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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제약사 노사 대립 빈발···'꿈의 직장' 괴리감
한국MSD·쥴릭파마코리아·한국룬드벡 포함 노사갈등 심화
[ 2020년 12월 29일 19시 16분 ]
이탈리아 바이오 제약회사 메나리니의 한국법인 한국메나리니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은 지난 10월 28일 한국메나리니에 19번째 지부가 설립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2년말 출범한 산업별 노동조합인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에는 ▲한국다케다제약지부 ▲한국BMS제약지부 ▲한국페링제약지부 ▲박스터지부 ▲쥴릭파마코리아지부 ▲한국엘러간지부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지부 ▲한국애브비지부 ▲한국아스텔라스지부 ▲코오롱제약지부 ▲한국MSD지부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코리아지부 ▲한국먼디파마지부 ▲갈더마코리아지부 ▲쥴릭파마솔루션즈서비스코리아지부 ▲한국룬드벡지부 ▲자노벡스코리아지부 ▲메드트로닉코리아지부 ▲한국메나리니지부 등 19개 외자사가 참여하게 됐다.
 
한국메나리니지부는 설립 이후 1주일도 안돼 한국메나리니 소속 직원 중 절반에 달하는 직원 51명이 가입했다.
 
암젠코리아에도 첫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이곳은 최근 서울지방노동청에 신고를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암젠 노조는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이 아닌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 가입할 예정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암젠은 지난 2015년 국내법인을 출범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일자리 으뜸기업에 선정되는 등 직원 근무환경이 좋은 제약사로 알려졌지만 노조에는 임직원 163명 중 76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대상 인원(팀장급 등 제외)의 80% 이상이 가입한 셈이다.
근무지 및 업무 변경 등을 기점으로 그동안 회사 정책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노조 설립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내용이 기업 정보, 연봉정보를 공유하는 앱 블라인드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암젠코리아 노조는 “조합원이 존엄성을 유지하고 민주시민 일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조합원 공동이익을 옹호함을 목적으로 설립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른바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외국계 제약사의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가 제약계 전반에 만연해 졌다. 단순 근무환경, 처우뿐만 아니라 직원 간 마찰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는 글로벌 제약회사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글로벌제약회사의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관할청의 관리감독을 주문하기도 했다.
 
오가논 분사를 앞둔 한국MSD는 노동조합과 마찰을 빚고 있다. MSD는 최근 신설 법인 오가논으로 이동할 직원 222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MSD 교섭대표 노동조합은 지난 10월 12일 사측에 교섭 결렬을 알리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제출했다.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에서 탈퇴 후 재적인원 302명 조합원을 확보한 기업노조는 “작년 10월 교섭대표 노동조합 확정 후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30여 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무성의하고 형식적으로 대응해 왔다”고 주장했다.
 
10월 26일 1차 조정 결렬, 11월 2일 2차 조정이 중지되면서 쟁의권을 획득한 노조는 결국 쟁위 행위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본사를 핑계로 단제협약 체결을 미루는 경영진을 규탄,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가지고 2월 분사 전까지 단체협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오가논 분사 과정에서 기존 경영진은 영전하는 반면, 직원들은 토사구팽 당하는 형국을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단체협약 체결 전 분할과정을 완료하기 위해 교섭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기업분사 반대 그 자체가 아닌 신설회사로 이동하는 조합원들의 직접적 근로조건에 해당하므로 사측이 참여를 요구하는 분사 관련 논의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쥴릭파마 계열사인 쥴릭파마솔루션즈코리아에서도 노사갈등 양상이 불거지는 모습이다. 올해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진행이 원활하지 않자 회사가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노조 간부 3명을 대기발령한데 비롯됐다.
 
이곳은 헬스케어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마케팅대행업체다. 작년 3월 사내 노조를 설립하고 민주제약노조 신생지부로 가입했다.
 
이곳 지부는 10여 차례에 걸쳐 2020년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곳 지부는 10월 26일 서울지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쟁의권을 획득한 상태다. 
 
노조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파업 가능성을 나타내자 지난 10월 15일 민주제약노조 쥴릭파마솔루션즈서비스코리아지부장을 대기발령시켰다.
 
이어 쥴릭파마솔루션즈서비스코리아지부 사무국장과 간부 1인을 추가 대기발령조치했다. 보름새 지부장을 포함해 노조 간부 3명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것이다. 
 
노조는 법률 투쟁과 더불어 단체행동에도 돌입했다. 지난 10월 30일 오후 조합원 전원의 파업을 결정한데 이어 11월 2일부터 13일까지 1차 파업에 돌입했다. 
 
지부 관계자는 “회사가 대형로펌을 배경으로 노동관계법과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비정상적인 절차로 무리하게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면서 “정상적이고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이 인정받을 때까지 싸워 나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직 개편시, 근로자 참여·동의권 보장 필요”

최근 극적인 합의를 이뤄냈지만 한국룬드벡 노동조합은 현수막을 걸고 노동조합 활동 탄압에 대해 항의해 왔다. 사옥 총궐기대회를 비롯해 대표 자택 앞, 인사팀 총괄이사 자택 앞 집회도 예고하는 등 큰 갈등을 겪었다.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한국룬드벡지부는 노동자 80%가 가입, 2019년 7월 설립됐다. 이들과 회사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1년 간 교섭을 진행했으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노동조합은 금년 8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조정중지 결정에 따라 합의는 결렬됐다. 
 
이후 한국룬드벡지부는 쟁의 행위를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 조합원의 98.16%의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와 한국룬드벡은 지난 11월 11일 13시간의 집중교섭 끝에 단체교섭안 141개 조항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합의안에는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활동보장(노동조합 가입범위·노동조합사무실·근로시간면제)△고용안정보장△노동조합의 징계위원회 참여△조합원의 복리후생 증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사대립 양상이 빈번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결정권이 글로벌 본사에 있는 다국적사 특성상 법적 근거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일방적인 조직개편에서 근로자의 참여와 동의권 및 거부권을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진선미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은 “회사 분할이 근로자의 생존권을 침해할만한 중대한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현행 상법은 물론 노동관계법에서 이들을 보호하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허만료를 앞둔 품목, 경쟁력이 떨어지는 품목들을 법인을 세워 일부 직원과 함께 내보내는 행태가 제약업계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진 부회장은 “이는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과 처우격차 문제로 귀결된다. 헌법과 근로기준법 등 법취지에 비춰볼 때 사업주 변경을 초래하는 회사 분할에서 승계를 원하지 않는 근로자에게는 일률적으로 거부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만목 에이원노무법인 대표 노무사는 “글로벌 본사와 한국 근로자 사이에 밀접한 관계 형성이 힘든 외국계 기업의 경우, 오직 효율성의 논리로만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같은 상태에서 분할 시 근로관계에 대한 입법 흠결까지 존재해 기업들로 하여금 ‘한국에서는 근로관계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저지할 법적 장치가 없어 근로관계를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준다”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aeks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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