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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사과학자 양성 유명무실···해법은 없나
KAIST·포스텍, 의과학대학원 설립 추진 주목···"의대 교육부터 체계 확립 필요"
[ 2021년 11월 04일 12시 24분 ]
[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등 감염병 위기가 커지고,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약 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의사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모습이다.
 
질병에 대처하기 위해 임상과 기초연구가 가능한 의사과학자 양성을 필요로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이 국내에 마련돼 있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이어 포항공과대학(POSTECH, 포스텍)도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의과학대학원 설립에 나섰다. 오는 2023년 의과학대학원을 연다. 
 
포스텍은 최근 융합대학원 의과학 전분야 교수 초빙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의과학대학원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분자영상학을 비롯해 화학면역학, 의료영상진단 소재 및 기법(장비) 개발, 신경과학, 면역학, Drug Discovery, 줄기세포, 뇌과학은 물론 기타 의과학 전분야에서 의사과학자(MD-PhD) 교원을 모집한다.
 
포스텍은 하반기 교수 임용을 마무리하고 내년 신입생 선발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포스텍은 의대 신설을 추진해 왔던 터라 이번 의과학대학원 설립이 초석이 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보다 앞서 KAIST는 의사과학자 양성으로 세계적 바이오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의학·공학·과학 융합교육을 위한 과학기술 의과학전문대학원 설립 추진을 선언했다.
 
이상엽 KAIST 연구부총장은 지난 5월 한 심포지엄에서 대전과 세종을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기 위한 ‘KAIST’ 의학전문대학원' 필요성을 소개했다.
 
이 부총장은 “현재까지는 의사(MD)가 임상을 담당, 개발이 헬스케어로 못 갔다. 과학자 통찰력으로 의학과 공학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 창업을 이끌기 위해선 과학기술의전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이빔테크놀로지·제이디바이오사이언스·소바젠·지놈인사이트 등 KAIST 연구진이 회사를 설립한 가운데 각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KAIST는 2031년 나스닥 상장 2개사와 코스닥 상장 10개사를 목표로 세웠으며 2041년엔 나스닥 10개사 및 코스닥 50개사, 그리고 창업기업 가치 1000조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부총장은 “현재 이 기업들이 잘나가고 있는데 과기의전원이 설립되면 헬스케어산업을 일으켜 스타트업밸리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제도 2009년 시작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 교육과정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2009년 의학전문대학원과 한국연구재단이 의학전문대학원 내 MD-PhD 과정을 신설하면서다.
 
하지만 2010년 서울대와 연세대 등이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다시 의과대학으로의 회귀를 선언, 한국연구재단이 관련 지원금을 중단해 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현재 MD-PhD 과정은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
 
현재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은 기초전공의 , Physician-Scientist, MD-PhD 3가지로 분류된다.
 
기초전공의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학생으로서 의사면허증을 취득한 후에 MD 신분으로서 기초의학교실에서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다.
 
이들은 보통 일반대학원에서 박사과정 또는 석박사 통합과정을 병행한다. 전일제 조교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지만 문제는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의대생들이 현저하게 적다는 것이다.
 
기초의학 전공자가 점점 더 줄고 있으며, 향후 그 숫자가 0으로 수렴해 간다는 전망이 나온다.
 
Physician-Scientist는 전문의 자격증을 소지한 의학 석사 학위 취득자 및 졸업 예정자로서 4년의 전문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후 바로 3-4년의 PhD 박사과정에 입학한다.
 
주로 군(軍) 전문연구요원 제도와 연계해서 군 미필자가 병역 의무 수행을 연구 과정으로 대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군 전문연구원제도를 운영하는 대학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석박사 학위과정과 의무복무 기간을 포함하면 5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에서 의대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실정이다.
 
MD-PhD는 전문학위과정(MD)과 학술박사학위과정(PhD)이 결합된 의과학 복합학위과정으로, 이 프로그램의 전 과정을 이수했을 경우 MD-PhD 학위가 수여된다.
 
MD-PhD는 전문 임상경험과 연구력을 갖춘 의과학자를 양성하고 의과학 및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의학전문대학원 정책과 더불어 파행적인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
 
MD-PhD 복합 학위과정 축소…의대생들 비선호 
 
의학전문대학원 시스템 실패로 MD-PhD 복합 학위과정이 축소된 상황에서, 현재 국내에서 의사과학자가 될 수 있는 트랙은 매우 제한적이다.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 환경에도 불구하고 국내 의과대학 학생들은 의사과학자 길을 선뜻 선택하지 않는다.
 
이는 ‘의사과학자 진로 선택으로 인한 갈등’, ‘미래 전망 불투명성’,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금전적 보상 미흡’, ‘자아실현을 통한 개인적 만족감 결여’ 등이 이유다.
 
의대생들이 의사과학자의 진로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개인적인 문제부터 사회 체계적인 문제까지 다양한데 그 근본적인 원인은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체계적 교육과 정의 부재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 의사과학자 양성보다는 임상 전문의 양성에 더 치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종일 서울의대 생화학 교수는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연구에 관심 있고 그 열정은 미국 못지 않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혜택이 없는데다가 인프라 등 제도상 불충분이 현재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기초의학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미국 대학에 비해 외형적인 개편에만 머물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129개 의과대학이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NIH)의 MD-PhD 지원사업인 MSTP(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나머지 75개 대학은 독립적으로 프로그램을 가진다. 미국의 일반적인 MD-PhD 교육과정은 2+4+2 체제로 7~8년 동안 운영된다.
 
학생들은 처음 2년간 의학전문대학 교육을 이수하고 4년의 PhD 연구과정을 마친 후 다시 의학전문대학으로 돌아와서 2년 임상교육을 받게 된다.
 
대학원 PhD 과정을 시작하는 MD-PhD 학생들은 1년 이내 학위논문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강의를 들으면서 선택한 실험실에서 학위실험을 시작할 수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PhD 과정의 학생들과 같이 논문심사위원회 구성, 공개학위 논문발표 등의 과정을 거쳐 PhD 학위를 수여 받는다.
 
결과적으로 MD-PhD 학생들이 의사과학자가 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보통 3~4년(Thesis Research 기간)으로 일반적인 PhD 학생의 5~6년(의과대학 졸업 기준)보다 짧다. 
 
MD-PhD 학생의 경우 NIH의 장학기금을 받을 수 있어 효율적인 교육이 가능하다.
 
美 의과대학, MD과정서 PhD코스 다양하게 선택
 
MD-PhD 교육과정을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미국 의과대학에서는 MD-PhD 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특수성을 고려해 코스의 선택, 학제 간 연구 환경 제공, 개별화 교육 진행 등과 같이 교육과정 내에서 유연성을 확보해주고 있다.
 
하버드의 경우 학생들이 MD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PhD 코스를 다양하게 제시해 준다.
 
예를 들어, 의과대학의 Division of Medical Sciences23와 Cambridge 다른 학과, 그리고 MIT the School of Science and Engineering을 포함하여 Harvard의 Arts and Sciences 대학원 수업 중에서 학생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도록 한다.
 
또 존스 홉킨스는 공중보건학교와 같은 다른 부서의 박사과정(생명윤리, 국제보건 등)을 MD-PhD 학생에게 개방하는 등의 유연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MD-PhD 과정의 경우 학생들이 임상과 기초연구를 같이 할 수 있는 융합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존스 홉킨스의 MD-PhD 학생들은 PhD 과정을 시작하는 시점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상연구에 보다 관심이 많은 학생들의 경우에는 2학년이 끝난 후 임상교육을 일부 수료한 후 PhD 과정을 시작하는 등의 자율권을 가진다.
 
또한 이들에게 주요 임상 교과목 내에서 임상실습만을 필수로 수료토록 해서 남는 시간 동안 연구 활동 및 세미나, 컨퍼런스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적인 여유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MD와 PhD 과정이 서로 연계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김종일 교수는 “미국의 MD-PhD 과정은 기존 임상의학과 기초의학 간 경계를 허물고 기초생명의학 연구와 환자에 대한 임상진료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등 의사과학자 양성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970년대 우수 인력의 이공계 진출이 국내 ICT 산업발전을 이끌었듯이 국내 최고 수준 인재가 배출되는 의과대학이 미래 바이오 메디컬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할 인력을 양성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의사과학자가 체계적으로 배출되고 있는 해외 사례처럼 학부과정, 수련의 과정, 전문의 과정 등 의사교육 전반에 걸친 양성 체계가 세워졌을 때 의사과학자는 효과적으로 길러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의사과학자의 역할을 ‘기초의학 연구자’로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의사과학자의 이상적인 형태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가교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부 과정에서는 유연한 MD-PhD 과정 도입, 탐구중심 교육과정 운영,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에서는 임상 수련과 연구를 함께 할 수 있는 트랙이 필요하게 된다.
 
“학부-수련의-전문의 등 의사교육 전반 양성체계 확립 시급”
 
임상교수나 전문의 과정에서는 그들이 고유 연구 분야를 정립하도록 도움을 주고, 산업체 및 각 의과대학의 기초과학 교수들과 공조 등도 수반돼야 한다.
 
김종일 교수는 “의대 입학 초기부터 연구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흥미를 유도하고 각종 지원책 및 다양하고 질 높은 연구 프로그램을 제공해 의사과학자 육성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정부는 앞으로 미래산업 이끌 혁신성장 빅3 중 하나를 바이오헬스로 상정하고 육성하는데 연구결과가 국민 체감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 의사과학자 참여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올해 복지부는 의과대학 학부생부터 연구에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올해부터 학부생 양성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기획재정부도 ‘올해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통해 “감염병·고령사회 위기에 대응할 의과학 인력양성 지원 체계를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수협 과장은 “진료를 보는 의사가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연구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aeks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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