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서울아산병원 문전약국 ‘호객행위’ 사라질듯
1심 벌금→2심 무죄…대법원 "약국 담합으로 환자 선택권 침해, 약사법 위반"
2022.05.12 12:32 댓글쓰기



사진은 기사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연합뉴스

서울아산병원 문전약국들이 병원 입구 등에 도우미를 배치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호객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앞서 서울아산병원 문전약국들은 도우미를 배치하고, 병원 입구와 지하철역을 오가는 사설 차량으로 안내하는 방식으로 환자를 끌었다. 이에 인근 주민들은 문전약국들의 이같은 홍보행위가 교통체증 등을 유발한다며 반발한 바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9명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지난 2017년 A씨 등 문전약국 관계자들은 병원 입구 등지에 배치할 안내도우미를 공동 고용했다. 이들 도우미는 의사의 처방 내용이 약국에 전송되지 않은 '비지정 환자'들을 미리 정해진 순번대로 안내하도록 했다. 


그리고 A씨 등은 곧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들의 행위가 약사법 등 법령이 금지한 호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벌금 50만원씩의 선고는 유예했다.


그러나 2심 판결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 등의 공모로 불특정 다수 환자의 자유로운 약국 선택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공동 도우미 제도가 호객행위에 해당해 의약품 판매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인식이 A씨 등에게 있었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2심은 "호객행위 등으로 민원이 빈발하고 약국 간에 분쟁이 생기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으나, 관할 보건소나 병원에서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자 약국 개설자들이 자정노력의 일환으로 공동 도우미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동 도우미 제도는 의약품 판매질서를 확립하고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문전약국들은 동네약국과 달리 인근 상급종합병원이 처방하는 고가의 항암제나 마약 성분 진통제 등을 취급했다.


그런데 병원 주변이 도로나 주차장으로 둘러싸여 있어 환자들이 도보로 오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이에 문전약국들은 병원 후문과 약국을 오가는 차량을 각자 운행해왔다.


병원 인근은 이런 약국 차량의 주차와 호객행위로 인해 혼잡해졌고, 2016년 문전약국 가운데 한 곳이 폐업한 뒤로는 일부 약국 직원이 세력을 이뤄 마찰이 벌어지기도 했다.

병원 방문자들의 민원과 일부 약국 직원 간의 마찰이 발생하자 관할 보건소가 중재에 나서기까지 했다. 


이에 문전약국 개설자들은 2017년 회의를 열고 도우미를 공동 고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러한 방침은 지역 약사회와 병원 원무팀 등에도 고지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시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들에게 호객행위로 인한 약사법 위반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문전약국에 위치한 특정 약사회 소속 약국들이 기존 분쟁이나 갈등을 낮추려는 의도에서 공동 도우미를 고용하게 된 경위를 감안하더라도, 약국을 정하지 않은 환자에게 접근해 자신들이 속한 순번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편의 차량을 제공한 행위는 환자들의 약국 선택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일부 지역의 약국이 영리 목적으로 담합하여 비지정 환자에게 자신들의 약국으로만 안내한 것으로 '공동 호객행위'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도 서울아산병원 입구에는 문전약국 도우미가 배치돼 있다. 병원 입구와 문전약국을 오가는 승합차도 계속 운영되고 있다. 


관할 보건소 등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확인하고 문전약국들의 후속조치에 예의주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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