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주력 분석심사 위기···의료계 불신 '실효성' 의문
병·의원 참여 없어 '기관 중재' 유명무실, 의협 '진료행위 간섭' 비판
2021.07.31 06:1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력하고 있는 가치기반 분석심사 시범사업이 의료계 참여 부재로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은 최근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분석심사 선도(시범)사업 개선사항 도출을 위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심사 핵심은 가치기반 심사다. 기존 심사는 기준에 따라 청구항목을 심사하고 부당청구 여부를 살펴보거나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의료행위가 점점 복잡해져 이런 기존의 방식대로는 한계가 발생, 의료행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피드백을 하고 성과를 중시하는 심사 방법 필요성이 제기돼 분석심사 시범사업이 도입, 시행됐다.
따라서 분석심사에서는 단순 인센티브 혹은 행정처분이 아닌 의료 질 향상을 독려하는 목적의 '기관중재(심사조정)'이 핵심이 된다.
 
또한 청구항목의 집중분석 후 해당 의료기관에 중재가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전문가심사위원회(PRC)및 전문분과심의위원회(SRC)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연구팀에 따르면 이 같은 핵심 요소가 지금까지 제대로 동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분석심사 대상 질환에서 환자 및 월 단위 산출 결과 변동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처방지속 환자 비율이나 환자보정 총 진료비 등 고혈압 지표를 분석해 봤더니, 분석심사의 영향을 받는 항목이 12개 중 두 개 뿐이었다.
 
당뇨나 천식, COPD 등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분석심사를 시행해도 기존 심사때와 유의미하게 달라진 지표값을 찾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분석심사 도입 후 1년 6개월(18개 측정지점) 정도가 확보돼야 추이를 적절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장 중재가 적극적으로 시행되기 이전 자료로 분석했기 때문에 효과 크기가 크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분석심사 사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현재 연구를 위한 대조군도 없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적극적인 기관 중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위원들이 기관 중재 꺼려하는 경향 있고 투명성도 확보해야”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분석심사 내에 제대로 된 중재활동 방법론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연구팀은 "가치기반 심사체계는 의료전문가 참여 확대를 필수 기반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방법론이나 관련 중재활동 방식의 대안 검토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 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인력 풀의 지역 간 격차가 크고, 실제 중재활동과 심사업무 연계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며 "SRC는 사실상 중재활동을 위한 임계점 설정이 쉽지 않고, PRC는 중재활동 참여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PRC는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 한국보건정보통계학회 등이 추천한 외부위원과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소속인 내부위원으로 꾸려져 있다.
 
연구팀은 "유선 및 대면 중재 시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중재에 참여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면서 "PRC 위원의 익명성 보장이 필요하며 권역 간 교차 중재 우선 추진 등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의협은 분석심사를 의료기관 진료행위 간섭으로 간주해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PRC는 총 143명 위원 중 106명(74%)만 위촉됐고, SRC는 총 48명 위원 중 40명(83%)만 위촉되는 등 위원회 인력도 부족해서 시범사업 진행에도 어려움이 있다.
 
결국 의료계와의 소통을 통해 분석심사가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적 과제로 제기된다.
 
연구팀은 “분석심사 핵심은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라며 “의료현장에서 임상의사가 기준에 대해 별도 질문할 수 있는 채널을 구성하거나 의료계 및 전문의학회 대표와 SRC·PRC가 합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분석심사 운영을 위해서는 심평원 업무에 큰 재개편이 있어야 하고 전사적인 노력과 임원 리더십, 임직원들 관심 및 참여 등 조직변화의 원동력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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