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장 맞은 의협과 한의협 '새로운 관계' 촉각
박정연기자
2021.04.08 12:0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수첩] 의료계와 한의계 종주단체가 나란히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에서는 이필수 후보가 최종 당선됐다. 이달 초 제44대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서는 홍주의 후보가 선출됐다.

두 단체가 비슷한 시점에 신임 회장을 선출하면서 그동안 갈등 양상을 빚어왔던 의료계와 한의계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모인다.
 
최대집 의협회장과 최혁용 한의협 회장 재임시절 동안 의료계와 한의계는 각종 현안을 놓고 수 차례 충돌했다.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논란이 대표적이다. 최혁용 한의협 회장을 중심으로 추진되던 첩약 급여화 사업이 시범사업 단계에 이르자 의협은 안정성과 유효성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지난해 의사 집단휴진 사태 당시에도 첩약 급여화를 ‘4대악’으로 규정하며 정부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한의사 전문의약품 사용을 두고도 설전이 오갔다. 2019년 한의협은 한의사에게 리도카인을 판매한 혐의로 고발된 제약사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리자 “한의사도 전문약을 사용할 근거가 제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의협은 “한의협이 자의적 해석을 하고 있다"며 비판에 나섰고, 양 단체는 한동안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 밖에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나 의대-한의대 학제통합 이슈 등 지난 3년 간 양 단체는 줄곧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번 신임 회장들의 선거 공약을 살펴보면 양 단체의 갈등이 이어지는 양상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이필수 당선인은 한의계에 강경했던 전임 집행부의 부회장직을 맡으면서 적극 회무에 참여했다. 선거 활동 중에는 한방 항암 조제시설 위법성을 지적하며 ‘대한방 투사’로 알려진 한정호 충북대교수와 만나 얘기를 나눴다.
 
당선 후 인터뷰에서는 ‘향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후보의 공약’으로 김동석 후보가 제시한 ‘건강보험에서 한방 분리’를 꼽기도 했다.
 
홍주의 당선인 또한 의료계를 겨냥한 듯한 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한의약 폄훼 척결 특별위원회(한척위)’와 ‘돌팔이 단속 전담부서 설치‘를 주요 공약에 포함시켰다.
 
’한척위‘는 의협의 ’한방대책특별위원회‘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주로 악의적인 온라인 비방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이다.

지난해 한의협은 일부 한의학을 비하하는 커뮤니티 게시글을 대상으로 법적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현직 의사 커뮤니티 활동자들이 수위를 넘은 비방글을 작성한 정황이 포착된다"고 밝힌 바 있다.
 
진료영역에 대한 두 직역 갈등은 현재진행형인 만큼 ‘한척위’의 주요 타깃도 의료계가 될 전망이다.

이 처럼 두 신임 회장의 앞선 행보를 살펴보면 갈등 양상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대화 전략’엔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필수 당선인은 한정호 교수와의 만남에서 “정의롭지 않은 것에는 비타협적 투쟁에 목숨을 걸겠지만,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인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그는 ‘온건파’로 분류된다. 의료계 입장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투쟁’보다는 ‘협상’이란 키워드를 강조했다. 전임 집행부 임원인 만큼 기조는 유사할지라도 입장을 설득시키는 과정에선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홍주의 당선인의 경우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를 두고 전임 집행부와 다른 노선을 걷고 있지만 한의사 직역 확대와 같이 의료계와 대립할 지점에서는 유사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당선 후 인터뷰에서 “의료계와 ‘묻지마식 대립’은 지양하겠다”고 언급했다. 대화와 소통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

어찌보면 이해관계가 다른 의료계 직역 간 입장차는 당연하다. 종주단체이자 이익단체인 의협과 한의협은 회원들의 입장을 외부에 표현할 책임을 느낀다.

하지만 그동안 대립구도는 국민들에게 '직역갈등'이라는 피로감을 줬다.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고자 낸 목소리는 소모적인 논쟁에 가려 전해지지 못했다. 

새 수장을 맞은 의협과 한의협의 새로운 대화법을 기대해본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가 길어지는 가운데 의료계 두 종주단체가 합심할 수 있는 지점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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