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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법정구속 등 의료계 관행 경각심 '판결'
법원, 증거인멸·은폐 등 잣대 엄격 적용···맘모톰·전화진료도 이상 기류
[ 2020년 12월 30일 19시 19분 ]
[데일리메디 박정연기자] 2019년에 이어 2020년도 의료계는 의사들 송사(訟事)로 떠들썩했다. 

지난 9월 장 정결제를 부적정하게 투여해 환자를 숨지게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강남세브란스 병원 임상조교수 A씨가 법정 구속되면서 의료계에선 강한 반발이 일었다.

진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법원이 또 다시 엄격한 처벌을 내렸다는 것이다. ‘증거인멸 행위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을 감행한 것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최근에는 분당차병원 신생아 낙상사고를 은폐한 의료진들에 대해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의료행위와 관련한 사건이 아닌 증거 인멸 사건으로 앞선 ‘강남세브란스병원 조교수 법정구속’과는 결이 다르지만, 법원은 이 사건에서도 의사의 무거운 사회적 책무를 강조했다.

형사소송 외에도 의료계에서 주목할 만한 법원의 판단은 계속적으로 이어졌다.

오랜 법정 싸움 끝에 법원이 의료계 손을 들어준줄 알았던 ‘맘모톰’ 사건과 관련해서도 최근 법원은 ‘반전 판단’을 내놨다.

맘모톰 시술이 신(新)의료기술로 인정받기 이전 시행된 의료행위에 대해 진료비를 청구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앞선 소송에서 법원이 연달아 의사들 손을 들어줬던 맘모톰 소송건이 다시 미궁속으로 빠지면서 의료계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계에서 이슈가 되는 ‘원격진료’와 관련해서도 주목할 만한 판결이 나왔다. 최근 대법원은 환자 요청으로 전화진료를 한 한의사에 대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1월 ‘재진환자에 대한 전화진료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놓는 등 근래 몇 년간 원격진료와 관련해 비교적 폭넓게 합법성을 인정한 모습과는 사뭇 판결이었다.

법조계에선 전화진료에 대한 대법원 기조가 바뀌면서 향후 소송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 한해 의료계가 주목한 주요 판결을 되짚어봤다.
 
장폐색 환자에 장정결제 투약 후 환자 사망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9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강남세브란스 임상조교수 A씨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당시 80대 B씨는 뇌경색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주치의로 배정된 A교수는 영상검사 결과 대장암이 의심되자 대장내시경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고, 장정결제를 투여했다.

하지만 B씨는 호흡곤란과 혈압저하 증상을 보였다. CT촬영 결과 장천공이 확인됐고, B씨는 같은 날 오후 장정결제 부작용인 장폐색으로부터 유발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결국 사망했다.

재판에 넘겨진 A교수는 “정상적으로 이뤄진 의료행위”라고 항변했다.

장정결제를 투입하기 전(前) 환자 상태를 살폈을 때 복부가 부드러웠고, 압통과 반발통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청진상 정상적인 장음이 들렸고 복통과 변비 증상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에 대한 사전 영상의학과 판독 결과 고도 장폐색 소견이 있었음에도 이를 재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복부 엑스레이로 CT촬영 검사를 받은 B씨는 ‘마비성 장폐색, 희맹판을 침범한 상행 대장 종양, 회맹장판 폐색에 의한 소장 확장'의 영상의학과 1차 판독 소견을 받았다. 

재판부는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대장내시경을 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사정이 없었고, 장정결제를 투여하지 않는 검사방법도 존재했다”며 “장폐색 소견과 장정결제 투여의 부작용이나 위험성을 설명했다면 환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A교수를 법정 구속했다.

의료계에선 곧 반발이 일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규탄 회견과 함께 1인 시위에 나섰으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평의회는 “전문가의 의학적 판단을 무시한 재판부 판결에 분노한다”며 비판 성명을 냈다.

장폐색 의심 환자에게 장 정결제를 투여했다가 사망케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던 의사는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보석 허가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A교수 법정구속 사태는 지난 11월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보증금 1천만원 납입을 조건으로 보석 허가 결정을 내리면서 우선은 일단락됐다.

재판부는 J교수에 대해 ▲주소지 거주 ▲소환 시 지정된 일시·장소 출석 ▲도망·증거 인멸 금지 ▲3일 이상 여행·출국 시 법원 신고 및 허가 등 통상적인 수준의 이행 조건을 내걸고 보석을 허가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53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구치소에서 고생하신 교수님이 가족들이 기다리는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실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석방 탄원서 서명에 참여해 주신 수많은 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역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은 해당 의사에게 방어권 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며 “늦었지만, 합리적인 결정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A교수 재판은 12월 기준 현재진행형이다. 의료계에선 거듭되는 의료진 형사처벌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냈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료 현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분쟁에 대한 무분별한 형사처벌은 결국 방어진료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나아가 필수진료 기피와 의료기술 발전 저해 등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 대신 보험사 청구한 맘모톰 소송’ 법원, 보험사 채권자 대위권 인정
 
보험사와 의료계가 오랜 갈등을 빚고 있는 ‘맘모톰’ 관련해서도 의료계를 들끓게 한 법원 판단이 나왔다.

최근 수원지방법원은 DB손해보험이 경기도 소재 A외과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A외과는 DB손해보험이 부담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신(新)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진료행위에 진료비를 청구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진료비를 부담한 보험사가 환자(보험 가입자)를 대신해 병원을 상대로 부당이득 환수소송을 낼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병원 측 승소로 결론 내려진 '맘모톰 소송' 첫 판결과는 상반된다.

당시 법원은 실손보험사가 시술을 받은 환자를 대신해 ‘피보전 채권’을 행사해야만 하는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서울지방법원은 보험사의 채권자 대위권 행사에 대해 “보험사가 환자 보유 채권의 이행을 적절히 확보하기 위해 대신 권리를 행사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또 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고도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수원지방법원은 “보험사의 채권자 대위권 행사가 적법하지 않다면 보험사가 환자 수십명을 상대로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이어 환자들은 병원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이는 소송경제와 분쟁의 실질에 반한다”고 지적하며 보험사가 부당한 진료비를 돌려달라고 병원에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봤다.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이번 판결은 의료계의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판례에 따라 보험사와 의료기관 간 소송전이 더욱 빈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맘모톰 소송을 둘러싼 상급심 판단에 의료계 관심이 또다시 쏠리고 있다.
 
‘전화진료’ 관련 엄격해진 대법원…‘의료서비스 질 저하’ 우려감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여름 ‘4대 악’으로 규정하고 반대한 원격진료와 관련한 대법원 판단도 이슈가 됐다. 앞서 전화진료와 관련해 ‘유연한’ 판단을 내렸던 대법원이 다시 엄격해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은 환자 요청에 따라 전화로 진료한 뒤 한약 등을 처방한 한의사에 대해 ‘의료법 33조 1항을 위반한 사항’이라고 판결했다.

현행 의료법 33조 1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개설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행위를 해야 한다. 다만 예외조항을 통해 응급환자를 진료하거나 가정간호를 하는 경우, 혹은 환자나 환자 보호자 요청에 의한 경우 등은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행위가 허용된다.

해당 사건의 경우 환자 요청으로 전화진료가 이뤄졌다. 한의사 측은 예외조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현재 의료기술 수준에선 전화를 통한 의료행위가 환자와 근접해 이뤄지는 일반적인 의료행위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준래 변호사(김준래 법률사무소, 법학박사)는 “이번 대법원 판단은 최근의 판결과는 결이 다르다”며 “대법원과 배치됐던 헌법재판소, 법제처 해석과 유사하며 전화진료에 대한 해석도 2011년의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갔다”고 해석했다.

앞서 지난 2012년 헌재는 전화진료 후 처방전을 교부한 의사에 대해 ‘직접 진찰은 대면진료를 의미한다’며 위법성이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2015년 법제처 또한 ‘의사는 제33조 제1항에 따라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를 직접 대면해 진료해야 한다’며 전화진료는 불가하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대법원은 이들 기관과는 다른 해석을 내려 의료계를 놀라게 했다.

2013년 대법원은 ‘전화진료를 통한 처방전 교부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전화상으로 진료했어도 의사가 스스로 진찰했다면 직접 진찰이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지난 1월에도 재진환자에 전화진료를 진행한 후 이전에 처방한 약을 재처방한 의사에 대해 의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지난 5월 판결에선 ‘진찰 행위가 전화 통화만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최소한 그 이전에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해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정 등이 전제돼야 한다“며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불과 최근까지 전화진료가 허용되는 범위는 넓게 잡았던 대법원이기에, 이번 판단은 더욱 주목할만하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얘기다.

해당 대법원 판결 이후 곧 전화진료와 관련해 의사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또다른 판결이 나왔다.

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가족장례를 치르는 중 전화로 진료를 봤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씨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를 인정,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사로서 지켜야할 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며, (전화진료는) 진찰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전화진료의 위법성을 판시했다.

한편, 국회에선 최근 감염병 사태 시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일각에선 화상진료, 전화진료 등 비대면진료의 단초를 제공하는 초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줄곧 원격의료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전화진료에 대해 엄격한 법리해석을 하는 법원의 움직임과 정부 정책 향배에 의료계 관심이 집중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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