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병원계 경영전선 직격탄···'목표 미달' 속출
주요 대학병원, 2020년 결산서 적신호 예상···수익 포함 역성장 전망
2021.01.27 12:4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휩쓴 지난해 병원들의 경영전선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병원들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보다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감염병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환자 감소세가 지속됐고, 강화된 방역지침으로 시설·장비·인건비 지출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27일 병원계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학병원을 포함한 많은 의료기관들이 당초 목표했던 의료수익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대형병원들은 매해 수익이 전년대비 적게는 5%, 많게는 15%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외래 및 수술환자가 줄고 지출이 늘면서 총수익은 역주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대학교병원 관계자는 "아직 결산이 끝나지 않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의료수익이 전년대비 대략 10~15% 정도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통상 연간 10% 정도의 수익 성장을 기대한다.

2018년 부대시설 매출을 포함해 1조349억원을 벌어들인 서울대병원은 2019년에도 1조138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수익이 약 9% 늘었지만 지난해는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도 비슷한 수준의 감소폭을 예상했다.

서울아산병원 한 교수는 "지난해에는 의사 집단휴진 사태도 있어 외래진료에 차질이 있었다"며 "외래환자가 줄어든 만큼 의료수익에도 영향이 있지 않겠나"고 전했다.

다른 서울 소재 주요 대학병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한림대의료원은 부속병원인 춘천성심병원의 2020년 의료수익을 1400억원 정도로 기대했지만 예상치보다 50억원 가량 부족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년도 의료수익(약 1210억원)보다 17% 가량 수익을 증가한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경희대병원 또한 월별 목표수입을 수개월 가량 채우지 못했다. 1차 대유행으로 국민들 불안감이 극심했던 지난해 초에는 월별 목표수입이 80% 수준였던 경우도 있었다.

경희대병원의 2020년 회계년도 예상 의료수입은 전년보다 7.8% 가량 증가한 4055억원이었다.

수도권 주요 대형병원인 길병원 측도 "관련 부서에서 산정을 완료하진 않았지만 다른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들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상황을 전했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구시의사회 관계자는 “대구 지역의 경우 대규모 감염이 발생했던 상반기 외래 환자수가 반토막도 더 났다”며 "적잖은 재정적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래·수술환자 줄고 방역비용 늘고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 수는 크게 감소했다. 4월 대한의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의 외래환자는 34%나 줄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중증 입원환자 수는 유지됐지만 검사료 등 의료비용이 높은 신규 외래환자가 감소하면서 타격을 면치 못했다.
 
주요 대형병원에선 최근 몇 년 새 증가세를 이어가던 외국인환자를 받지 못하면서 예상치 못하게 수입원이 막혔다.

미용·성형을 위주로 하는 일부 개원가도 타격이 크지만 매년 외국인 중증수술 건수가 늘고 있는 대학병원도 난감하긴 매한가지다.
 
코로나 사태는 의료수익 뿐만 아니라 부대시설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입원환자 면회가 제한되면서 원내 부대시설을 찾는 내원객이 크게 줄었다. 상가 임대를 내준 경우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아예 가게를 빼버린 곳도 있다. 
 
이처럼 총매출은 감소한 가운데 방역을 위한 지출은 크게 늘었다. 앞서 메르스 사태를 겪었던 병원들은 코로나 사태에서 더욱 민감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병원들은 내원객들의 증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열화상 카메라를 주출입구마다 설치하고 QR 인증 시스템을 구축했다. 원내 공간에 칸막이와 소독기구를 배치했다. 직원 및 의료진을 대상으로 위생용품을 지급했다. 
 
이렇게 지출되는 방역비용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에 지급되는 손실보상금에는 산정되지 않아 온전히 병원이 부담하게 됐다.
 
방역체계를 관리하기 위한 인건비도 당초 예산보다 많은 자금이 투입됐다.
 
문진 관리를 위해 새 직원을 고용하거나 기존 직원들에게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했으며, ‘마스크 대란’ 당시에는 일부 난동을 부리는 환자들이 발생하면서 보안인력을 확대했다.
 
의료수익은 줄고 방역비용은 늘어나는 가운데 병원경영 전문가들은 "당분간 예산을 넉넉히 편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태현 교수는 “소위 ‘빅5’라고 불리는 상급종합병원들의 경우 방역비용으로만 월 4억원 정도가 지출됐다는 분석도 있다”며 “감염병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병원들은 적잖은 고정 지출을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면 교육·행사·출장 비용을 절감하고, 인건비 등 현금 조달이 당장 어려워진 병원들은 지원 정책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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