배들을 위해 더 큰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Q. "배운대로 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는 젊은의사들 호소도 많았다고 들었는데
 
병원에서 진료하면서 항상 먼저 생각하는 것이 ‘이게 보험이 되나’, ‘삭감이 되나’ 하는 것이다. 교과서에 나와있고 최신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치료법인데 심평원 규제는 이런 것들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결국 배운대로 진료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의사들은 어떻게든 환자를 치료하고 싶어 편법을 생각하게 된다. 파업 나가기 직전에 본 환자 중에 혈액암으로 면역 저하 상태인 분이 있었는데 폐에 곰팡이균이 생겼다. 그런데 곰팡이균을 죽이는 항진균제는 가격이 한 달만 써도 몇 천만원이 나올 정도로 비싸다. 환자는 그 약제를 쓰지 않으면 하루이틀 사이 사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보험기준이 안 되다보니 약제팀에서 약을 훔쳐올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너무 답답했다.
나라에서 제대로 치료받을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고, 그 환자를 살려내기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 사실 항암제나 이런 약제들을 급여화한다고 해서 의사들 월급이 느는 게 아니다.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느는 것이고, 비용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인데 급여화나 수가를 얘기하면 항상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인 것처럼 비춰지는 게 안타깝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공의들 대부분이 ‘단체행동 블루’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환자들을 위해 의료계 문제점들을 해결하려 투쟁에 나선 것인데 국민들은 밥그릇 싸움으로 본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인식 괴리에 따른 감정적 소모가 큰 것 같다. 이번 투쟁을 시작했던 대전협 집행부의 한 사람으로서 사랑하고 아끼는 동료와 후배들이 패배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나도 감정적으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지만 이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고 싶지 않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는 여기서 포기하고 패배해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명분과 비전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일 뿐이다. 상설감시기구를 비롯해 전공의노조, 의정협의체가 3개 축이 돼 환자는 안전하게, 의사는 존중받으며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ms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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