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간질 이어 '치매→인지장애증' 변경
2011.11.04 22:00 댓글쓰기
나병(문둥병)이 한센병으로, 간질이 뇌전증으로 바뀐 것처럼 '치매' 명칭도 조만간 변경될 전망이다.

'치매'가 가지는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기 위한 보건복지부 노력에 이어 국회에서도 법안이 발의, '인지장애증'으로의 용어 변경이 추진된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성윤환 의원(한나라당)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치매관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4일 밝혔다.

현재 치매를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은 개발돼 있지 않지만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다. 발병해도 조기에 발견할 경우 치료 가능성이 높고 중증으로 가는 것을 상당히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확립된 상식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치매가 가진 비극성 때문에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병으로 인식되기 보다는 노화의 한 발현 형태로서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성윤환 의원은 "치매에 관한 부정적 인식에는 '치매(癡呆)'라는 용어 자체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치매'의 '치(癡)' 및 '매(呆)'는 모두 '어리석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 용어가 사용되면서 질병의 특징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환자 및 환자 가족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해 조기 진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치매'라는 용어 자체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2004년 후생노동성의 주도로 국민의 여론조사 및 전문가 검토를 거쳐 '인지증(認知症)'으로 용어를 변경하고 올바른 인식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타이완에서는 1990년대부터 '치매증'이라는 용어의 거부감 때문에 조기 발견 및 적절한 치료가 어렵게 되고 있다는 점이 민간에서부터 지적돼 2001년 '실지증(失智症)'으로 용어 변경이 이뤄졌다.

같은 한자문화권인 홍콩에서도 2010년 '치매증'을 '뇌퇴화증(腦退化症)'으로 변경하기로 하는 등 최근 한자문화권 각 공동체는 '치매'가 가지는 부정적인 효과를 제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여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2006년 보건복지부가 이를 대체할 새로운 용어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2011년 현재까지도 대체할 적당할 용어를 찾지 못하고 있는 등 지지부진한 상태다.

성윤환 의원은 "치매를 대체할 새로운 용어는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라는 측면이 잘 드러나야 하고 국민들이 거부감 없이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면서 "인지장애증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질병의 본질이 인지능력에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인지(認知)’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장애인과 같은 범주에서 사회의 관심과 이해를 도모한다는 부분에서 ‘장애(障碍)’라는 용어와 질병의 ‘증(症)’이라는 용어를 결합했다.

성 의원은 "이 법률안을 통해 치매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용어를 마련,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제고하고 국민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의 ‘2008년 전국치매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노인 치매환자는 65세 이상 노인 전체 인구 501만6000여명 중 8.4%에 해당하는 42만1000여명이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될 경우 2027년에는 치매환자가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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