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 투자와 사무장병원
박재홍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2015.09.17 08:56 댓글쓰기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법률로 정해진 비영리법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만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해 개설하거나 의료인과 비의료인이 동업으로 개설한 의료기관, 이른바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에 위반된다.

 

사무장병원 개설에 관여한 비의료인과 의료인에 대해서는 ①형사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②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및 폐쇄명령, 의료인에 대한 3개월 자격정지 ③보험급여 부당이득 환수 처분이 이뤄지고, 그 금액에 따라 사기죄에 따른 형사처벌, 행정상 자격정지 처분 등이 별도로 이뤄질 수 있다.

 

이처럼 사무장병원 개설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적 제재가 가해지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사무장병원을 판단하는 기준에 관해선 명확한 법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대법원은 사무장병원에 관해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 충원, 관리, 개설신고, 의료업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 성과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수사기관에서는 의료인이 비의료인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그 운영수익을 비의료인에게 배분키로 하거나 정액의 금원만이 의료인에게 지급됐다면, 이런 의료기관은 의료인이 비의료인에게 고용되거나 의료인과 비의료인이 동업해 개설한 사무장병원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에게 자금을 투자한 후 병원 운영에 따른 수익 분배를 보장받더라도 의료인이 병원 운영에 관한 주도권을 갖고 있다면 이러한 경우까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의료인이 비의료인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그 운영수익을 비의료인에게 배분키로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해당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건물 임차료, 인테리어 비용, 의료기기, 인건비 등 의료기관 개설을 위해 초기에 필요한 자금의 액수는 보통의 의료인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따라서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면 필연적으로 제3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거나 투자를 받아야 한다. 사실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이러한 의료기관 개설의 현실을 감안한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이 같은 하급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비의료인로부터 투자를 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은 여전히 법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경찰 또는 검찰 수사 결과상 사무장병원으로 판단되기만 하면 법원 판결이 없더라도 곧바로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폐쇄명령을 내리도록 조치하고 있고,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정지하고 환수처분에 나서고 있다.

 

일단 의료기관 폐쇄명령이 내려지면 개설자인 의료인은 병원 내에서 행해지는 의료행위를 중단하고, 모든 입원환자를 퇴원 또는 전원시켜야 한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산상계, 예금통장 및 부동산 압류 등을 통하여 의료인의 경제활동을 마비시킨다.

 

그 결과, 전혀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에서 일시에 은행 대출이자, 신용카드 납부금, 직원의 임금, 거래업체의 결제 대금 등을 지급하지도 못하게 된 의료인은 사실상 경제적 파탄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경우 법원의 무죄판결을 통해 해당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이 아닌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개설자인 의료인의 재정적 상태나 사회적 지위가 의료기관 폐쇄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기란 상당히 어렵다.

 

따라서 의료인이 비의료인의 투자를 받아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할 경우 위와 같은 법적 위험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또한 부득이 의료인이 이러한 법적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비의료인의 투자를 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하고자 한다면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①비의료인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②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주도적으로 운영했다는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병원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등 사전에 필요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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