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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당하는 수술실, 의사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이태연 대한정형외과의사회장
[ 2021년 09월 06일 12시 23분 ]
[특별기고]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동(同) 법안과 관련해서 전 의료계 뿐만 아니라 법조계에서 조차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업수행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주장들이 있었다. 여기에 세계의사회도 이례적으로 CCTV 법안에 대해 '전체주의' 경향의 성격을 지적하면서 현재의 상황을 주목할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담긴 서한을 보내왔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부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여당은 본인들의 뜻을 관철시켰다.

"의사들 합리적 주장 배제, 인기영합주의 입법 강행"

우리 의사들의 합리적인 주장을 뒤로하고, 여당의 유력 정치인과 실체가 묘연한 시민단체, 여론에 편승한 전형적인 인기영합주의 입법을 강행한 것이다. 
 
인권과 자율 가치를 지향하는 이 시대에 우리나라 의료는 거꾸로 '감시와 통제'라는 후진적이고 '관치'적인 잣대로 속박되고 말았다.

수술실 CCTV 법안은 연간 수백만 건 이상의 수술이 이뤄지는 대한민국 의료 현실에서, 수술실 내 의료인 모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게 된 것이다. 일주일에 절반 이상의 시간을 수술장에서 보내는 필자는 외과 의사로서 깊은 자괴감과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단언컨대 CCTV 강제화 법안은 우리나라 의료 수준을 답보 혹은 퇴보를 시킬 것이다. 미국 1/20, 일본 1/5, 대만 1/2 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세계 최저 수술수가에 시달리는 외과계 의사들에게 수술을 포기하게 만드는 명분이 될 것이며, CCTV 설치로 인해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은 훨씬 많아질 것이다.

배상금액 역시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의료소송을 부채질할 소송브로커가 판을 칠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수 많은 의료인들이 국가의료체계에 필수적인 수술현장을 떠나게 만들 것이고, 의과대학 학생들은 환자 생명을 지키며 최전선에서 싸울 미래 외과계 의사로서의 길을 기피할 것이 자명하다. 
 
의사는 본인 전문분야에 대한 십 수 년 동안의 의학공부와 수련기간을 거쳐야 비로소 환자를 수술할 수 있는 의료인이 된다.

일련의 수련과정을 통해 수술을 하거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의료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도록 몸과 마음을 수련하게 된다. 그렇게 의사와 환자 간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환자를 치유하는 과정을 만든다. 그 어떤 의료인도 불신과 감시하에서 최선의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없다.

"의권(醫權)에 도전하는 각종 규제에 맞서 하나된 목소리로 극복해야" 
 
수술을 행하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짓고, 언제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니 격리된 공간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식의 사고와 인식은 의료인들에게 모멸감을 넘어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
 
우리 의료인들 역시, 국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인으로서의 전문성을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직업 수행을 보호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불신과 감시로서 억압하기보다는 의료계 스스로의 자정과 책임을 통해 의료전문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것이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다.
 
2021년 8월 31일은 의료계 흑역사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라는 국가적 재난상황 속에서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리 의사들에게 돌아온 것은 ‘수술실 내 CCTV 설치’였다.

또 우리 생존권이 걸린 의사면허를 규제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을 비롯해 첩첩산중 의료계 악법들이 우리 앞을 가로 막고 있다.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없다. 우리 13만 의사회원 모두가 국민 건강권과 의료제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의료정책, 각종 법령, 정치권의 공약, 언론보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 의권(醫權)에 도전하는 각종 규제에 맞서 하나된 목소리로 이겨내야 할 것이다.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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