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및 응급제왕절개 수술, CCTV 의무화법 예외 절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에덴산부인과의원 원장)
2021.09.13 05:39 댓글쓰기
[특별기고] 수술실 CCTV 의무화법이 최근 의료계에서 논란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필자는 우리나라 산부인과 의사들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이 같은 상황에 큰 유감을 느끼고 있다. 분만 및 응급 재왕절개수술에 CCTV 촬영이 적용될 경우 발생할 폐해가 걱정되는 까닭이다. 
 
이에 산부인과 전문의 관점에서 수술실 CCTV 설치가 산부인과 수술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정리해봤다.
 
의사들이 위험성 있는 수술 시도 대신, 자궁 적출 늘어날 것

일반적으로 자연분만이라고 이야기하는 질식분만의 경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사실상 고위험 수술과 동일한 의료행위다. 
 
가장 흔한 분만 사고로는 분만 후 자궁 수축이 안 되면서 발생하는 이완성자궁출혈이 있다. 이완성자궁 출혈의 출혈량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문제는 이완성자궁출혈의 경우 불가항력적인 상황도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하지만 의료사고 발생 시 수술실 CCTV를 통해 지켜본 일반인들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도 의사의 지연 처치를 문제 삼을 것이 자명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있다. 바로 ‘자궁적출’이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료진에게 자궁 적출은 최후 중에서도 최후의 선택이다. 지금도 분만 현장에서는 수혈과 자궁 수축제 투여, 자궁 마사지 등을 통해 자궁 수축이 돌아오게 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의 사투가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처치로 자궁수축이 돌아오고 이완성자궁출혈이 잡힌다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다. 이때 의료진은 자궁 적출을 할 것인지, 하게 된다면 언제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자궁 적출은 한번 시행하면 돌이킬 수 없다. 하지만 산모의 생명이 위험에 놓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시행할 수밖에 없다.
 
만약 수술실 CCTV가 설치된다면, 산부인과 의료진들은 보수적인 선택으로 내몰리게 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추가적인 임신이 가능하도록 자궁을 살리기보다는, 당장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보다 빠르게 자궁 적출을 시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아마도 산부인과 현장에서 수술실 CCTV 도입의 결과는 응급 자궁적출 증가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위험성 높은 보존적 치료 피하게 될 가능성 커

의료진은 기본적으로 환자를 살리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수술실 CCV는 본질적으로 수술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수술실 내 CCTV 목적 자체가 ‘의료분쟁 및 소송’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까닭이다. 
 
산부인과 관점에서 보면 수술 후 산모에게 합병증 및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와 신생아가 질병을 안고 태어난 경우, 가족들이 CCTV 열람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후 의료사고 중재를 목적을 설립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이 일선 의료기관에 CCTV 영상을 요구, 전달받은 뒤 환자가 이를 열람하는 절차로 간다. 수술실 CCTV가 도입되면 중재원에 조정 신청이 급증하고 업무량이 폭증할 것이라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서 자궁적출을 설명할 때와 마찬가지로, 수술실 CCTV의 존재는 의료진이 보수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의료진은 향후 의료분쟁 발생시 CCTV 영상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적용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위험하더라도 보존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보다는, 부작용이 있더라도 당장 의료분쟁을 피할 수 있는 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
 
산모-의료진 신뢰 붕괴, 고위험 산모 기피 현상 많이 초래될 듯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의사와 환자 간 신뢰를 깨뜨리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산부인과의 경우 신생아나 산모가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대부분 의료진이 최선을 다했는데도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발생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만약 수술실 CCTV 설치가 이뤄지면, 이 같은 상황에서 환자와 의사 간 신뢰는 더욱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예기치 못한 나쁜 결과가 발생할 경우, 환자들은 의사의 잘못을 의심하고 확인하려 하게 될 것이다. 일부 몰상식한 인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결과는 의료진이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방향으로 귀결될 것이다.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더 이상 환자만을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의 의료행위가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은 분명 압박으로 다가온다. 위험성은 있지만 산모와 태아에게 더 좋은 결과를 안겨줄 수 있는 치료법 대신, 차후 문제가 되지 않을 방어적인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고위험 임신부에 대한 기피현상도 초래할 것이다.
 
쉽게 생각해보자. 자식의 성적이 떨어졌다고 부모가 자식의 방에 CCTV를 설치한다면, 부모와 자식 간 신뢰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불신은 갈등을, 그리고 갈등은 갈등에 따른 비용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비용은 온전히 산모와 태아의 피해로 돌아간다.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 더 줄고, 지방 임신부들 고통 증가

더욱이 산부인과는 대표적인 기피과 중 하나로 꼽히는 현실에서, 수술실 CCTV가 법제화되면 산부인과는 고사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중요한 수술을 담당하는 외과 계열 전문 과목은 전공의 지원 기피과로 꼽힌다. 노동 강도도 문제지만 의료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큰 과목이라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제로 사망 및 중증 장애 상황에서 의료분쟁 조정 신청 시 당연 개시하는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이 통과한 뒤 외과계 전공의 지원자들이 급감한 바 있다. 전례를 보더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은 산부인과에도 적용되는 문제다. 수술실 CCTV가 이런 과목들에 대한 기피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 자명하다. 가뜩이나 일부 지방에서 산부인과 인력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들의 산부인과 지원률 감소는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결국은 대한민국 분만 인프라가 무너지고, 그 피해는 산모들에게 돌아갈 것이 예상된다.  현재도 모성사망률(신생아 10만 명 당 산모 사망률) 증가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강원도의 경우 이미 OECD 평균을 넘겼다. 이제 이 문제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환자 생식기 노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 우려도 커
 
마지막으로 산부인과의 특수성을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한다. 산부인과 특성상 분만 또는 수술이 이뤄지는 위치가 대부분 생식기라는 점이다.
 
이번에 통과된 수술실 CCTV 의무화법은 수술실 내부 설치 및 의료진 동의 없이 수술실 촬영을 강제한다. 특히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하는 수술의 경우 반드시 CCTV가 있는 수술실에서 진행해야 한다.
 
문제는 산부인과 수술의 상당수가 진정 수면마취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아직 유권해석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에 진정 수면마취까지 포함된다면 수술 중 생식기 촬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는 환자의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될 뿐만 아니라 수술 영상이 만에 하나 유출된다면 환자에게 큰 피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위험천만한 일이다. 
 
분만 및 응급제왕절개 수술을  CCTV  촬영의 예외로 하지 않는다면 , 산부인과 의사나 고위험 임산부 어느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CCTV 촬영을 원하는 고위험 산모를 기피하게 될 것이고, 고위험 임신부는 자신을 받아줄 병원을 찾아 헤매게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정부에 산부인과 분만 및 응급제왕절개 수술을 응급 및 고위험 수술에 포함시키고 CCTV 촬영에서 예외로 적용할 것을 촉구한다. 수술 후 의도치 않은 결과가 가장 많고, 천문학적인 배상이 오가는 의료분쟁이 많은 산부인과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끝으로 법 시행 후 돌이킬 수 없는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더욱이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이번 악법이 헌법재판소에서 바로 잡혀지기를 마지막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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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른세상 09.13 18:26
    우리 애기가 출산과정에서 질식분만으로 뇌성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선천성 질병도 없었고, 노산도 아니었고, 정상주수에 출산했다.

    출산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심장박동이 느려져 부득이하게 제왕절개를 했다.

    이미 제왕절개 시점은 늦었고, 아기는 질식으로 인한 뇌손상을 받았다.

    왜 그런사고가 있었는지 의사본인이 가장 잘 알텐데, 본인은 처치에 아무 이상없었고 분만후 호흡이 없었지만 자발호흡이 돌아왔다며, 문제가 없다며 발뺌한다.

    의사는 사과한마디 없고 지난 수년간 들인 수억원의 병원비는 오로지 환자가족들이 부담했다. 지금드는 생각이 수술실 CCTV만 있었어도...아니면 과실입증책임이 환자가 아닌 의사가 하는 것이 었다면 의사가 저리 발뺌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나는 오히려 분만실 특히 큰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 산부인과는 반드시 CCTV를 설치 또는 입증책임 의사에게 지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병원에서는 분만과정에서 근무태만, 제왕절개가 아닌 자연분만을 마케팅으로 삼으며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 한심하긴 09.13 14:44
    겨우 한 마디 한 것이 코밑에 진상 이야기?

    의사들이 이러니..

    항상 노리개를 못 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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