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바이오-룬드벡 빅딜 과정에 '쉼표' 있었다
'1년4개월 중 실질적 협상 10개월, 5개월 휴지기였고 데이터 확보로 신뢰'
2022.01.21 12:47 댓글쓰기
 사진출처=유튜브 채널 BIO TV 캡처.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에이프릴바이오와 룬드벡의 5000억원 ‘빅딜’에는 1년 4개월의 뜨거운 물밑 협상이 있었다. 그리고 그 협상에 방점을 찍은 것은 5개월의 ‘쉼표’였다.
 
21일 이재흥 에이프릴바이오 상무와 그레고르 맥도널드 룬드벡 부사장은 ‘2022 글로벌 IR’의 사례 연구(Case study) 세션을 통해 지난해 10월 체결된 에이프릴바이오와 룬드벡 간 5000억원대 기술이전의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2022 글로벌 IR은 지난해에 이어 2번째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부대행사로 한국바이오협회와 바이오 전문매체 바이오센추리, 법무법인 사이들리 오스틴이 공동 주최했다. 한국바이오협회 유튜브 채널인 ‘바이오TV’(BIO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날 세션은 두 기업의 협상을 중재한 사이들리 오스틴의 조쉬 호프하이머 파트너 변호사가 좌장을 맡았다.
 
이 상무와 맥도널드 부사장에 따르면 첫 만남부터 계약 성사까지는 약 1년4개월이 걸렸다. 다만 이중 실질적인 협상 기간은 10개월이었다고 한다.
 
이 상무는 “2020년 6월 룬드벡 측과 첫 협상을 시작했고 계약은 지난해 10월 체결됐으니 16개월가량 걸린 것”이라며 “길어 보일 수도 있지만 중간에 5개월가량 휴지기가 있었다. 또 여름휴가도 1달가량 있다 보니 실질적인 협상 기간은 10개월 정도였다. 비교적 짧은 기간 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5개월의 휴지기는 ‘더 좋은 데이터’를 위해 룬드벡이 제시한 쉼표였다. 맥도널드 부사장은 “결과가 나온 의학적 데이터가 아니어서 기술도입 여부를 결정하는게 힘들었다”며 “휴지기를 통해 에이프릴바이오가 더 연구할 시간을 줬다. 그리고 그 기간에 나온 데이터는 우리에게 확신을 줬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 상무도 “첫 실사가 2020년 9월이었는데 첫 협상을 마친지 3개월 만에 실사가 진행돼 공유할 만한 데이터가 부족했다. 휴지기는 이를 뒤집을 좋은 기회가 됐다”며 “또 한 가지 조건인 임상 승인의 경우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통해 임상계획(IND)을 승인받아 성공적으로 계약을 마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 모든 이번 계약에 대해서는 성공적이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계약 진행 과정에 대한 각 회사의 자평은 다소 엇갈렸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절치부심을 다짐했고, 룬드벡은 한국과의 관계 확대를 모색했다.
 
이 상무는 “계약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계약을 마친 뒤 복기해보니 파트너십 전략을 좀 더 치밀하게 세웠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협상의 90% 이상은 이미 테이블에 앉기 전 완료돼야 한다는 점을 경험으로 배웠다. 다음 협상을 진행할 때는 더 좋은 전략을 통해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도널드 부사장은 “개인적으로는 한국기업과의 거래는 첫 번째였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 바이오산업 생태계는 과학과 혁신 측면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고 이제 첫발을 뗐다. 앞으로는 한국기업과 더 많은 협업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또한 양 기업은 앞으로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할 국내‧외 여러 바이오 기업에게 ‘소통’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어려움은 있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맥도널드 부사장은 “과학적 데이터에 대한 확신도 중요하지만, 결국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파트너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라며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은 대면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야 한다. 이번 협상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부분도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관계 구축에 제약이 있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 상무는 “직접 만나서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연구기업 입장에서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당장 협상 중인 기업 외에도 잠재적 파트너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잠재적 파트너의 현 분야가 다르더라도 그들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거나 전략을 수정할 수도 있다. 꾸준한 접촉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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