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로 찌르는 듯한 두통, 군발두통 가능성'
손종희 교수(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신경과)
2020.12.24 09:18 댓글쓰기
단순히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쑤시는 두통과는 차원이 다른 두통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심한 두통 때문에 극심한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 ‘군발두통’이다.
 
군발두통은 고통이 커서 '자살두통'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어떤 사람은 출산도 이보다는 덜 고통스러웠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통증이 극심해 눈물 콧물이 절로 흐르고 뒷목이 뻣뻣하게 굳어질 정도라고 말한다.

또 송곳으로 머리를 찌르는 것 같고 머릿속이 불타는 것 같다고도 한다. 언제 다시 증상이 나타날지 몰라 늘 불안한 생활을 해야 하므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는 사람도 있다. 살기가 싫어질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절절한 이들의 표현만 들어봐도 그 통증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고통으로 삶의 질 무너지는 두통 계속되면 '군발두통' 의심
 
'자살두통'이라 불릴 만큼 통증이 심각한 두통을 '군발두통'이라고 한다. 증상으로는 한쪽 머리에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두통으로 눈물·콧물·땀 등 자율 신경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편두통이나 긴장형 두통에 비해 군발두통은 극심한 통증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1~2시간 정도가 지나면 사라진다.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강한 두통 증세가 수 주간 거의 매일 지속돼 환자의 삶을 서서히 무너트리는 위험한 질환이다.
 
이는 횟수가 적거나, 통증 시간이 짧을 경우는 개연군발두통으로 따로 분류하게 되지만, 환자가 느끼는 고통과 영향력이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군발두통과 같은 수준의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군발두통 환자는 2005년 5000여 명에 불과하다가 2016년 1만 1125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수치를 보면 국민 5000명 중 1명 정도가 이 질환을 겪고 있지만, 사실상 두통으로 병원까지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군발두통 환자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17년 대한두통학회가 11개 병원에서 국내 군발두통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연구 조사를 한 결과, 군발두통이 처음 나타난 연령은 평균 30.7세였지만 이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한 시기는 평균 38.1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을 분명히 느껴도 환자가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기까지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진단하기가 쉽지 않고 원인이나 치료법도 뚜렷하지 않아 병원을 찾아도 시원한 해결 없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은 게 사실이다.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많이 발현
 
군발두통이 왜 생기는지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으나, 여러 연구를 통해 흡연과 음주·수면무호흡증·스트레스 등이 관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감기처럼 계절이 변하는 환절기에 주로 발생하며 낮보다는 새벽에 통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4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하고, 20대 후반 무렵부터 증상이 시작해 40~60대까지 두통 발작이 지속된다. 군발두통 환자의 90%에서 비타민D 부족이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햇볕을 많이 쬐지 못하는 실내 근무 직종에 종사하는 남성이라면 비타민D를 보충해 군발두통을 예방하는 게 좋다. 만약 이미 군발두통 의심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군발기에는 되도록 술을 마시지 않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
 
치료제, 희귀의약품 승인 등 치료법 보다 다양해질 전망
 
군발두통은 다른 두통과 달리 통증이 발생했을 때 100% 산소를 15분간 흡입하는 게 부작용 없이 시행 가능한 급성기 치료로 고려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내과·결핵과·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의만 산소 처방전 권한이 있으며 건강보험 또한 적용받지 못해 접근이 어렵다.

하지만 군발두통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치료제인 '엠겔러티'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 승인을 받아 군발두통 치료가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군발두통 관해기에는 통증의 개선과 함께 뇌의 기능적 변화로 인한 불안과 우울증이 해소될 수 있다. 환자의 우울, 불안 등 정서적 문제 개선에 군발두통 치료를 통한 증상 감소가 큰 영향을 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편두통과 군발두통이 동반되는 환자들은 고통과 질병부담이 매우 심하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머리를 깨는 듯한 강력한 두통이 언제 찾아올지 몰라 늘 긴장 속에 살다 보면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도나 특징에 관계없이 어떤 두통 증상이라도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통해 하루빨리 통증에서 벗어나 보시기 바란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