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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와 의사 방어권
박대진 데일리메디 취재부장
[ 2021년 07월 12일 09시 05분 ]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소설 ‘삼국지연의’에는 후한시대 명의(名醫) 화타가 관운장 어깨의 화농 된 부분을 제거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설은 관우가 태연히 고통을 이기는 장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외과의사들은 뛰어난 수술 기법과 위생처리 능력에 주목했다. 수술의 효시(嚆矢)를 그 장면에서 찾으려는 노력 역시 맥을 같이 한다.
 
수술은 해박한 해부학 지식은 물론 해당 질병에 대한 이해, 마취, 지혈, 소독 등이 완전해야 가능한 현대의학의 결정체다.

이후 수술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을 살리며 근대의학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 왔다. 그 기간 동안 비약적인 술기 발전이 있었고, 더 많은 생명을 지켜냈다.

최근 수술실 CCTV 설치 논란이 뜨겁다. 인천과 광주의 척추 전문병원에서 대리수술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여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다만 의료계의 반발이 거센 탓에 공방전이 거듭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와 야당의 최연소 당대표가 설전을 벌이면서 정치권으로까지 비화되는 양상이다.
 
때문에 최근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방안 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주장은 지난 2016년 성형수술 도중 과다 출혈로 사망한 20대 청년의 수술실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불이 붙었다.

대리수술이나 의사과실로 환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CCTV 영상 없이는 이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전에도 그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4년 서울의 한 성형외과 의료진이 환자가 누워있는 수술실 안에서 생일 파티를 한 사진 이 공개돼 사회적 공분을 샀다.
 
2018년에는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서 의사가 아닌 의료기기 영업사원 이 환자를 수술해 해당 환자가 뇌사 판정을 받은 일도 있었다.

2019년에는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인턴이 마취 상태인 환자의 신체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등 수술실 내부 상황 공유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환자들은 다시 살아 나와 가족을 볼 수 있을까 불안해한다. 의료진의 사소한 한마디에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는 그들의 절박함이 집도의에 대한 무한 신뢰와 동일시 되던 시절 얘기다. 
 
의사를 믿고 맡겼던 수술실에서 터진 잇단 인권유린에 여론은 등을 돌렸고, 급기야 ‘CCTV’라는 방어기전까지 동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의사들 입장에서는 과도한 ‘침소봉대(針小棒大)’에 가슴을 칠 일이다.

일부의 잘못으로 모든 수술실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 WMA) 역시 우리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불신을 조장하고 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세계의사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미 무게추는 급격하게 기우는 모습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CCTV 설치에 찬성하는 의견이 80%를 넘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조사에서는 무려 98%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법안을 논의 중인 국회 역시 설치 위치, 운영방식 등 일부 각론에 이견이 있을 뿐 CCTV를 설치하는 방향에는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다.

작금의 상황만 놓고보면 수술실 CCTV 설치는 거스를 수 없는 명제가 돼 버린 분위기다.

지하철, 어린이집, 학교, 아동보호구역 등 현행 법률체계에서 CCTV 설치를 허용 또는 의무화하고 있는 총 10개의 장소에 수술실이 추가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수술실 CCTV 설치를 막을 수 없다면 그 운영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환자의 방어기전을 인정해준 것처럼 의사 의 방어기전 역시 보장돼야 한다.
 
의사들은 감시 카메라 설치에 따른 인권침해와 더불어 집도의의 집중력을 저하시켜 수술결과에 악영향을 끼칠수 있음을 우려한다.

가령 대동맥 뒤에 있는 암조직 제거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던 예전과 달리 대량 출혈 상황 발생에 따른 괜한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소극적으로 수술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계의사회 역시 “CCTV로 수술실을 감시하면 환자 참여를 억제하고 의사들이 어려운 처치는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때문에 의사들에게 CCTV 촬영 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분명 일리가 있다. 

환자에게 사전에 CCTV 촬영 거부 의사를 전달하고, 그럼에도 해당 의사에게 수술을 원할 경우 수술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중재안으로 의사의 녹화 거부권을 제시했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라는 단서가 달려있다.

물론 ‘정당한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규정하지 않았지만 의사의 촬영 거부권 행사는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하지만 의사도 당당히 직업수행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고, 인권침해 소지로부터 방어할 수 있어야 하며, 감시가 아닌 소신에 기반한 의술을 펼칠 권리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천하의 명의 화타가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CCTV 설치 의무화 논란을 보면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짐짓 궁금하다.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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