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소송 칼 끝 누구를 겨누나
2010.03.10 03:32 댓글쓰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의료사고 입증책임, 누가 지는 것이 옳을까.

의료사고분쟁조정법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해당 법안 내용 및 의료소송 사례를 집중적으로 다룬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MBC 'PD수첩'은 9일 '멀고 먼 의료소송, 두 번 우는 환자들' 편을 통해 20여년 전부터 추진된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추이와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집중 조명했다.

산부인과 의료사고로 아내를 잃은 황재홍(36)씨는 지난해 절절한 심경을 인터넷에 올려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사고의 충격으로 병원에서 제의한 합의를 거부, 의료진의 과실 책임을 묻는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해당 산부인과는 "황씨가 퍼트린 글로 인해 작년 한 해에만 환자 100명이 나가고 30억원 적자를 봤다"며 황씨를 상대로 인터넷 게재 금지가처분 청을 낸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의사가 잘했든 잘못했든 단박에 결정이 날 수 있으면 낫다"면서 "의료사고는 처리를 오래 끌면 끌수록 병원에 큰 손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료분쟁에 관한 한국소비자원 상담건수는 지난 2007년 1만4127건에서 이듬해 1만4716건으로 매년 소폭 증가하는 추세이며,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700여건에 달한다.

방송에서는 사람의 신체와 관련된 의료사고 특성상 잘잘못을 가리기 쉽지 않은 점을 언급하면서 암호를 연상케 하는 전문용어, 대부분이 영어로 표시된 진료기록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하지정맥류 제거술을 받고 한쪽 다리가 마비된 김권철씨는 병원 측의 진료기록 조작을 입증해 법원에서 승소한 케이스다.

김씨는 사고 후 의료진이 수술 받기 전 진료기록에 '보행 어려움'이라고 가필해 그가 처음부터 잘 걷지 못했던 것처럼 변조한 사실을 찾아내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대다수의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법원에서 좀처럼 만족스런 판결을 얻지 못한다. 매해 제기되는 700여건의 의료소송 중 환자 측인 원고가 일부 승소하는 경우는 15%, 전부 승소하는 경우는 1%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의료소송전문 이인재 변호사는 "진료기록이 처음부터 허위로 돼 있다면 어떤 의사가 감정해줘도 환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기 힘든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현직 의사도 진료기록 조작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사고 발생시 병원에서 진료기록 주는 것을 지체하면 그만큼 조작의 시간을 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전자 차트가 일반화되면서 차트 조작은 오히려 쉬워졌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정부는 과실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입증책임 전환으로 인한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가족부 노홍인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입증책임이 의사에게 돌아가면 의사들이 부담을 느끼고 과잉진료, 방어진료를 많이 할 수 있다"며 사고 감정 기능이 강화된 형태로의 조정중재원 활성화를 해답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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