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기반 '수술 지연' 외과의사 형사처벌···의료계 공분
법원 '금고 6월·집행유예 2년' 선고···醫, 집단행동 불사 분위기
2021.12.23 05:4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의학적 판단에 따라 수술을 늦춘 외과의사에게 형사적 처벌을 내린 판결이 나와 의료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난소암 치료를 위해 6개월 전에 개복수술한 적이 있고, 환자도 보존적 치료를 원했던 만큼 의사는 상태를 지켜보며 치료했지만 법원은 ‘업무상과실치상’이라고 판단했다.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의사 책임을 묻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필수의료 영역인 외과수술과 관련한 이번 판결의 무게감은 적잖아 보인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장폐색 환자의 수술을 늦게 한 외과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환자 A씨는 지난 2017년 11월 급성 복통으로 서울 소재 B병원 응급실에 내원했고, 내과를 거쳐 외과로 전과됐다.
 
이 병원 외과과장 C씨는 장폐색을 의심하기는 했지만 통증이 호전됐고, 6개월 전 개복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어 바로 수술을 진행하기보다는 보존적 치료를 시도하기로 했다.
 
환자 역시 경제적인 사정 등을 이유로 수술보다 보존적 치료를 원했다. 통증의 강도는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고, 백혈구 수치 및 아밀라아제 수치 등도 정상 범위 내였다.
 
하지만 7일이 경과한 시점에 심한 복통과 함께 전신부종,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했고, 해당 의사는 응급수술을 시행했다.
 
응급수술로 괴사된 소장 80cm 정도를 절제했지만 괴사 과정에서 발생한 천공으로 패혈증과 복막염 등이 발생, 환자는 2차 수술을 받아야 했다.
 
검찰은 의사가 수술을 늦게한 탓에 환자 소장이 괴사하고 그에 따른 천공으로 패혈증과 복막염 피해를 받게 됐다며 해당 외과의사를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기소했다.
 
법원은 “적어도 혈변 증상을 보였을 때는 장폐색 증상 해결을 위해 수술이 필요했다”며 “의사는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수술을 시행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설령 환자가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수술보다는 보전적 치료를 원했다고 하더라도 의사로서 최적의 치료법을 결정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의사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가볍지 않고 이로 인해 환자에게 상당히 중한 상해(傷害)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 내용이 알려지면서 의료계, 특히 외과 의사들 사이에 큰 동요가 일고 있다. 수술 지연에 대해 의사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외과계 의사들이 판결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탄원서 작성에 나서는 등 지난해 세브란스병원 교수의 법정구속 이후 사법부에 대한 의료계의 반감이 다시금 커지는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오늘(23일) 상임이사회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의협은 지난 2018년 11월 횡격막 탈장 오진 논란으로 의사 3명이 법정구속된데 반발해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진행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세브란스병원 교수 법정구속 당시에도 성명서 발표는 물론 법원에서 시위를 벌이며 사법부 판단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당시 부회장)도 1인 시위에 나서 “무분별한 처벌 위주 판결을 지양하고 합리적 판단을 통해 면허제도의 안정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단순히 결과만 놓고 의사를 구속하거나 형사 처벌한다면 해당 의사의 진료를 받고 있는 또 다른 환자의 진료권을 박탈하는 선의의 피해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과계는 더욱 격양된 모습이다. 대한외과의사회는 일단 대한의사협회 결정을 지켜본 후 대응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부회장은 “참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판결”이라며 “CCTV 설치 의무화에 이러한 판결까지 이어지는 작금의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외과의사들은 보다 결연한 의지로 이번 사건을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되풀이 되면 의사들은 진료와 수술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해당 의사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재판부 논리라면 수술을 조금만 지연해도 그 후 발생하는 모든 악결과는 의사의 책임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이 느끼는 고충을 간과한 부분에 아쉬움을 표했다.
 
현두륜 변호사는 “임상현장에서 수술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외과의사들에게 매우 어렵고 힘든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어느 의사가 소신껏 진료하고 수술하겠냐”며 “이번 판결에 의사들이 우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15
답변 글쓰기
0 / 2000
  • 법조계선넘네 09.04 21:19
    법 만능주의..교만함이 하늘을 찌른다. 하늘이 무섭지도 않은가.
  • ㅇㅇ 09.01 23:56
    졸국하고 그래도 바이탈 봐야지 생각했었는데 이 판결보니 역시 대한민국에서 바이탈은 하면 안되는 영역인 것 같네요. 나라에서 이렇게 바이탈보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를 주는데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건 제 일신상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지는 무모한 행동일 뿐이겠죠. 미용병원이나 가야겠습니다. 감옥은 피해야 하니깐요. 판사님 대한민국 바이탈을 죽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판사가의사짓하네 09.01 16:54
    판사양반님 너무한거아니요? 면허가왜필요하오? 장폐색 수술시기도 알려주실거면 우리병원에도 와서 외과 컨설트좀 봐주지? 난 내과지만 진짜 이번 판결은 가혹하다 필수의료 망하라는거지뭐 환자가 동의했는데 자기결정권도 무시하라는건가...?
  • 우울증환자 09.01 15:15
    감사합니다. 판사님의 훌륭한 판결 덕분에 소신 있던 위험한 수술, 시술을 하는 의사들은 현재 씨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습니다. 대한민국이 부양할 노인인구를 의료의 붕괴로 줄여나갈 것이라는 법조계의 판단에 이마를 탁 칩니다.
  • 황당당 09.01 08:29
    판결을 잘못내려 인생을 망치게 한 판사도 살인죄나 업무상 과실치사로 처벌받아야 공평함.

    최선을 다해 노력한 건은 문제 삼지 말아야...

    생명 걸린 분야의 의사말살 판결을 한 돌팔이 판사에 분노..
  • 외과의사 08.31 17:15
    그렇게 수술할 지 말지 다 정해줄거면

    판사님 당직을 같이 서면서 수술 판단을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장폐색은 수술하면 환자한테 기본적으로 좋지 않아요.

    장폐색 원인 중에 수술 후 장폐색이 가장 많기 때문에

    1번 수술, 2번 수술, 3번 수술하게 되면 그 배는 매번 폐색이 오는 엉망진창의 장이 되는거요.

    즉, 환자를 위해서 수술을 될 수 있으면 미루는게 외과의사의 선의에요.

    판사님은 이 글 볼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환자 나중에 어떻게 살든 무조건 수술하라고 하는거에요.

    환자 삶의 질이 극도로 악화되겠지만 할 수 없죠.

    장폐색 환자들 수술 결정하는 거 정말 어려워요.

    판사님들 외과의사들과 같이 당직서면서 이건 수술할 케이스다. 이야기해주시면

    우리가 네. 알겠습니다. 하고 수술하도록 하겠습니다.
  • medi 08.31 16:14
    이나라의 의료를 정상화 시키는데, 과거 40년간 의협이나 의사들이 한 것보다. 최근 10년간 판사들의 판결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소아과 수가가 헐값이면 안하면 되는 건데, 헐값이니까 위험해도 되자나 하면서 꾸역꾸역 NICU(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하던 이대목동병원의 소아과 교수들. 판사의 현명한 판단으로 이제 대학병원 소아과의사들은 정신을 차리고 야간당직을 거부하고 응급실 진료를 없애버렸다. 소아과에 지원하는 레지는 씨가 말랐다. 수가가 낮으면 지원하지 않으면 되는데, 꾸역꾸역 낮은 수가에도 자신은 헌신한다면서, 남루한 소아과 응급실을 유지하다간 오랏줄 묶여 9시 뉴스에 나오는 집안망신을 당한다는 걸 알게 해주었다. 응급의학과 역시 위험한 응급실에서 계속 페이로 버티다간 언제든지 검찰조사와 경찰서行이 수시로 엮어들어가는걸 판사님이 판결해 주시니,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온다. 올해만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타과로 개원하고 지원자도 줄어든다. 의협은 자정작용이 없고, 의사들은 사회가 자신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자아성찰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대한민국 의료를 바로세우는데는 판사님들의 판결이 최고다.
  • 정이원 12.23 16:16
    안녕하세요, 이 사건 실제 민사사건 진행한 변호사 입니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보는 기사를 작성하실 때에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기사를 작성함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측 이야기만 듣고 마치 법원에서 의사를 전과자로 내몬다는 것은 너무나 비약이 심한 기사입니다. 실제 외과의사 선생님들에게 환자가 고소를 진행하였을 경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거나 기소되는 확률이 몇프로나 될것 같습니까? 더더욱이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될 확률은요? 아마 100건 중에 실제 기소로 이어지는 확률은 10%내외에 불과할 것입니다. 더욱이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에서 몇 차례에 걸쳐 의료감정이 진행되고 그 감정내용이 적절한지 여부를 이중 삼중으로 검증받게 됩니다. 그만큼 이 사건은 의사의 의료과실이 명확하게 드러난 사건입니다. 이러한 점을 참조하셔서 글을 작성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안하는게답 09.01 14:05
    의도하신건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당신 같은 분들 볼 때마다 사람 살리는 바이탈과 때려치고 다른 분야하기를 정말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앞으로 안 하는게 답이죠. 뭐 공공의대 마구 지어서 찍어내자고 하려나요... 답 없는 나라라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 오판에의한과실치상죄 09.01 13:30
    의학에 100%가 어딨나요? 법조문 대로 읊어대면 되는 것처럼, 사람 몸이 교과서대로만 하면 다 치료가 되는게 아닙니다.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확률적으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행위를 하는거죠. 결과를 미리 다 알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시행한 행위들에 대해 결과만 놓고 잘잘못을 따지면 답이 없어요.
  • 2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