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로 글로벌 플레이어 지향, 금년 하반기 상장 추진'
김흥태 이뮨온시아 대표
2022.01.18 05:4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김흥태 이뮨온시아 대표(66, 사진)는 원래 종양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명의(名醫)였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했으며 의대 교수와 미국국립암연구소(NCI), 국립암센터 등 도합 33년간 종양내과의사로 진료 및 연구, 경영 등의 업무를 맡았다. 임상 현장에서 종횡무진 활약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책사업에도 참여했다. 특히 국가연구개발사업인 암정복추진연구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암정복추진기획단장을 4년간 역임하며, 국내 암 연구 수준 발전에 기여했다. 김 대표 인생은 2021년을 기점으로 크게 바뀌었다. 흰 가운을 벗고 국내 바이오벤처 '이뮨온시아'의 CEO(최고경영자)로 변신했다. 지난 7월 김 대표 합류 이후 이뮨온시아는 조직정비와 함께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김 대표는 "비즈니스 정글 속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올 하반기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내 바이오벤처 성지(聖地)인 판교에서 진행된 그와의 신년 만남에서 들은 미래 비전과 방향을 정리했다. [편집자주]

"면역항암제 개발에 암 전문가 참여 절실"

-바이오벤처 도전 배경은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다. 바이오벤처, 대표 모든 것이 생소했지만, 필요한 것은 배우겠다는 각오로 도전했다. 임상 현장에 있으면서 국내에서의 신약 개발 실패 사례를 많이 봤고, 연구책임자로서 개발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신약 개발은 초기 단계부터 임상 전문가 의견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주저하지 않고 기회를 잡았다.

-의사와 CEO로서의 삶, 달라진 점은
의사로 일할 땐 환자와 병원을 중심이 두고 사명감을 가지면서도 긴장하며 살았다. 반면 CEO로서의 삶은 나와 회사를 중심에 두되 새로운 사명감을 갖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과 보람, 여유가 생겨 만족한다. 다시 진료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전문성을 갖추면 안정적인 삶이 보장되는 '명의', '외길 의술'로 대표되는 올드 패러다임(old paradigm)의 시대는 저물었다.  

"바이오벤처 CEO로 첫 발 내딛었고 금년 하반기 '코스닥 상장' 목표"

-이뮨온시아는 어떤 회사인가
유한양행과 미국 소렌토테라퓨틱스가 합작해 2016년 9월 설립된 바이오벤처로 면역항암제 전문 신약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파이프라인을 보면 현재 임상시험 중인 과제가 2개 있다. IMC-001(PD-L1 항체)은 2상, IMC-002(CD47항체)는 1상 중이다. 내년 IND를 목표로 전임상 단계인 이중항체 개발 과제가 하나 진행되고 있으며, 올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이중항체 1개, AIC항체 1개의 선도물질이 도출될 예정이다. 이뮨온시아는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를 선정해 잘 디자인된 임상시험으로 신속하게 연구를 진행해서 파이프라인을 'Best In Class'로 만드는 신약 개발 패러다임을 만들고자 한다.

-김 대표 합류 후 회사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회사 경영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스피드, 효율, 인재 경영에 방점을 찍고 조직 운영 방식을 바꿨다. 예컨대 모두 우수인력이지만 임상, 연구 등 부서 간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흔히 '사일로 이펙트'라고 부르는데 타 부서에서 하는 일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부서 간 장벽을 허물고자 올해부터 프로젝트별로 운영되는 '메트릭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과제별로 팀을 꾸리고, 각 팀에 임상·제조 및 품질관리(CMC)·사업개발(BD) 등의 인력이 모두 들어가 팀장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도록 했다. 파이프라인 개발 단계에 따라 팀장이 바뀐다. 결재 라인도 간소화하고, 회의 및 업무는 스피드하게 진행하며 결론이 나면 즉시 실행토록 했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해야 벤처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올해 사업 계획이나 목표는
전사적 목표는 금년 하반기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이다. 상반기 기술성평가를 진행한 뒤 하반기 예비심사청구를 계획하고 있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 선정됐다. 앞서 회사는 450억원 규모의 프리 펀딩에 성공하며, 기업가치와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확인한 바 있다. 세부적으로는 연구개발(R&D)과 사업개발(BD)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임상 개발 중인 2개 파이프라인의 환자 모집 가속화, 적응증 확장 등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의 가치를 높이고, 지난해 12월 국가신약개발재단(KDDF) 비임상과제로 선정된 전임상 단계 이중항체는 내년 말 IND 승인을 목표로 개발을 추진한다. 신규 후보물질 확보 및 개발을 위한 중장기 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다. 사업개발 측면에서는 작년 중국에 기술이전한 CD47항체가 IND 승인을 받아, 현지 임상이 조만간 개시될 예정이다. 중국 임상을 적극 지원하고, 신규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 기회 발굴에도 집중하고자 한다.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 성과 낼 수 있도록 정부와 식약처 '맞춤형 지원' 매우 중요"

-인력 확충이 필요해 보이는데
대표를 맡은 후 회사 인원이 증가했다. 현재 직원은 30명으로, 이중 76%가 R&D 인력이고 나머지는 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파이프라인이 전임상, 임상 단계로 진입하면서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고 올해는 상장을 준비하기 때문에 인력이 더 늘 것이다. 올 연말까지 40여 명, 내년 말에는 50여 명까지 증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벤처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연구개발에 집중된 바이오벤처 입장에서 CMC(바이오 임상시료 및 의약품 생산) 전문성까지 갖추기 어렵다. 전임상 단계에서 '죽음의 계곡'인 CMC 관련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CMC 개발을 완료하기 위해 바이오벤처들은 소수 CDMO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바이오 CMC를 과점하고 있다보니 매년 지속적인 생산단가 상승뿐만 아니라 생산 슬롯(Slot) 확보도 어렵다. 바이오 신약 개발 활성화를 위해 정부 지원이 꼭 필요하다. 둘째는 바이오벤처들은 임상시험 수행 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식약처에서 가이드를 해주면 좋겠다. 미국 FDA처럼 IND 검토 및 승인 시 임상시험 디자인을 포함해 관련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가이드를 해주면 효율성을 높이고 빠르게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이오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결국 '브랜딩'으로 차별화"
 
-요즘 바이오업계 진출을 고려하는 의사가 상당하다.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의사'라는 스펙이나 역량을 앞세우기보다 하나하나 배우겠다는 인성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의사로서의 경험은 임상시험 외에는 분야가 달라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신약개발은 후보물질 발견, 전임상, 임상시험 3단계로 구분되는데, 전 과정을 모두 경험한 의사는 거의 없다. 신약개발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바이오벤처 진출을 고려한다면 '배우겠다'는 겸손한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표님은 과거 경험을 회사 운영에 잘 녹여내고 있는 것 같은데 
임상의사 경험보다는 국립암센터 기조실정, 부원장 등 주요 보직은 물론 암정복단장을 맡으며 학계, 정부부처와 함께 했던 프로젝트 운영 경험이 회사 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사업 운영이나 경영 경험이 부족한 의사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업 운영이나 회사 경영 경력이 없다면 최고의학책임자(CMO)로 시작한 뒤 본인이 경영능력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CEO는 회사의 방향과 목표를 분명히 정하고,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기본으로 한 인사 시스템을 운영하며 인재 기준을 만들어 회사 비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바이오벤처는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모여 있어 다이나믹한 환경에 대비한 특화된 준비가 요구된다. 명의가 진료에는 탁월하지만, 병원장이 되려면 경영수업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CEO도 경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대표로서 포부를 밝히면
바이오업계에서 이뮨온시아를 하나의 '브랜드'로 키워가겠다. 경쟁이 치열한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생존하려면 '차별화'가 중요하다. 기업가치와 사업 방향을 담은 브랜드를 구축해 다른 바이오벤처와 차별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싶다. 3년 뒤 중국항체협회(Chinese Antibody Society)가 선정하는 선도기업에 한미약품, ABL바이오, 지아이이노베이션 등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겠다. 궁극적으로는 면역항암제를 개발해 국내 면역항암제 연구를 활성화하고, 국가 재정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기회가 된다면 바이오업계, 정부, 학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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