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성 맞는 중증환자 이송체계 마련, 구축 시급"
노영선 서울 중증응급환자 공공이송서비스센터장
2022.08.07 21:38 댓글쓰기

매년 약 1천만 명이 전국 400여개 응급실을 방문한다.


그러나 24시간 중증환자 치료가 가능한 응급의료센터는 전국 약 70여개로 제한돼 있다. 응급실에서는 환자에게 초기 처치 후,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해당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중증환자의 병원간 이송이 발생한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국내 응급환자 중 병원 간 이송을 경험하는 환자는 전체의 10~15% 정도로, 외국에 비해 약 두배 정도 많다. 특히 급성심근경색을 비롯해 급성뇌졸중, 중증외상 환자의 경우 4명 중 1명꼴로 병원 간 이송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환자를 병원 간 이송할 때는 이송 중 환자 상태가 급격하게 변하는 경우가 흔하므로, 도로 위 흔들리는 구급차 내 제한된 공간에서 소수 인력과 장비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응급처치를 즉각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중증환자 병원 간 이송과 관련된 전문 훈련을 받은 숙련된 전문의료진과 중환자용 모니터링 및 치료 장비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대형 특수구급차가 필요한데, 구급차 내 의료인력과 중환자용 장비를 싣기 위한 공간 외에도 충분한 전력 및 산소 공급, 환기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중증환자 공공이송센터(달리는 중환자실)’ 도입 이전에는, 우리나라 중증환자의 병원 간 이송은 주로 민간환자 이송업 또는 의료기관 구급차가 담당했다.


‘닥터헬기’라 불리는 응급의료전용헬기가 있으나 운용 가능 시간대 및 기상, 지역 한계가 있어 대부분의 병원 간 이송 환자는 육상으로 이송된다. 현재도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민간환자 이송업체를 통해 중증환자의 병원 간 이송이 이루어진다.


민간이송업체는 환자가 지불하는 이송료를 통해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 법률상 환자에게 이송 중 처치를 제공했다 하더라도 별도 처치료를 받을 수 없고 거리에 따른 이송료만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이송 중 중증환자에게 필요한 응급처치를 하면 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다. 


"응급의료종사자 표준 교육과정 개발과 인증제 도입 필요"


병원 간 이송 중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을 때 즉각적으로 전문 처치를 제공하지 않으면 환자 생명과 건강이 위태로울 수 있다. 하지만 현 수가체계에서는 민간환자 이송업체가 의료인력을 교육하고 장비, 차량을 개선해 중증환자 이송에 적절한 수준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은 어렵다.


중증환자 병원 간 이송을 담당하는 전문인력은 병원이 아닌 도로 위 환경에서 중증환자를 치료해야 하므로 이에 대한 이해와 전문 훈련이 필요하다.


응급구조사와 간호사 등 응급의료종사자가 중증환자의 병원 간 이송을 위한 전문적인 임상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표준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이와 관련된 인증제를 도입해 전문인력에 대한 질관리와 병원 밖 응급의료서비스 품질을 향상시켜 하고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과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필수적일 것이다.


"전문의료인력 운영 및 장비 구비 가능토록 이송수가 개발, 도입돼야"


서울을 비롯한 몇몇 지자체에서는 중증환자의 병원 간 이송 영역이 시민 생명과 건강보호 증진의 중요한 공공의료 부문임을 인지하고 중증환자 공공이송체계를 운영 중이거나 도입단계에 있다.


하지만 전문의료진과 중환자용 장비, 특수구급차를 통해 중증환자 병원 간 이송을 제공하는 시스템은 고비용으로(중증환자이송 1팀 연간 운영비 10억), 현재 서울의 ‘달리는 중환자실’과 같은 중증환자 공공이송체계를 전국에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비효율적이다.


각 지자체 특성에 맞는 중증환자 이송체계 개발이 시급하다. 지역 내 중증환자 병원간 이송 수요를 예측하고, 지역사회 의료자원 규모 및 분포를 반영해 적절한 중증환자 이송체계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이송체계 모델에는 전문의료인력 운영과 장비, 구급차에 대한 원가 보존이 가능토록 별도 이송수가 개발이 포함돼야 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필요시에 수준 높은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잠시 주춤하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 대유행 기간 ‘달리는 중환자실’은 서울시의 코로나 위중증환자 병원 간 이송을 전담했다.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재난이 우리 삶과 의료환경을 송두리째 변화시켰으나, 여전히 우리는 재난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고 끝은 보이지 않는다. 재난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많은 재난 전문가들이 재난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사전대비(preparedness)라고 말한다. 이 투자에 대한 효과는 재난이 일어난 후 알 수 있다. 서울시의 ‘달리는 중환자실’은 2016년부터 운영됐지만 코로나가 유행한 2020년부터 그 필요성을 인정받았다. 


중증환자 이송체계는 전문인력 교육 훈련과 장비 시설에 대한 투자 등 고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의료시스템은 모든 국민이 병원이 아닌 곳에서도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크고 작은 감염 재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모든 국민이 응급의료 안전망 안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각 지역사회 특성에 맞는 중증환자 이송체계를 개발해서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시점이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