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01월17일sun
로그인 | 회원가입
OFF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부쩍 화두···기대보다 우려 큰 '공공(公共)의 덫'
공공의대 이어 공공의사·공공간호사·공공제약사 등 '정치권 이슈' 부상
[ 2021년 01월 08일 12시 19분 ]
[데일리메디 박대진기자]최근 제도권에서 공공의대, 공공의사, 공공간호사, 공공제약사 등 ‘공공(公共)’에 대한 언급과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을 계기로 ‘공공의료’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공공재 관점에서 의료를 접근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행해지는 의료의 90% 이상을 민간 의료기관이 담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이해상충이 우려된다. 역시나 이를 간과한 채 추진되는 일련의 정책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 공중보건 위기 대응과 지역 간 의료불평등 해소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지만 의료체계 행간을 들여다 본면 얘기는 달라진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작금의 상황을 ‘공공의 덫’이라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편집자주]
 

코로나19확산으로 진가 발휘한 ‘공공의료’
 
지난 3월 신천지 발(發)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당시 대구·경북 의료진은 ‘아비규환(阿鼻叫喚)’이란 단어로 현장의 참혹함을 전했다.
 
엘리베이터가 5분에 한 번씩 열리며 환자가 밀려오는 상황, 간호사 1명이 무려 30여 명의 환자를 돌봐야 했다. 무엇보다 심각했던 상황은 병상과 인력 부족이었다.
 
급증하는 환자를 수용할 병상이 부족해 일부 환자들은 의사 한 번 만나보지 못하고 집에서 운명을 달리해야 했고, 대기표를 받아든 환자들은 병상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의료인력이나 교육 수준 역시 신종 감염병을 감당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공호흡기나 체외심폐순환기 등 중환자용 기계만 주어졌을 뿐 숙련된 중환자 전담간호사는 턱없이 부족했다.
 
일반 병동 환자만 보다 갑자기 코로나19 중환자 병동에 배치된 한 간호사는 “인공호흡기 작동에 대한 제대로된 교육 한 번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다”고 토로했다.
 
사상초유의 사태는 자연스레 ‘공공의료’라는 화두를 만들어 냈다. 국가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공공병원과 공공의료인력 확충 필요성이 집중 조명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감염병 특성상 민간병원 병상을 동원하기 쉽지 않고, 대규모 감염자 발생 시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 수단은 공공병원이었다.
 
실제 공공병원은 국내 전체 병상수의 15%에 불과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약 80% 환자의 치료를 담당했다.
 
일부 민간병원에서 음압병상을 내어 주기는 했지만 공공병원이 수행한 역할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고, 이는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 공공병원 원장은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공병원 역할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힘겨운 시간이었지만 공공병원의 정체성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公共)’이 능사가 돼 버린 현실
 
공공의료가 재난적 보건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달은 정부와 정치권은 무서운 속도로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우선 공공병원의 미미한 비중을 근거로 제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공공의료기관은 221개로, 전체 병원급 의료기관 4034개의 5.5%에 불과하다.
 
병상 비율로는 9.6% 수준이다. 이 마저 221개 공공병원 중 일반진료 기능을 수행하는 곳은 63개, 28.5% 밖에 되지 않는다. 광주, 대전, 울산, 세종은 아예 지방의료원이 없다.
 
특히 다른 국가들과 공공병상을 비교해 보면 한국은 10.0%로, 61.5%에 달하는 프랑스는 물론 독일 40.7%, 일본 27.2%, 미국 21.5% 등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은 국가적 재난, 재해, 응급상황 안전망 구축을 위해 권역별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급 공공병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설립비용은 300~500병상 당 약 2000억원 정도로, 이는 고속도로 4~7km를 건설하는 수준인 만큼 무리가 없다는 부연도 곁들였다.
 
정부와 정치권은 공공의료인력 확충에 초점을 맞췄다. 공공병원의 경우 민간 종합병원 대비 의사는 62%, 간호사는 74% 수준인 만큼 의료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정부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종사할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매년 400명씩 10년 간 4000명의 의사를 더 배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의료계가 동요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 사태에 목도한 공공의료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정책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공분한 의사들이 총파업에 돌입했고, 당정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한의사협회와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일단락 됐다.
 
의사에 이어 간호사도 ‘공공’의 개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가 장학금을 받은 간호대생을 일정기간 동안 공공병원에서 의무 복무토록 하는 ‘지역공공간호사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간호사 출신인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역공공간호사법을 발의했다.
 
최연숙 의원은 “지역공공간호사 도입과 공공의료 기능 강화를 통해 국민 모두가 동등하게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公共)’ 프레임 일방적 설정 부작용 등 역풍 우려
 
하지만 섣부른 공공의료 확대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이들은 ‘공공의료’라는 개념 접근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공공보건의료’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국민의 보편적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결국 현재 이뤄지고 있는 모든 의료행위가 공공의료에 해당된다는 얘기다. 맹장수술을 공공병원에서 하든 민간병원에서 하든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된 공공의료로 봐야 한다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굳이 ‘공공의료’라는 용어를 만든 법을 제정하고 운용하는 것은 의료영역에서 그동안 정부가 투자한 부분이 매우 적은 상황에서 일부 만이라도 정부가 담당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전문가들은 적정 수의 공공병원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병원이 해야 할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취약지역, 취약분야,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다.
 
민간병원이 꺼리는 이러한 기능을 수행할 때 ‘공공병원’ 존재의 의미가 커진다. 같은 맥락에서 민간병원과 경쟁하는 공공병원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병상 과잉공급 상태”라며 “민간병원을 인수, 대체하는 개념이면 모를까 공공병원 신규 설립은 과잉 상황을 증폭시킨다”고 경계했다.
 
이어 “공공병상 30%라는 참여정부 공약은 오히려 공공병원 비중 감소로 귀결된 바 있다”며 “공공병원 확대는 무한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민간병원과 경쟁하느라 돈 되는 의사를 수 억원의 연봉으로 모셔오는 공공병원에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의료’라는 구시대적 개념을 과감히 폐지하고 ‘의료’라는 전체적인 틀 속에서 최적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공공의료’라는 용어는 존재하지 않고, 의료는 그냥 의료일 뿐이지 공공의료와 민간의료로 구분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는 “경제적, 문화적, 이동의 문제 등으로 의료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국민들의 경우 공공의료가 아닌 복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작금의 공공의료 정책은 의료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공공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만능열쇠라고 생각하는 것은 명백한 허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의사인력과 수급, 의료전달체계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제시하고 대책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jpark@dailymedi.com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권덕철 장관 취임···"의료진 헌신 잊지 않겠다"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