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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이 미국 진출해야 하는 이유
김한곤 유한양행 BD 팀장
[ 2021년 11월 22일 05시 04분 ]
모든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이라면 오히려 미국 진출을 하지 않기가 어렵다.
 
표면적 진출 이유로 미국이 세계 최대 규모 제약시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단적으로 매출 기준 세계 최상위 10개 제약사 중 5개사(애브비, J&J, BMS, 머크, 화이자) 본사가 미국에 포진하고 있다.
 
시장 규모만으로 해당 국가가 최선의 해외 진출 후보지라고 주장할 수 없으며, 시장 규모에 비해 진출 실적이 빈약하다고 해서 그 비대칭적 부족분(分)이 꼭 우리 제약사의 기회로 직결된다고 말할 수도 없다.
 
따라서 미국이 제공하는 거대 시장과 인프라가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이해해야 미국 진출의 당위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
 
2020년 매출 기준 국내 제약사 상위 5개사는 유한양행, GC녹십자, 한국콜마, 종근당, 광동제약 순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 중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이들 기업이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전통의 강호로 여겨질지는 몰라도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player)로 인정받기에는 체급적 한계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의 ‘체급’은 매출로 귀결된다. 제약업계에선 글로벌 수준의 매출을 창출하는 제품을 ‘블록버스터 의약품(이하 블록버스터)’이라 부르고, USD 10억/年(년) 이상 매출을 블록버스터의 기준으로 여긴다.

"글로벌 제약사 체급은 매출로 결정, 이는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과 상업화 역량과 직결"
 
블록버스터는 이런 거대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필연적으로 미국과 같은 거대시장을 타깃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독점권을 확보하면 블록버스터급 매출 창출이 용이하므로 블록버스터는 통상 신약을 의미한다.
 
결국 글로벌 제약사 ‘체급’은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고 상업화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느냐로 결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제약사가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미국의 경우 initial discovery에서 판매 개시까지 통상 10년 이상이 소요되며, 신약 개발을 위한 순수 R&D 비용만 수백억원에 달한다. 대규모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에 국내 제약사가 성공하기 어렵다. 
 
국내 제약사가 요구되는 자금과 시간을 당장 투입할 역량이 없다면 전략적이고 순차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블록버스터 신약개발 전략 중 하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국내 제약사가 특장점을 가진 신약개발 단계만을 수행하고, 자금과 전문성이 결여된 단계는 외부기관을 통해 수행해, 글로벌 제약사의 총체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이미 다수의 국내 제약사가 신약 후보물질을 초기단계까지만 개발하고 글로벌 제약사에 아웃 라이선싱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초기 단계 라이선싱 모델은 약점이 있다. 
 
우선 아웃소싱분(分)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국내 제약사가 lead 단계 물질을 연구기관에서 인 라이선싱 후 임상 1상 중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했다면, 신약 개발 성공에 따른 이익을 배분해야 한다. 
 
자금투입 부담을 경감하고 개발 리스크를 분산하는 대신 이익을 배분하는 것 자체가 약점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달성코자 하는 궁극적 목표가 글로벌 제약사로의 성장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순수한 초기단계 아웃 라이선싱 모델만을 채택할 경우, 아웃 라이선싱 이후 전문성을 내재화하기 어려운 단점이 존재한다. 후보물질을 원천사로부터 ‘순수’하게 도입만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초기단계 아웃 라이선싱 모델 약점 극복키 위해 사업개발 역량 고도화 필요"
 
자금과 전문성의 한계로 상당수 국내 제약사가 채택할 수밖에 없는 초기단계 아웃 라이선싱 모델의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업개발(BD) 역량을 고도화해야 한다.
 
인 라이선싱의 경우 도입하려는 파이프라인의 Discount Point를 찾아 원천사와 협상하고, 아웃 라이선싱의 경우 후보물질의 가치는 물론 글로벌 제약사의 파이프라인과 내는 시너지도 인정 받아 협상할 수 있다.
 
고도화된 BD 역량을 사용해 반복적으로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 이익이 배분되는 구조라도 블록버스터 신약을 꾸준히 배출한다면 캐시카우 역할을 훌륭히 해, 수익을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구축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제약사는 자사의 특장점을 보유한 영역을 넘어서 신약 개발 및 상업화 전(全) 주기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신약 개발 이후의 준비도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즉, 상업화 역량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매출을 일으키는 기존의 시장에서는 마케팅 역량을 확보해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신시장 개척을 통한 사업확장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일본 다케다社의 사례를 보면, 1980년 중반부터 1990년 초반까지 블록버스터 신약을 연속적으로 출시하며 발생한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로서 연구개발 자금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사실 다케다는 이러한 블록버스터 신약 출시를 훨씬 앞선 1977년에 미국의 애보트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함으로써 신약개발과 글로벌 마케팅 노하우를 체득할 수 있는 전략적 제휴의 틀을 마련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블록버스터 신약의 미국시장 진출 이후 나이코메드를 인수함으로써 신흥제약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된다.
 
상당수 국내 제약사들은 사실 한참 윗 체급인 글로벌 제약사를 상대로 아웃 라이선싱하기도 벅찬 것이 현실이라, 초기단계 아웃 라이선싱 모델을 고도화하거나 신약개발을 넘어선 역량 구축에 힘쓸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자연스레 미국 진출 관련 관심 사안도 시장 분석을 비롯해 전략 수립, 현지 네트워킹, 연구개발 및 인허가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선제적으로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은 단발성 호재로 그칠 것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성공을 발판으로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려면 그 블록버스터 신약의 시장 내 전초기지를 확립해야 한다.
 
이런 전초기지를 세우고자 하는 기업이 블록버스터 신약에 걸맞은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곳,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의 역량을 습득할 수 있는 상대가 가장 많은 곳, 아울러 정부 지원 인프라가 이미 가장 많이 구축돼 있는 곳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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