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데 근무환경까지 열악한 의료진들 '허탈'
임수민기자
2020.12.24 19:2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수첩]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코로나19 확진자와 길게 늘어선 선별진료소 대기 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 의료진은 오늘도 영하의 강추위에 꽁꽁 언 손발을 움직이며 방역현장을 지키고 있다.

코로나19가 국내서 발생한 지 1년이 경과돼가지만 의료진 근무환경이나 노동 강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안 좋아지는 모양새다.

최근 한 익명의 간호사 커뮤니티에는 ‘생리대 한 장으로 버티기, 나는 왜 간호사일까’라는 제목으로 업무 고통을 호소하는 글이 게재됐다.

해당 간호사는 “발가락이 얼어붙을 것 같은 오늘도 레벨D를 입어야 한다”며 “패딩을 입고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느냐고 말하는 당신들에게는 방호복 속 반팔, 글러브 안에 얼어붙은 손은 보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생리가 시작됐지만 패드 갈 시간이 없어 위생 팬티에 기저귀까지 동원했다. 퇴근 후 롱패딩 안에 감춘 붉은 자국을 보니 다 놓아버리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나이팅게일 선서를 외칠 때 평생 의롭게 살라 해서 의롭게 살라 노력하는데 당신들은 어떻게 나를 힘들게 할 수가 있냐”고 방역 수칙을 어긴 이들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근 자신을 간호사 자녀라고 밝힌 청원인이 “엄마를 지켜달라”며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지적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집단감염으로 코호트 격리된 울산의 요양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간호사인 어머니는 잠시도 돌보기 힘든 분들을 24시간 간호하고 격리된 모텔에 갇혀 기절하곤 하신다"고 호소했다.

그는 "복도에서 쭈그려 앉아 밥을 먹다가 관리가 안 된다는 이유로 의료진 모두 함께 모여 밥을 먹는데, 어제는 의료진 중에 확진자가 나왔다고 한다. 뭘 믿고 병원에서 밥을 먹느냐"고 위태로운 근무환경을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하소연하듯 말하는 이유는 이 상황이 끝날 것 같지 않은데 아무런 대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렇 듯 유례없이 강력한 전염병 발생 후 폭염을 지난 한파가 오기까지 1년이 지나도록 의료진 근로환경 개선은 없었고, 이들은 점점 늘어나는 피로와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의사총파업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9월 SNS 메시지를 통해 간호사들 헌신과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근무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간호인력 확충 및 근무환경 개선, 처우 개선 등 정부는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며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대한의사협회나 대한간호사협회 등 유관단체와 협력해 추가 인력을 모집하고, 코로나19 대응에 힘썼던 의료진에게 위험수당 지급을 약속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보였다.

하지만 증원된 인력은 확진자 급증에 따라 추가된 선별진료소로 파견돼 의료진 노동 강도는 변함이 없었고, 추석 전에 지급이 약속됐던 위험수당은 11월까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오히려 의료진의 허탈감을 자아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현실화 앞에서 의료진 역할은 K방역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열쇠다. 의료진이 지쳐 백기 투항하기 전에 정부는 하루빨리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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